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사람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7
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종일 옮김 / 민음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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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고전들이 그렇듯, 읽는 사람이 어느 시기에, 어떤 상황에서 그 책을 접하느냐에 따라 같은 책이 매번 판이하게 다르게, 새롭게 읽힌다. 마찬가지로 나도 내가 고등학교 때 이 책으로부터 받았던 그 느낌과는 굉장히 다른 시선으로 이 책을 접근하게 되었다. 어렸던 10 대의 나는 이 책에서 1900년대 초반의 더블린의 남루함과 부족함이 묻어나는 인간적인 사람들, 그리고 낯선 도시의 매력을 느꼈다면, 20대 후반의 나는 급속도로 변화하고 분열되는 계층간, 그리고 사람들 간에서 쉽게 다른 사람들을 비틀어진 시각과 흠 잡는 듯한 말투로 무시하는, 그리고 그럼으로써 추락하는 스스로의 가치를 어떻게든 보존하고자 하는 이들의 처절한 모습과 가식, 애처로운 행동들, 그리고 무너져 가는 삶을 읽은 듯 하다. [더블린 사람들] 중 가장 인상깊었던 단편은 마지막의 ‘죽은 사람들’이었다. 안으로부터 분열과 붕괴의 시기를 걷고 있는 아일랜드 사람들이 변화하는 역사의 큰 흐름 속에서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와, 선택의 기로에 내몰리는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의 무너져가는 삶 안에서 작은 즐거움과 행복을 찾으며 묵묵히 잘 살아가는 그 모습이 그 전 단편들에서 느꼈던 목 막히던 답답함이 씻겨져 나가는 듯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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