샤갈이 그린 라 퐁텐 우화
장 드 라 퐁텐 지음, 최인경 옮김, 마르크 샤갈 그림 / 지엔씨미디어(GNCmedia)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우화라는 다소 짧은 글들을 읽으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도 하고, 천근만근 무거워지기도 한다. 글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나에 대한 충고를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의 관대함을 기대해보며 읽기 시작했다. 아! 하고 탄식을 만들게 되는 이야기가 있었다면 도무지 읽어도 이해할 수 없다기보다 무슨 말인지를 파악할 수 없어서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한 이야기들 또한 있었다. 하지만 우화라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이다. 나를 끊임없이 자극하기에. 가볍게 보고 들어갔다가 뒤돌아나오며 한바탕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가볍게 여길만한 글이 절대 아니다. 언제나 저질렀던 실수를 이번 또한 저질렀다. 너무나 유명한 샤갈, 지속적으로 들어왔던 라 퐁텐 우화의 만남이라는 것이 신기하고 위대해보여 기대했던 책이지만 그 속에서 얻은 교훈은 언제나처럼 이야기의 마지막 두 줄이었다. 


<여자가 된 암고양이>
p.37-39  그만큼 천성이란 것은 무서운 것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천성은 점점 강해져 모든 것을 비웃기도 한다. 술항아리에는 술냄색 스며들고 천에는 주름이 잡히듯이 사람이 살면서 제 습성을 버리려고 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갈퀴로 긁어내고 채찍으로 때린다고 해도 몸에 밴 습관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고, 몽둥이로 위협한다고 해도 천성을 지배할 수는 없다. 문밖으로 내쫓아 버려도 창문으로 다시 돌아 들어오는 것이 바로 천성이다.

<새끼 물고기와 낚시꾼>
p.62-64   손 안에 있는 하나가 나중에 들어오게 될 둘보다 낫다. 지금 하나는 확실한 것이지만 나중의 둘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여우와 칠면조>
p.78-80  확실하지도 않은 위험에 대해 너무 걱정을 하다 보면 그 때문에 도리어 위험해 질 수도 있는 법이다.

<사자와 모기>
p.110-112  하나는 가장 두려워해야 할 적은 때로는 아주 하찮은 존재일 수도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큰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아주 작은 것 때문에 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방앗간 주인과 그의 아들과 당나귀>
p.125-129  언제나 선택은 나의 몫이다. 내가 전쟁의 신을 따르든, 사랑의 신을 따르든 아니면 왕을 따르든 그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며, 가든지 오든지 혹은 달리든지 내 하기 나름이다. 시골에서 살지, 도시에서 살지도 마찬가지... 내가 결혼을 하든지, 수도사가 되든지 결국 그 책임은 모두 나의 것이니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는 것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몇구절들이다. 굳이 이것들을 발췌해 낼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자세하게 알 수는 있을 것이다. 어렸을 적에나 읽었을 법한, 탈무드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는 <여우와 포도> 따위의 이야기들도 있지만 새롭게 느껴지는 여러 이야기들이 이렇듯 나의 감정과 지금까지의 생각을 뒤흔든다. 더불어 지금의 내 상황과 맞물려 고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주는 듯 하다. 힘에 부쳐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직접 나서서 그 일을 해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일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며 스스로 해보라 채찍질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당연히 후자가 우위에 있다. 직접 해주는 친구는 그 당시 상당한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겠지만 결국에는 후자의 친구에게 두고두고 고마워할 일이다. 어떤 일을 하든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살라는 말, 고민을 너무 하기 보다는 지금의 일이 나중에는 하찮은 게 될 수 있다면서 나를 타이르고 있는 구절들을 읽으며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격언과 명언을 듣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글들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말들을 마음 깊이 새기고는 있지만 어느 순간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라 퐁텐 우화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고민이 생겼을 때 어떠한 도움이 필요할 때 이 책은 나에게 간단하고도 깊은 해결책을 비춰줄 것이다. 보여주는 것이 아닌 아주 약간의 실마리만을 비춰주는 빛과 같은 존재, 이 책에 대한 나의 느낌은 그렇다.
더불어, 이야기를 읽으면서 오른쪽에 그려진 샤갈의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은 황홀했다. 유명한 작품을 남기고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화가 샤갈의 그림을 이렇게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때로는 이야기와 그림과의 연관성을 찾지 못해 아쉬웠지만 여러번 반복해서 보다보면 글과 그림의 합의점을 찾아내게 되고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은 꽤나 컸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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