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 뒤라스가 펼쳐 보이는 프랑스판 ‘부부의 세계’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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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강렬하다, 무더위도, 감정들도. 책이 손에서 녹아내린다는 더위 속에서 모든 대화나 행동들이 느릿하게 흘러가는데도 그 속에 강렬한 감정들이 숨어져 있다. 그렇지만 그 강렬한 감정들도 결국엔 더위에 녹아내려 원래의 위치를 찾아간다. 다른 남자를 꿈꿔왔지만 기회가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바람을 피워오던 남편에게 돌아가는 사라, 사랑의 종류가 다르다고 해서 그게 공존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라의 남편 자크, 서로를 속박하면서 그 사랑 속의 권태까지 끌어 안는 루디와 지나. 뒤라스는 부연 설명없이 인물들의 대화와 문장과 문장 사이의 마침표에 많은 것들을 내포시켜 놓았다. 그리고 더없이 관능적이다. 짧은 시간을 길게 늘여 놓고 무더위까지 포함시켜 모든 것이 지치고 권태롭게 느껴지도록 해놓았는데, 그마저도 그 감정선을 더욱 밀도 높고 진하게 만들어 버린다. 사랑을, 그리고 사랑이 수반하는 다른 모든 것들을 날것처럼 대담하고 솔직하게 해체시켜 바라보는 그녀의 관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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