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 - 서울 하늘 아래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송기정 옮김 / 서울셀렉션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뻔한 것은 없었다. 외국인이 바라보는, 오리엔탈리즘이 느껴지는 시선은 없었다. 동양의 신비함, 포장되고 제한된 시선이 아닌, 전라도 어촌에서 펄떡이는 날 생선같은 느낌이 확 풍기는 소설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인이 쓴 프랑스 풍의 문학 같은 느낌이었다.
한국에 관심이 많은 소설가여서인지, 아니면 움베르토 에코처럼 사실성을 위해 대단한 사전조사를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작은 디테일, 손가락하트라던가 가수 거미라던가, 동네 미용실의 까만 소파같은 사소하지만 한국을 한국답다 하는 느낌이 들게끔 하는 것들이 소설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문체도 번역 투가 아닌 한국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따듯하고 친근한 느낌이었다. 단지 프랑스 문학 특유의 몽상과 성찰이 녹아있는, 그런 한국소설 느낌이었다.
빛나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수많은 책을 흡수하듯 빨아들여 자기 머릿속에서 새로운 인물을 지속적으로 창조하고 그들의 삶을 탐미한다. 사회에서 미묘하게 단절되고 이용당하지만, 점차 그 사회안에서 살아남는 법을 익히고, 이용당하되 이용할 줄 알게되어 결국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미묘한 감정이 들게 하는 책이다. 사람이 성장하고, 상상하고, 서로를 교묘히 이용하고 배척하지만 또 동시에 이해하고 아끼는, 여러 겹의 우리 자신을 볼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