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말하자면, 아날로그와 오래된 것들에 깊은 애정을 품는 사람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나 특별한 날에 손 편지 써주는 것을 좋아하고, 여행을 가면 꼭 현지에서 엽서와 우표를 사서, 그 여행지의 날인을 받아 오는 그 엽서를 하나 하나 정리하며 행복감을 느낀다. 앤티크 숍에서 오래 전 날인이 찍힌 편지봉투나 우표를 사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앨범에 보관한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 만큼이나 내 스스로의 감정을, 취향을, 그리고 공감을 끌어내는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사실 ‘츠바키 문구점’은, 크게 드라마틱한 플롯이랄 게 딱히 없는 책이다. 물론 주인공 아메미야는 츠바키 문구점에서 사계절을 거치며 주변 사람들을 돕고 도움을 받으며 성장하지만, 나에게 이 책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든다. 마음을 담아 정성스런 편지를 보내고 싶지만, 표현이 부족하거나 글씨가 예쁘지 않아 아쉬워 하는 이들에게, 차를 한 잔 대접하며 의뢰인에 따라 지류와 필기구, 우표까지 세심하게 골라 그 마음을 전달하는, 그 마음이, 그리고 그 디테일들이 이 책의 가장 소중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가슴이 포근해진 느낌. 오늘은 자기 전, 서귀포에 있는 영빈이에게 편지를 쓰고 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