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
폴 서루 지음, 이미애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각각의 단편들이 모두 장편으로 풀어질 수 있을 정도로 깊이감과 겹겹이 쌓인 감정들이 특히 인상적인 책이었다. 여행 작가가 쓴 소설이라는 책의 설명을 보고는, 각 지역의 색감이 잘 나타나지 않을까 하고 단순하게 집어든 책에서 의외의 감정 소모와 깊이감 있는 독서를 하게 되어 사실 상당히 놀랐다. 낯선 땅에 도망치듯 닿은 사람들, 그 안에서 느끼는 이질감, 공포, 그리고 철저한 외로움. 정말 세상의 끝에 내몰린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한 공포와 공포 사이로 한 번씩, 그러니까 단편과 단편사이의 또다른 단편에서 느껴지는 냉소섞인 시니컬함도 사실 정말 즐거웠다. 강약 조절이 잘 된, 속에서부터 서서히 잠식되는 듯한 공포를 느낄 때 쯤이면 한 번씩 피식, 하고 사람들의 허영과 기만에 웃을 수 있는, 그런 배치와 구성과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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