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내가 로망 가리의 책들 중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로망 가리의 글이 레니에의 죽음으로 치닫을수록 점점 불안해져갔다. 긴장된 모습으로 스스로의 범행현장을 준비하고 있는 레니에와 함께 나도 같이 식은땀이 흐르려 했다. 그렇게 레니에가 죽었다면, 이 책은 노년의 절망을 구제하지않고 방치하여 독자들에게 미래에 대한, 늙음에 대한 두려움만 남겼을 것 같다.하지만 로망 가리는 레니에를 구제해 주었다. 끝에 몰려 모든 것을 내려놓은 순간이 오면, 오히려 그 순간이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이라고 희망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