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그림을 그리는가? 북노마드 예술아카데미 Post Studio 1
정재호 외 지음 / 북노마드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창조적인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오늘 오전부터 몸이 으스스한게 감이 좋질 않았다. 주말에 산 새 운동복을 입고 출근길을 나서는데 한편으론 신나지만, 배가 슬슬 아픈게 어딘가 기분이 좋질 않았다. 오전에는 어떻게 버텼는데, 점심을 먹고 나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의무실 신세를 졌다. 오후 내내 링거를 맞으면서 자다가 음악을 듣다가 하도 심심해서 빌려둔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 대해서 한 마디 하고 싶어졌다

책 제목에서 순수한 비장미가 흐르는데, 바로 <나는 왜, 그림을 그리는가?>이다. 미술 관련 종사자들이 강연한 것들을 모아둔 책인데 내용이 꽤 흥미롭다. 그러면서 나는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실제로 미술을 공부한 친구들도 있고 제목의 <그림> <음악>, <사진>, <논문>, <평론>, <소설>, <시나리오>, <영화> 등등 으로 바꿔읽는다면 다들 자신의 이야기라고 느낄법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 이런 '창조적인 일', 대단한 것은 아니더라도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길을 보여주고 또 그 안에서 기쁨을 느끼고 돈을 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러면서 무엇인가를 만들면서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가장 주의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최소한 책의 첫 번째 챕터에서 말하는 문제의 핵심은 "지속가능성"이다. 내가 그림을 그려서, 영화를 만들어서, 논문을 쓰면서, 시나리오를 쓰면서, 그 무엇인가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 조건을 구축하고 있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우리는 최소한 지금의 시점에서 가장 중차대한 결정을 하게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좀 투박하게 말하자면, '생활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소위 말하는 '예술가'가 될 것인가라는 선택 말이다. 정재호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그런 선택은 그리 적절한 물음이 아닌 것 같다. 그는 "작가는 직업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돈도 벌기 힘들다. 작가는 직업이 아닌, 삶의 태도 또는 세계를 어떤 형태로 지향하는 모습이다. 그러니 작가가 되길 원한다면 먼저 직업을 가져라. 나는 작가의 삶을 산다는 건 투잡 인생이라고 생각한다."(p.20)

조금 냉정한 말인듯 싶지만, 운수로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은 모든 사람들에게 이 말은 뼈아픈 진실일지도 모른다. 뼈아픈 진실 앞에서 우리는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 균형감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러니까 생활과 자신의 작업 사이의 균형이야말로 우리가 견지해야 할 자세이고, 이런 균형감에서 지속가능성이 생긴다. 순수한 열정은 착취당하기 쉽고 착취 속에서 금새 사그라들 수 있다. 지나친 영악함은 돌이킬 수 없게 자신을 본래적인 열망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수 있다

말은 쉽지만 실행은 어렵다. 하지만 '창조적인 일'은 본질적으로 '자기 자신 외에 근거를 두지 않는 일'이다.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이 단지 모방을 하거나 반복적인 재생산이 아니라면, 자기 외에 근거를 둘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 불안하고 더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열정으로 이겨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불안은 단지 견뎌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다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어떤 기쁨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오직 자신에게 근거를 두는 고독한 일이라면, 그 고독의 결과물이 철저히 무시될 수도 있는 일이라면, 뼈아픈 진실로서 '투잡 인생'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기나긴 외줄타기 속에서 자신만의 균형감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서 계속 그 창조적인 작업에 몰두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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