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쏜살 문고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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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공허"이라는 큰 흐름 아래 묶인 피츠제럴드의 단편 5편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나로부터 공감과 탄식을 얻어냈다. '리츠 호텔 만 한 다이아몬드'는 막대한 부 마저도 결국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화려함의 부질없음을, '분별 없는 일'은 결국 그토록 열망하는 것을 얻어내고 나면 그 후에 찾아오는 공허함과 의미의 부재를, '해외여행'은 허영과 '세련됨'으로 무장한 사람들의 텅 빈 마음을 유려하게 풀어냈다. 특히 '해외여행'의 니콜과 넬슨은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을 떠오르게 했다- 자신들 주변의 사람들을 세련된 사람들로 '선별'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파티 초대와 다른 이들의 시선으로 판단하다 결국은 지쳐버리는. '기나긴 여행'에서의 노부인이나 '다시 찾아온 바빌론'의 찰리처럼, 불행의 늪에서 스스로의 방식으로 발버둥쳐서 빠져나오려 애를 쓰는 모습 또한 마찬가지로 깊은 상실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피츠제럴드의 소설들은 화려하고 유려하게 흐르면서도, 100년 뒤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화려함은 결국 부질없음을 알려주는 듯 했다. 지난 100년간, 우리의 허영심과 시기어린 질투, 그리고 자존감에는 발전이 없었던 걸까, 새삼 100년 전 사람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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