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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이션展 - 세상을 뒤흔든 천재들
이명옥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몇 달전 TV에서 '미술'에 관한 다큐 5부작을 관심있게 본 기억이 있다. 모나리자 작품 ,앤디 워홀같이 내가 관심 있어하는 작가들에서부터 아트페어같은 약간은 전문적인 사람들만이 관심 있어할 세세한 미술의 모습들까지. 그 중에 나를 사로잡았던 그림 한 점은 마네의 '올랭피아'였다. 침대 위에서 관객들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단지, 당당함밖에 보지를 못했다. 그러나 1시간여의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꽤나 큰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나는 '올랭피아'를 알아버렸다.
이 책은 이런 센세이셔널한 그림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과 시대상황을 뒷받침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그 시대에 꽤나 신선하고 유명했던 그림이나 행동들을 나에게 흥미롭게 보여주는 식이다. 3가지 섹션으로 나누어 그에 따른 작가들의 그림, 퍼포먼스, 그리고 왜 센세이션작들을 보여주는 지에 대한 작가의 끝없는 관찰의 결과이자 그들에 대한 찬사이다.
사실, 어떠한 작품을 볼 때에는 대중들의 눈이 있지만, 그 속에서도 빛나는 것은 나의 주관이다. 작품을 바라봄에 있어서 나의 상태에 따라 그 작품의 의도하는 바를 비슷하게 알아채는 것. 비슷하게라도 간파할 수 있다면 놀라운 일일 듯 하다. 하지만 이렇게 그 시대에는 한없이 비평받고 내몰아졌던 작품들에 대해서 파악하기란 더 어려운 것이 아닐까. 어쩌면 지금 이 시대에서는 한없이 평범한 것으로 받아들여질만한 것들.
그렇지만, 나는 잘못 말했다. 이 시대에도 받아들이기에는 꽤나 생소한 것들의 향연. 아주 즐거운 향연이지만, 속내를 파악하기에는 받아들이기에는 약간의 거부감이 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주목해야할 점은 이것이다. 지금에 와서 칭송받고 떠받드는 거의 모든 작품들은, 작품이 나올 그 당시에는 지나친 모욕과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왜?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니다. 그리고 이 책의 작가는 그 점을 파악하여 시대상황에 걸맞는 예술 작품 보기를 권장하고 있다.
왜 에곤 실레가 감옥에 들어가야 했는지. 거리에 넘쳐나도록 흐르는 포르노의 물결, 인터넷에 10초마다 한 번씩은 볼 수 있는 음란한 것들. 에곤 실레의 작품을 볼 때마다 나는 측은함의 눈길을 건넸다. 작가와 소통하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의 그 그림들이 그 시대에는 그렇게 비난받는 예술 작품이었을지는 몰랐다. 시대가 달랐다. 작품을 바라보는 방식이 지금과는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을 한 눈에, 시대상황과 접목해서 볼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만족한 두 번째 이유는 이것이었다. 대상을 바라보는 시간의 개척. 이 시대에도 분명 받아들이기 어려운, 거부감이 이는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의 이단아, 데미안 허스트, 그의 작품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그의 작품을 처음 대할 때마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은 한 번씩 찾아오곤 한다. 하지만 이내 익숙해지고, 작가와 소통하고 싶어진다. 그렇게 센세이셔널한 것은 거부감이 아닌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나는 예술적인 신선함과 쓰레기같은 작품을 구별할 줄 아는 새로운 눈을 가지고 싶다. 아니, 어쩌면 모든 것을 재해석하여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아량 정도를 가지고 싶다.
센세이션, 그것은 나의 우뇌에 한 번씩 자극을 가해주는 짜릿한 충격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그런 청량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