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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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
by Amor Towles

“환경을 지배하지 않으면 환경에 지배당할 수 밖에 없다.”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이 메세지는 모스크바에 남아있는 어쩌면 유일한 구시대의 인물인 로스토프 백작의 삶을 가장 잘 요약하는 구절이 아닌가 싶다. 그는 크다면 크고 좁다면 좁은 메트로폴 호텔에 가택연금을 당하고 살아가게 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체재가 그에게 내던지는 변화들을 최대한 적응하고 살아간다. 일단 확실한 것은 이 백작이 누구에게든 친절하고 박식하며 매너가 좋은 ‘진정한 신사’라는 점이 독자로하여금 그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그의 삶을 따라가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정말 재미있다.

“안에 든 와인이 무엇이든 간에 이웃한 다른 와인과는 같지 않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같기는 커녕 백작의 손이 들린 병 속의 내용물은 한 국가나 한 인간과 마찬가지로 독특하고 복잡한 역사의 산물이다. 와인의 색깔, 향, 맛은 분명 그 와인이 태어난 지역의 특유한 지형과 고유한 기후를 나타낼 것이다. 그뿐 아니라 와인은 생산된 해, 생산된 지역의 모든 자연현상을 드러낼 것이다… 그랬다. 한 병의 와인은 시간과 공간의 최종 추출물이고, 개성 그 자체의 시적 표현이었다. 그런데도 이곳에서 와인은 익명의 바다로, 평균과 무지의 영역으로 던져졌다. 갑자기 백작에게 상황이 명료하게 이해되는 순간이 찾아들었다. 미시카가 현재는 과거의 자연스러운 부산물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고, 나아가 현재가 미래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 것인지 더없이 명료하게 볼 수 있었던 것처럼 백작도 지금 시간의 흐름 속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이해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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