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이별 열린책들 세계문학 252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김진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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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이별]
By Raymond Chandler

60년대의 007 영화를 보는 듯한 추리소설. 필립 말로는 하드보일드하고 충동적이며, 거친, 전근대적 마초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탐정이 아닌가 싶다. 조르주 심농의 메그레는 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고 비교적 단순하고 우직한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반면, (물론 그는 말로와는 달리 경찰이다) 말로는 상대가 누가되었건 자신의 부족함이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마음껏 잘난 체와 빈정거림을 뿜어낸다. 007이 떠오르는 이유는 아마 이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저녁영업을 하려고 막 문을 연 바가 좋아. 안의 공기는 아직 시원하고 깨끗하며 모든 것이 반짝거리고, 바텐더는 막 거울에 자기 모습을 마지막으로 비춰보며 넥타이가 똑바로 됐나 머리가 단정한가 점검하고 나오는 참이지. 바의 뒤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병도 좋고 아름답게 반짝이는 유리잔이나 기대감도 좋아. 바텐더가 그날 저녁의 첫 잔을 만들어 빳빳한 받침 위에 내려놓고 작게 접은 냅킨을 옆에 놓아두는 모습도 좋지. 술을 천천히 음미하는 것도 좋아. 조용한 바에서 조용하게 그 날 저녁의 첫잔을 마신다는 건 정말 근사한 일이야.”

“세상의 모든 조용한 바에는 그렇게 슬픈 남자가 한 명씩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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