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대교북스캔 클래식 23
버지니아 울프 지음, 김정란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버지니아 울프. 그녀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영화 <The ours>(디 아워스)에서 그녀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는 있게 되었다. 너무나도 유명해 전부터 읽어보고자 마음은 있었던 작품을 읽게 되니 읽기 전부터 감개무량하였다. 그러나, 너무 기대를 한 탓일까. 실망을 했다는 말이 아닌, 그녀의 작품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욱 깊었다. 가볍지 않았다. 그리고 페미니스트의 성향이 기대보다 지나치게 강했다. 여자인 내가 느끼기에도 그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성향이다.
 
강연의 내용을 토대로 써내려간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뭘까. 분명 책의 초입에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지에 대해 고뇌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글을 읽어내려갈수록 보여지는 이야기는 이러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주제에 관심이나 있는걸까?"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라는 작가의 명성이 뒷받침해주고 있듯이 그 주제를 찾아가기 위한 작가 자신만의 이야기다. 어떠한 주제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쉽게 해주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문제를 두고 고민하고 생각해가고 풀어나가는 과정의 모든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고 있다. 어쩌면 사르트르의 <구토>와 써내려가는 방식이 조금이나마 비슷하다고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문장의 호흡이 지나치게 자세하고 빠르지는 않다. 그저 조근조근하게 이야기를 던져놓고 나와 함께 이야기를 하며 풀어나가는 과정이 꽤나 섬세했기 때문이다.
 
제목 <자기만의 방>. 여성과 그리고 픽션.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 그게 무얼까. 그러던 중 그녀는 이야기 한다. 여성이 픽션을 쓸 수 있으려면 적어도 연간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어느 역사적인 이야기부터 남성 대표작가들의 이야기까지 거들먹걸이면서 얘기하지만 결론은 하나다. 돈과 그리고 자신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그러면서도 제인 오스틴을 극찬한다. 자기만의 방이 없었음에도 공동 거실에서 글을 집필했는데도 그녀의 작품은 훌륭하다는 것에 대해서. 나도 동의한다. 왜 작가들의 환경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당연히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그 속에서 고뇌하고 있는 작가들의 모습에 너무 익숙해져서일까. 대단한 작품들을 내놓은 여성작가 제인 오스틴. 그녀의 글들이 당연한 공간인 자기만의 방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여러 사람들이 차를 마시고 뛰노는 거실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 새롭다. 더욱 대단하게 느껴지는 바이다.
 
이 책은 어쩌면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간단하고 명쾌한 지침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열거되는 많은 예들은 나로 하여금 무지하다고 느끼게 해주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꽤나 재치있다. 딱딱하게 말하지 않고 냉소를 흘리지도 않는다. 여성에 대한 부당함에 대해서 역설하고 있지만 그 방식이 발랄하며, 당연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반박을 하면서도 또 다른 차선책을 말하고 있다. 그뿐이다. 그녀가 우리네 여성들에게 하고 싶어 하는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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