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머니
이시다 이라 지음, 오유리 옮김 / 토파즈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요즘 날씨가 그렇다. 숨을 쉴 때마다 폐에 물이 차는 것 같은 푹푹 찌는 날씨. 아니, 푹푹 찌다 못해, 정말 습습하기 그지 없는 그런 날씨의 연속이다. 날씨 이야기를 왜 했을까. 책을 읽는 동안의 느낌이 습도가 높은 한여름의 오후같지는 않았지만, 책을 덮은 후의 느낌은 그와 조금은 비슷했던 것일까. 아마 그런 생각이 스쳤던 데는 우리가 가장 관심 있으면서도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돈, money 에 관한 이야기. 그렇다고 멀리 있는 것도 아닌 돈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지 못한 곳에서의 배경으로 쓰여져 있어서라고 자부한다. 마켓, 흔히 주식이 돌고 도는 주식의 세계를 표현한 마켓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 그리고 그 안에서의 자신 내면을 발견해나가고, 언젠가는 좌절하고 다시 딛고 일어서기도 하는 마켓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그러나, 이 책은 돈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다. 어찌보면 이 작가, 이시다 이라의 전작들이 청춘소설을 담고 있듯, 이 책 역시나 마켓이라는 어쩌면 생소한 소재를 갖다 붙였는지는 몰라도 결론은 청춘소설이다. 청춘이라 함은 언제나 활기차고 그렇다고 명랑하지만은 않은 뒷배경과 그리고 희망을 담고 있다. 그 희망에서 얻는 희열을 느끼며 청춘소설이라는 장르에 어느정도의 애착을 가지고 있던 나는 이 책에서도 역시 그러한 희망을 보게 된다. 마켓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시라토. 그리고 그 시라토를 마켓의 세계에 끌어들이는 노인, 다이조. 다이조는 시라토에게 이런 말을 한다. 

"러시아의 소설가가 이런 말을 했네, '진정 가난한 사람이란, 모든 사람과 똑같이 가난한 사람을 말한다. 혼자서 고독하게 가난한 사람은 아직 돈을 벌어들이지 않은 부자에 불과하다.' 많은 구경꾼들 속에서 도드라져 보이는 자네는 딱 그런 느낌이더군."

이 글을 읽고는 속으로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혼자서 고독하게 가난한 사람은 아직 돈을 벌어들이지 않은 부자라... 그런 생각이 스치는 가운데 이 책의 스토리는 쉴 줄 모르고 달려갔고, 그 속에서는 종전의 드라마 "쩐의 전쟁"이 스쳐갔다. 어찌, 이 책을 읽으며 이 드라마가 생각나지 않으랴. 어찌보면 스토리는 거의 비슷한 이 책과 드라마. 큰 틀을 같았지만 속의 세세한 부분들은 달라서 읽는 데 재미가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치만 소재가 비슷하다는 점에서는 약간의 흥미를 반감시키기는 했다. 사회의 정당하지 못한 부분을 찾아내어, 마켓으로 인해서 큰 돈을 만지는 게 목표이기도 하지만 노인 고즈카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돈을 잃은, 그것도 거의 나가 떨어지다시피 좌절한 노인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한 마음. 그리고, 그 노인을 돕는 시라토. 둘의 끈끈한 정과 같은 믿음의 끈이 성공적으로 이끌고 그리고 시라토는 마켓을 떠날 줄 모른다. 

자신은 어느 정도 먼 곳으로 떠나려 하지만, 결국은 부메랑처럼 자신이 있던 그 곳, 그 자리로 되돌아오게 된다. 정확하고 치밀하게. 거짓으로 믿고 싶지만 벗어나려 할수록 늪에 빠지듯 돌아오는 사실이란, 거짓이란 것보다 자신을 한없이 아래로 끌어당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글 속에서는 그것이라도 감수하려 했을까. 끝의 결말은 단촐했고 간단했다. 흐지부지하게 늘여놓은 지저분한 것들은 이미 말끔하게 정리해버린 상태였다. 그래서, 마켓이라는 어찌보면 중독성이 강한 그곳에 들어간 시라토가 측은하기보다는 주식으로의 매력으로 나를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흔히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은 게 다행이다. 그렇게 시라토에게, 마켓에 빠져들게 한 이 책은 비록 간단한 정리로 인해서 속도를 따라잡은 데 대한 약간의 아쉬움도 있었지만, 쉼없이 달려가다가 멈춘 우물가에서 한 번 기지개를 펴는 식으로 끝이 났다. 중독되었다가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늘 생각하는 것처럼 위험하기만 한 건 아닌 듯 하다. 그렇게, 나는 책 속에 빠져들어 헤어나오지는 못하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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