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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평점 :
말에도 깊이가 있을까? 이 자리를 빌어 소개할 『밤이 선생이다』는 이 질문에 대한 노학자의 탁월한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책이다. 말에도 깊이가 있다. 한 사람이 하는 말, 쓰는 글은 그 사람의 고유성을 드러내주는 좋은 방식 중에 하나인데, 그 사람의 삶의 기억들과 사유의 흔적들이 하나의 단어와 문장에 쌓여있기 때문이다. 말의 깊이가 있고, 말의 깊이가 한 사람의 삶의 깊이를 견줄 수 있는 하나의 척도가 된다면, 보다 깊이 있는 삶을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기억의 두터움과 타인과 사회의 맥락을 살피는 섬세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따져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황현산 선생님의 글은 ‘말의 깊이와 삶의 깊이’를 보여주는 전범(典範)이다. 자신이 살아온 시대의 기억을 단정하고 아름다운 말로 녹여내며 우리에게 이렇게 조심스럽게 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 단정적으로 결론짓지 않지만,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각자의 현재를 두텁게 만들기를 권유하고 있다. 다시 말해 눈앞의 시간, 눈앞의 고통, 눈앞의 이해타산에만 머물지 않기를, 더 나아가 잊혀진 시간, 타인들의 고통과 삶을 자기의 것으로 껴안고 사는 삶이 ‘깊이 있는 삶’이라는 것이다.
깊은 겨울 밤, 자신의 말과 삶의 깊이를 생각해보며 노학자의 말의 깊이와 삶의 깊이를 자신의 것과 견주어 보는 것도 추위를 이겨내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