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웨어 판타 빌리지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SF, Science-fiction이라는 그 장르는 내가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였다. 그 유명하다는 <반지의 제왕>도 보지 않았고, 시리즈로 출간되고 영화로 만들어져 전세계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해리포터>도 1권을 읽다가 집어던진 나였다. 언제나 현실 속의 모습을 원하고 그것만이 정말 사실인 줄만 알았다. 그렇지만 소설이라는 것이 그저 마법을 부리지 않고 희귀한 소재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실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만의 착각이였다. 안일한 생각이었다. 소설이라는 게 원래, fiction,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차츰, SF장르에 대한 나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참, 다행이라고 생각이 된다.

<네버웨어>. 처음에는 글자 그대로의 이름인줄만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런던이라는 도시의 틈을 찾아 들어가는 모험의 특성상 신비로움을 말해준다. 지상의 삶이 현실이고 존재하는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해보지만 세계 곳곳에 숨겨져 있는 미스터리한 공간들을 생각해볼 때는 어쩌면 있을법하지만 확실하게 주장은 할 수 없는 런던의 틈. 그 지하세계 속으로 빠져들어가보자.

영화 <스타더스트>를 보지는 않았지만 꽤나 흥미로운 스토리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소문은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시나리오의 원작을 이 작가, 닐 게이먼이 썼다는 것은 이 책을 읽을 동기가 충분했다. 시작부터가 흥미로웠고, 런던이라는 도시 자체가 마음에 든다. 리처드 메이휴, 는 제시카라는 자신의 약혼자와 길을 걸어가던 중이었다. 그리고 길거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여자를 발견한다. 그리고 약속은 뒤로하고, 리처드는 그 여자를 들고 자신의 집으로 간다. 그렇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은 '도어'라는 여자는 이내 사라진다. 다음 날, 자신의 회사에 가도 약혼자였던 제시카의 앞으로 도, 그 누구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 자신의 존재란 것은 지상의 사람들에게는 잊혀져버렸다. 그러던 중, 지하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되고 그 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런던의 틈, 지하세계. 네버웨어.

쥐에게 말을 하게 되고, 천사를 직접 만나기도 한다. 천사가 준 독한 음료를 마시고 한동안 누워있기도 하고. 음흉한 지하, 모든 시간이 어둠으로 쌓여진 그 곳을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도어를 만나게 된다. 그렇지만 도어는 리처드를 본 순간 화부터 내기 시작한다. 지하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 그 후에는 다시 지상세계로 못 돌아간다면서, 그리고 그러한 위험에 빠져들게 할 수 없다면서. 그렇지만 리처드는 도어와 함께 하기를 워하고 천사에게 자신이 지상으로 돌아가게끔 도와달라고 한다. 그렇게 모험은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게 된다.

지상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모험을 하면서 리처드는 자신이 원하는 곳, 안정된 직장, 약혼자와의 관계 등등, 아니, 그것보다 더 사소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 소망을 원하지만 원하던 그 모든 것이 행복했던지에 대해서는 자신조차 확신하지 못하게 되는 사태. 어쩌면 그 모든 게 패닉상태이지 않을까. 내가 그토록 원하던 것을 가지게 되었는데도 행복하지 않을 때, 그런 때의 기분과 약간은 비슷할까. 리처드는 런던의 틈, 지하세계를 봐버렸다. 지상의 삶에서는 절대 보지 못할 신비의 곳에 대한 그리움이 남게 된다. 그리고 런던의 틈으로 다시 솟구쳐 들어가게 된다. 

일상이 지루할 때는 여행을 떠나라. 그리고는 문득 여행을 떠나게 되면 한동안은 즐겁게 일상으로 돌아가기 싫다가도 일정순간이 지나면 집에 그리워질 때가 있다. 하지만 다시 일상으로의 복귀를 하게 되면 또 다시 나를 모험으로 이끄는 여행을 미친듯이 원할 때가 생기게 마련이다. 런던의 틈, 지하세계. 그 곳으로의 모험이 나를 책 밖으로 밀려나가지 못하게 한다. 한동안은. 책 속 네버웨어에 한동안 머무르며 일상으로의 생각을 끄집어내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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