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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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평화로움 이면에 존재하는 불안, 마음 깊은 곳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를 아름답게 그려낸 단편집이다. 속이 타들어 가고 내내 시달려도, 겉으로는 표출할 수 없는 그 죄책감과 고통을 세밀하게 묘사해낸다. 결국 그 실체를 직면해야 하는 그 순간에, 우리는 진정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가. 실제로도 크고 작게 겪을 수 있는 우리의 감정 곡선을 글로 정확하게 찔러내는 느낌이다.

“뭔가를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발견의 기회를 없애버리게 되니까요.”

“죄의식은 우리가 우리의 연인들에게 이런 비밀들을, 이런 진실들을 말하는 이유다. 이것은 결국 이기적인 행동이며, 그 이면에는 우리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어떻게든 일말의 죄의식을 덜어줄 수 있으리라는 추정이 숨어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죄의식은 자초하여 입는 모든 상처들이 그러하듯 언제까지나 영원하며, 행동 그 자체만큼 생생해진다. 그것을 밝히는 행위로 인해, 그것은 다만 모든 이들의 상처가 될 뿐이다. 하여 나는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그 역시 내게 그러했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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