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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거짓말
기무라 유이치 지음, 임희선 옮김 / 지상사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이야기는 고토미가 등장함으로써 시작된다. 술자리에 모두들 앉아 있는데 TV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눈물을 닦아준 미소>가 나오고 있다. 고토미가 겪었던 이야기가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다니, 도대체 이 드라마를 쓴 시나리오 작가는 누구란 말인가. 내가 지금까지 사랑했던 그 사람이 맞는 것인가, 혼란에 휩싸인다.
시나리오 작가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던 나오키, 그리고 일종의 탈출구를 찾아 떠나게 된 여행의 종점. 그 섬에서 이야기가 시작이 된다. 섬 사람들은 과거도 모르는 도쿄의 이 청년에게 지나칠 만큼의 친절을 보여주고,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하던 나오키도 점차 마음을 열어 간다. '바텐더 구함'이라는 전단을 보고 바텐더를 하기로 결심하고 일을 시작한다. 자기의 과거는 모두 다 숨겨버린 채. 하나 이상한 게 있다면 그 곳은 술집인데 사람들이 라멘을 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라멘을 시키면 어김없이 고토미의 아버지가 하는 그 라멘집에서 배달이 온다. 고토미는 새로 온 사람인 나오키에게 약간은 반감을 가지고 대하지만 결국에는 나오키의 진심을 알게 된다. 나오키도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고토미가 섬사람의 촌스러운 모습만을 보고 있다가 그 순수한 매력에 점점 다가가게 된다. 그러나 나오키는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괴로워지게 된다.
그렇게 나오키와 고토미와의 사랑, 섬 사람들과의 정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한 때, 나오키는 문득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과거인 시나리오 작가, 그것도 도쿄뿐만이 아닌 전국에 방영되었던 인기 드라마의 작가였다는 것을. 그리고 이 섬사람들을 자기 글의 소재로서 떠올리게 된다. 그때부터 바텐더 일을 하랴, 거기다가 시나리오도 써서 보내랴 분주한 시간을 보내게 되고 고토미는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궁금하고 실망만 하게 되면서 나오키와 고토미와의 관계가 점점 멀어진다. 그러다가 고토미는 한창 인기 있다는 새 드라마 <눈물을 닦아준 미소>를 보게 되고 그 속의 이야기가 자기 주변, 그리고 나오키와 자기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도쿄에서 온 어떤 사람이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쓰기 위한 수단으로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배신감만을 가진 채.
이야기는 잔잔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이 책은 일상속의 드라마를 담고 있지만 독자의 입장으로는 드라마 속의 일상안의 드라마로 보인다. 액자구조라고 해야할까. 고토미와 나오키가 일상이라고 느끼고 있는 그 모습 자체가 드라마와 같은 설정이라는 것이다. 한동안 일본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잔잔함이 좋았었는데 그 기대감을 어느정도 만족시켜 준 듯 하다. 드라마속에서 많이 보아왔던 것처럼 흘러가는 스토리와 결말이 못내 아쉽긴 하지만 애초에 그 정도까지만 기대했던 탓일까, 읽는 내내 별다른 고민없이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일본 소설이나 특히 이 소설이 와닿는다.
믿었던 사람이 나 몰래 하고 있는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는 천차만별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날 위해서 인 것 같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날 이용하고 있는 것 같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믿음의 깊이 문제이다. 그 사람을 정말로 믿고 사랑한다면 어떠한 일이 생겨도 믿고 의지할 수 있게 되는 게 아닐까. 한없이 기다려보고 믿어보다가 나중에 가서 배신감을 느낄 때도 있겠지만 그 결론이 도달하기까지는 최대한 믿어주는 게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짧고 간단하고 뻔한 이야기 속에서 느끼는 가슴 따뜻한 믿음을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