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라이프 (한정판)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디어 라이프]
By Alice Munro

앨리스 먼로는 캐나다의 평화로운 시골 마을 풍경을 말로 그려낸다. 지나치게 많은 묘사 없이도 담담하고 차분하게, 우리의 발 길이 닿지 않은 다소 폐쇄적이고 낯선 어떤 조용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우리의 가슴속에 파도를 일으킨다. 시대적 배경에 따라 변하는, 혹은 시간의 흐름에 무색하게도 저변에 깔린 그 깊은 관념들이 유지되는 작은 마을 사람들, 도시의 누구도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 줄 것 같지않은 그들의 생각들을 작고 큰 사건들과 엮어 시처럼 우리에게 들려준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다소 자조적인 소설과 일기 사이의 중간 즈음에 위치하는 글들이 몇 편 소개되는데, 신기하면서 당연하게도 그 글 안 안에서 앨리스 먼로라는 작가를 형성하는 몇 가지 경험과 요소, 개념들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앞 서 나오는 단편들을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큰 종양을 제거하며 약간은 우쭐했던 일, 자신이 원한다면 저지를 수 있는, 하지만 저지르지 않는 일들, 조용한 타운에 살며 겪는 도시 외적인 요소들. 그녀의 삶 속 경험들은 그녀의 단편들에 속속들이 잘 배여 카푸치노 위 시나몬처럼,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 조용히 자기만의 깊은 향을 내고 있었다.

“집을 비추던 한낮의 햇빛이 사라지기까지, 늦은 시간까지 켜져 있던 전등빛이 사라지기까지 얼마간 시간이 걸렸다. 무언가를 다 하고, 끝내고, 마무리를 할 때 들리는 일상적인 소음이 사라지고 나면 집은 낯선 장소가 되어갔다.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과 그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일들이 잠잠히 가라앉고, 그들 주위에 있는 모든것들의 쓰임새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가구들도 모두 그 자체의 세계로 물러났다. 더는 누군가의 관심을 받기 위해 그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해방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아마 그랬을 것이다. 자유, 낯선 느낌. 처음에는 아마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잠들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고 결국 새벽이 될 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자 나는 점점 불안해졌다…그때 내가 바라던 것은 이미 잠이 아니었다. 나는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어쩌면 바라지도 않았을 것이다. 무언가가 나를 붙잡고 있었고, 그것을 물리치는 것이 내가 해야할 일, 내가 바라는 것이었다." [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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