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책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읽는 내내 왜, 장 폴 사르트르의 <구토>가 생각이 났을까. 어찌보면, 이야기의 흐름을 찾기 힘들다는 면에서였을까, 아니면 감정의 연속이 글로써 표현되었다는 점이 비슷해서였을까. 전에 친구가 소개해준 <내 이름은 빨강>의 작가, 오르한 파묵. 그저 이 작가의 책이 괜찮다는 친구의 권유에는 어렵다는 말은 들어있지 않았다. 그저, 이 책, <검은책>도 흥미롭겠구나, 하는 아주 미약한 상태의 느낌만을 지닌 채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다, 책이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는 어려움이란 도무지 읽어도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는 문장들이 쉼없이 나열된 것인데, 그러한 면에서, 이 책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책장을 넘기는 속도도 전혀 더디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저 아내인 뤼야가 사라지고, 그녀와 남매인 제랄마저 사라졌는데. 그리고, 그 둘을 찾아나서는 데, 왜! 도대체 왜!, 이스탄불의 역사와 거리의 모습과 그리고 칼럼의 내용과, 전 장의 내용과는 전혀 연결되지 않는 그 무언가가 나오는 것일까, 라는 것에 대한 의문이었다. 문장의 뜻은 이해해도, 개별의 각 문장이 하나씩 이어지지 않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야기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즉, 구성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를 파악하지 못한 채, 그저 하나의 이야기가 시간의 순서대로 주욱 펼쳐진 그런 류의 소설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이었다. 선입견을 가지고 책을 보면,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되고 꼭 다시 읽어봐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구성의 방식을 이해했을 때는, 벌써 내가 이해하지 못한 내용들이 절반을 훨씬 넘도록 지난 뒤였다. 그리고, 도대체 주인공인 갈립이 왜 그렇게도 자신을 찾아가고자 했는지, 왜 제랄과 뤼야가 되고자 했는지를 알게 되었을 때는 수많은 의문점을 남긴 1권이 끝났을 때였다는 말이다.

아직, 2권. 즉, 결론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의 서평은,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소설과 마찬가지고 미흡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간마다 감탄해 마지 않던 문장들의 연속. 구성에 대한 나의 이해력 부족을 제외하고선 보았을 때, 이 책에는 흥미로운 점들이 꽤 많이 서려있다. 이 책의 슬로건인, 이스탄불의 풍경, 소리 냄새로 가득한 미로 같은 소설! 맞다, 그래 이게 초점이었다. 전체적인 숲을 바라보지는 못했어도, 그 안의 나무 하나하나의 단편같은 이야기들은 매력적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그 단편이 어떠한 유기점을 가지고 소설과 연결되어 있는 지는 모르겠어도, 단편 하나의 내용 속에는 흥미를 끌만한 요소들이 가득 들어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지루함이라는 것보다는 이해력 부족이라는 단어가 계속 맴돈채 책읽기를 계속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점점 1권의 마지막으로 치닫을 즈음, 그러니까 구성의 구조도 대략 이해를 하고, 점점 제랄과 갈립의 행방을 찾게 될 그 때쯤, 1권이 끝나버렸다. 사실, 중반을 훨씬 넘을 때까지, 나는 이 책의 1권만을 끝으로 책장에서 멀리하려 했다. 그러나, 이 책의 중간을 넘어서까지 읽은 사람은 알 것이다. 2권을 정말 보고싶다는 것을. 왜 그렇게 주인공 갈립은, 뤼야와 제랄을 찾기 위해서 왜! 그렇게 제랄과 뤼야가 되고 싶어 했는지를. 그리고, 그 과정은 필연적이었다는 것을. 벌써부터, 2권이 기대된다. 기본을 쌓아놓은 후의 수학문제 풀기는, 전혀 모를 때보다 상상을 초월할만큼 쉽듯이, 1권으로 대략의 구조를 이해한 뒤의 2권 읽기는 애초의 1권을 읽을 때보다 훨씬 더 이스탄불의 소리와 풍경과 냄새를 찾아나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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