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7
장 폴 사르트르 지음, 방곤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 <closer> 중에서

Dann: I love you

Alice: Where?
Dann: What?
Alice: Show me
Dann: ...
Alice: Where is this love?
I can't see it, I can't touch it, I can't feel it
I can hear, I can hear some words but I can't do anything with your easy words.
Whatever you say, it's too late.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의 명사. 그리고 갖가지 물건들. 내가 접촉하는, 접촉하지 않는 존재들.

존재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주변의 사물에 관한 자신의 감정들을 써내려 간 글들. 그리고, 그 존재하는 물건이란 것에 바치는 길고도 길은 단어와 문장들. 한 마디로 말하면 책을 읽는 내내 나도 사르트르와 마찬가지로 '구토'가 일었다.


'최선의 방법은 그날그날 일어난 일들을 적어두는 것이다. 뚜렷하게 관찰하기 위하여 일기를 적을 것. 아무리 하찮게 보이는 일이라도, 그 뉘앙스며 사소한 사실들을 놓치지 말 것. 특히 그것들을 분류할 것.' 사르트르는 이렇게 말해놓고 자신의 일기를 써내려갔다. 작년 1월 1일부터 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뒤로는 지금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쓰고 있다. 나도. 그러나, 나의 일기를 어쩌다가 들춰보면 그건 그저 하루 동안에 있었던 굵직한 일들의 요악일 뿐이다. 나의 감정이란, 단지 기뻤다, 슬펐다, 내일을 기대하자 등등.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사르트르의 일기, 길고 길은 하루의 일기. '1932년 1월 29일 월요일'로 시작하는 일기, 화요일이 될 때까지, 정말 24시간이 흐르는 듯 했다. 나는 사르트르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화요일이 될 때까지, 1932년 1월 29일인 월요일 아침에 같이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그리고 화요일 아침이 되면 다시 화요일을 함께 보냈다. 함께 '구토'라는 것을 느끼면서.


사물을 보면서, 그것에 대해 느끼는 존재에 대한 가치와 그 자체. 우리 모두도 하루, 아닌 지금까지의 생을 살면서 존재에 대해 고찰한다.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지금 내가 있는 여기는 정말 내가 있는 것인지, 나는 존재하는지, 아니면 존재한다고 느끼는 것 뿐인지. 정말 끊임없이, 끊임없이. 쉬지 않고 생각하고 나서 또 한 번 생각하면 그 자리엔 '나'라는 존재가 서있을 뿐이다. 

'구토는 나의 내부에 있지 않다. 나는 거기에서, 벽이나 멜빵에서, 그리고 온갖 내 주위에서 구토를 느낀다.' 어쩌면 구토란, 존재라는 의미의 생물에서 나오는 생리적인 현상, 즉 내부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나의 내부에 있지 않다니. 온갖 주위에서 구토를 느낀다니. 그것과 일체를 이루고 있을 뿐이다. 그 속에 내가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단지, 흐름이 있을 뿐이다. 카페에서 엿듣는 대화라든지, 주변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안니와의 만남 등 사건은 있지만, 그것들이 중점은 아니다. 그저 사건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 사건의 과정, 일이 끝나고 난 후의 감정들, 아니 매 순간마다의 감정이 흘러가는 대로 적어내려갔다는 생각이 강하게 느껴진다. 어느 순간, '구토'가 다시 생길 것을 알지만 예전과 달리 존재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부분부터의 대립이 인상깊다. 그래, 존재에 대한 관찰의 사상이 바뀌어진다. 


사물을 관찰하고 거기에서 느끼는 흔한 감정들을 예리하게 잡아낸다. 무의미하고 심심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귀찮음의 절정에서 보여주는 관찰이지만 전혀 무미건조하지 않다. 행동은 비록 여전할지라도 머릿속에서의 관찰에 대한 생각의 흐름의 속도는 빠르기만 하다. 그래서, 좀처럼 그 속도를 따라가기 힘든 내용이지만, 사색, 존재에 대한 사색에 관한 한 이처럼 정확할 순 없다.


나의 이 글도, '구토'가 치미는 계속적인 관찰에 대한 반복적인 리듬을 따르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계속적이며 동시에 반복적이다. 같은 말을 하고 있다. 


 

p.29 무릇 물체들, 그것들이 사람을 ‘만져’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살아 잇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사용하고, 그것을 정리하고, 그 틈에서 살고 있다. 그것들은 유용하다 뿐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것들은 나를 만지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참을 수가 없다. 마치 그것들이 살아 있는 짐승들인 것처럼 그 물체들과 접촉을 갖는 게 나는 두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