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의 검은 표범
아모스 오즈 지음, 허진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사랑을 한다면 그 누구도 배신자가 아니야."

영국의 강한 통치 아래 놓여있는 이스라엘. 그리고 그 속에 프로피가 있다. 영국의 군대가 멀리 물러나게 되면 히브리 국가가 세워진다고 굳게 믿고 있는 아버지 아래. 어쩌면 소극적인 어머니 아래 있는 프로피. 프로피는 지하실의 표범같은 존재 FOD의 지하조직에 있고 언젠가 영국을 강력한 폭탄으로 물리칠 궁리를 하고 있다. 그러던 도중, 프로피는 적이자 친구를 만나게 된다. 던롭 경사. 영국에서 온 그를 보고 자신의 진짜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 배신을 하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해보지만 계속되는 죄책감은 남겨져 있다. 그리고 벤 허라는 친구에게서 등을 보게 된다. 자신과 철저히 반대 방향을 보고 있는 친구였던 그.

글을 계속해서 읽어 내려갔다. 통치 아래 놓여 있다는 배경을 빼고는 나는 그렇게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시대의 상황에 대해서 이해가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소년이 등장하는 소설은 언제나 어려움을 재치있게 펼쳐나가는 묘미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프로피의 말투나 생각 자체가 재치있고 즐겁지만은 않지만 성장기의 소년이 겪어가는 일들은 언제나 매력이 있다. 벤 허의 누나인 야르데나를 옥상에서 잠깐 엿보게 된 일을 시작으로 끝까지 가지고 간다. 그 일을 잊어버렸을 때도 되지 않았나 싶지만 아주 어린 소년의 눈에 들어온 여자의 모습과 그것에 대해 해명할 생각으로 밤잠을 설치기도 하는 마냥 소년이다. 그리고 적이자 자신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고, 프로피는 그에게 히브리어를 가르쳐 준다. 던롭 형사. 그 형사에게 신체접촉은 허락하지 않지만 레모네이드를 얻어마시고 직접적인 접촉보다 더 깊은 마음 속 동료로서 느껴지기 시작한다. 

성장기에 누구나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것들을 포착해낸다. 처음에는 그저 전쟁 속의, 나라 간의 대립 속에 그리고 통치를 받는 입장에서의 혁명을 바라는 내용이라고 생가했다. 초반 몇 페이지를 지날 때까지는 단지 그 생각 뿐이었다. 그러나 뒤로 가면 갈수록 이건 어쩔 수 없는 성장 소설이다. 그저 배경이 생소할 뿐이지 그 속에서 느껴지는 프로피의 야심찬 계획은 어쩌면 어린 아이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생각이라고 치부해버릴 수까지 있는 간단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당사자에게는 너무나 크고 창대하고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모스 오즈. 그의 책을 처음 접해보지만 문체의 독특한 매력에 빠졌다. 책의 소개에도 나와있듯이 '현대문학 사상 가장 아름다운 산문체를 지닌 작품 중의 하나!'. 산문체라는 것에 대해서 알지 못하지만, 이 소개를 읽고는 아모스 오즈의 문체가 산문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약간은 담백한 듯 하면서 아름다운 말들을 품어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화려한 미사여구를 나열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그저 솔직하게, 정직하게 풀어내지만 그 속에서 발견해낼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문체 속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숨기려 하면 할수록 드러나는 것.

생소한 듯, 그리고 처음에 책의 내용 자체 갈피를 잡지 못해서인지 내용이 아직도 겉돌고 있다. 선입견을 가지고 책을 바라다보게 되면 어느새 나는 그저 내가 생각한대로의 내용대로 읽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프로피 속에 내가 들어가는 것은 성공했는데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선입견이 크게 작용한 듯 하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볼 필요가 있다. 반드시 있다. 선입견을 버리고 이스라엘, 영국의 통치라는 이 모든 것들을 버리고. 오롯이 프로피라는 성장기 소년의 눈에 보여지는 모든 관심사에 대해 알고 싶은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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