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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티비에서 이 광고를 보고 뜨악~ 했다.
조수미의 우아한 노래소리를 나즈막히 깐 화면 속에서
역시 우아한 장진영과 인물들이
우아하게 춤 추듯 돌아다니는 이 광고.
(장면별로 다 캡쳐했으니 주욱 보면 광고의 흐름을 알 것임)
내가 이 광고를 비판하는 정서의 일부는 롯데라는 기업에 대한 반감도 약간 있을 것이다.
악덕기업이라는 이미지(정확히 어떤지는 잘 모른다. 거래 중소기업에 악랄하다는 정도만 들었다.)도 있고
LOTTE라는 기업명의 L을 따서 갖다 붙인 LOVE, LIBERTY, LIFE라는 표어도 웃긴다.
기업들이 누가 봐도 별로 납득가지 않고 너무 뻔하게 가식적인 표어를 표방하는 건
기업이미지 광고에서 흔한 일이긴 하다.
삼성의 '또 하나의 가족' 광고 시리즈를 봐도 삼성이 정말로 따뜻한 기업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듯,
롯데건설이 내세운 '3L' 표어 역시 아파트와는 전혀 관계없는 표어들이다.
영어를 배운지 얼마 되지 않은 중학생이 (요즘은 영유아 시절에 배운다지만 암튼)
영어 첨 배우는 재미에 쉬운 단어를 일기장에 그려넣던 수준을 넘지 않는 표어들이다.
하지만 이런 유치한 표어보다도 내 눈을 끌었던 건 광고의 배경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유럽식 전통의상을 입고
유럽의 고전음악을 연주하는 배경음악에,
성 내부의 화려한 방에서 실내악단(이것도 '챔버 오케스트라'라고 해야 더 폼난다.)이 등장하고
주인공을 제외하면 전부 백인 뿐이다.
과연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향하는 '고상하고 우아한 상류의 삶'이란 저런 것일까? 저런 것이어야 할까?
'좋은 것', '품위 높음'의 기준을 모두 서양의 중세에 내어준 것이
롯데건설이라는 기업만의 현상도 아니고 우리나라만의 현상도 아니다.
중국의 tv광고에도 '서양적인' 것은 고급스러운 것, 품위있는 것을 상징하도록 사용된다.
일본은 거의 대놓고 탈아입구(우린 아시아 안할래~ 우린 서양(구라파;유럽)에 들어갈래~)를 외친다.
외국인이 젓가락질 하는 건 그저 재밌을 뿐이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스테이크 먹을 때 칼질 못하는 건 문화 수준이 떨어지는 것으로 여긴다.
학생이나 직장인이나,
같은 말이 있어도 가급적 영어 약자로 해야 더 전문적이라고 느낀다.
(그나마 우리말 표현은 드물고 대부분 번역된 한자어들이기 때문에
같은 외래어를 놓고 굳이 영어를 줄이자고 하기도 멋적긴 하다만)
요즘 인터넷에 거의 매일 같이 등장하는 '중국의 엽기 사진'류를 보며 사람들은 웃는다.
읽을 수 없는 한글이 새겨진 한국 영화나 드라마 DVD의 겉표지를 보고,
'장우혁'이라고 쓰여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중국 거리의 청년을 보고,
'윈도우에 치명적인 오류가......'라고 쓰여진 티셔츠를 입은 천안문 광장의 아가씨를 보고 말이다.
중국에서 지내면서 그들을 보며 웃을 수만은 없었던 건,
자신의 문화를 숭배하는 아시아인을 보며 서양사람들이 느낄 우월감을 알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은 이제껏 남의 문화를 숭배하기만 해온 탓에
다른 나라에서 한국 문화를 추구하는 것이 영 신기할 뿐이지만
뿌리깊은 우월감을 가진 서양인들은
아시아인들이 자신의 문화를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것을 당연스레 여긴다.
경제규모가 어떻고, 한국 상품이 어떻고, 한국 문화의 위상이 어떻느니 하지만
서양 문화를 숭배하고 스스로를 비하해온 우리의 노예근성은 여전하다.
서양사람이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건 별난 이야기거리로 여기고
한국 사람이 프랑스의 고성을 보며 그 화려함을 동경하는 것은 품위라고 여기는 것 말이다.
그런데 롯데 건설의 LOTTE CASTLE 광고를 보면서 더 안타까운 것은
그러한 비굴한 문화적인 태도를 한 건설사의, 한 광고 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에게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세기 전 상해의 한 공원에 '개와 중국인은 출입 금지'라고 써붙인 유럽인들의 거만한 태도 반대편에는
그 태도에 순응하며 그 긴 시간이 지나도록 자신을 비하해온 아시아인이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