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이 황우석 교수의 난자 취득 과정에 문제제기를 한 이후로

MBC는 이래저래 욕을 많이 먹고 있다.

본 방송을 못 봤기 때문에 PD수첩의 비난? 비판? 수위가 어느 정도였는지 모르겠다.

난자취득 과정이 얼마나 문제였는지도 윤리적이다 아니다, 확실히는 모르겠다.

다만 난자는 내 생각엔 반쪽 세포덩어리에 불과할 뿐이고

거기에까지 인격을 부여하고 생명윤리를 논하기엔 오버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난자제공자가 신용불량이라 돈이 궁해서 난자를 제공했는지

명품가방을 사려고 난자를 제공했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본인 문제일 뿐.

 

 

평생 생명공학만 해온 황우석 교수는 체세포 복제에 성공해서 일약 스타가 되었다.

그 이후 국가요인급 경호를 받고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일이 편치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느끼는 이공계 학자들의 특징 중에 하나는

여건만 된다면 다른 거 신경 안쓰고 하고 싶은 연구를 계속 하는 거다.

줄기세포 허브 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인터뷰를 하고 매스컴을 타는 일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되었을텐데

이번 난자취득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 때문에

연구성과에 흠집이 가고 또 다시 언론의 폭발적인 관심 대상이 되는 일이

본인에게 얼마나 골치아프고 괴로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PD수첩이 정말 기자적 임무감에서 취재 보도를 한 건지

아니면 언론인들이 쓴다는 표현대로 '섹시한' 거 하나 터트리고 시청률 만회 해보려고 한 건진 알 수 없다.

역시 방송을 안 봤던 고로...-_-;

아무튼, 내가 방송을 안 봐서 잘 몰라서 그런 걸까,

네티즌과 시민들이 PD수첩과 MBC를 비난하는 강도가,

황우석 교수를 옹호하는 정도가 상식을 벗어난 광기의 수준으로 느껴진다.

 

촛불시위를 하겠다느니,

1인 시위를 했다느니,

PD수첩 광고 12개가 전부 취소되었다느니,

MBC 불시청운동이 벌어져서 하루 종일 시청률 10%를 한 번도 못 넘기는 기록을 세웠다느니...

 

 

진보진영에서 뭔가 개혁을 할라치면 늘 등장하는 조중동의 표현 중에 하나는 '국론 분열' '분열 조장'이다.

IMF가 터지고 금융자산이 많은 부자들이 몰래 웃으며 '이대로!'를 외쳤다는데

수구보수의 본질은 역시 현상유지인가보다.

현상에 어떤 문제가 있던지간에 거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왕따를 각오해야 한다.

숫자로나 파워로나 게임이 안되는 미약한 진보진영에서

가끔 목소리라도 내면 그건 '국론 분열', '분열 조장'이 되어버린다.

결론은 "이대로"다.

그리고

문제가 있는 건 알지만 변화는 더 싫어하는 국민이 그런 분위기를 뒷받침해준다.

 

이번에 PD수첩의 보도가 선정주의, 영웅 흠집내기였는지,

진정한 기자정신의 발로였는지는 시간이 가면 조금 더 선명해질 것이다.

생명공학도, PD수첩의 보도도 나의 관심사가 아닌 고로 그에 대해서는 더 궁금한 것도 없다.

그저 우리나라가 얼마나 경직되고 관성이 강한 사회인가 다시 느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난세를 해결해줄 영웅을 절실히 원한다는 것도 느꼈다.

조정의 불신과 라이벌의 훼방으로 어려움 속에 '민족을 구한' 이순신장군과 같은 사람 말이다.

그래서일까, 황우석 교수는 연구 이외의 활동에서 물러날 것이며 '백의종군'한다는 표현을 썼다.

황우석 교수를 황우석 교주로 모시는 사람들의 과도한 기대 역시

황우석 교수에겐 큰 부담일 것 같단 생각도 든다.

황우석 교수의 난자취득 과정이 그렇게 문제가 있었을까, 짧은 지식으론 의문이 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대 의견은 온 나라가 들고 일어나 밟아버리는 것은 확실히 공포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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