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정원
조경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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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정원은 자살에 실패했던 사람들이 어떻게든 죽고 싶어서 입주하는 곳이라는 소문이 있어요."  (p.17)


영종도 하늘도시 외곽에 있는 주상복합 빌라 '안락정원'.. 이곳은 자살에 실패한 사람들이 입주하는 곳이라는 소문이 있는 곳이다. 조력자살을 해준다는 소문도 있고. 주인공 테오는 소문만 무성한 안락정원에 들어가 동생 테린의 행방을 찾기 위해 목숨 건 가짜 자살 소동을 일으킨다. 담당 형사였던 수복에게 안락정원의 명함을 받는데 성공하는 테오는 입주자들을 담당하는 정신의학과 의사 익선과 상담 후 건물주 회장과 대면하게 된다. 면접 보는 것 같은 입주절차를 거치고 입주하게 된 테오. 안락정원에서는 규칙이 있는데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주어진 일을 해야 한다.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하는 순이할매에게도 점점 익숙해지는 안락정원에서의 시간. 


안락정원에서 동생의 흔적을 찾기 위해 편의점 직원 두호에게서 많은 정보를 듣는다. 건물주가 조폭을 거느리며 사채업을 하고 있고 상가가 소유가 많다는 것, 사람의 눈빛만 봐도 그 사람을 꿰뚫어 본다는 이야기.. 의사 익선, 형사 수복 또한 안락정원의 입주민이라는 점. 반찬가게를 하고 있는 선희 사장은 평소 말이 많지 않으며 입주민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고,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현빈 사장은 안락정원의 입주민이'었'다는 점..  그리고 안락정원에 있는 입주민들은 모두 한때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이라는 점.... 


누군가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누군가는 죽음을 갈망하지만, 그 누구도 죽음의 본질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테오 자신도 그랬다. 어쩌면 태어나는 것처럼 죽음도 초월적인 존재가 관장하는 미지의 영역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목적 없이 태어나 죽음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왜 그토록 열심히 살아가는 것일까?  (p.145)


유독 402호의 입주민은 볼 수가 없었는데 식사를 꼭 방으로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402호에 사람을 감금한 건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 테오. 동생이 있을 거라는 생각 또한 짐작해 보기도 하지만.. 402호의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는 테오. 안락정원 그리고 입주해있는 사람들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테오는 안락정원도 그 안의 사람들에게도 한껏 느슨해진다.. 


생각해 보면 테오는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했는지조차 모르면서 무조건 도망치기를 반복했던 사람이었다. 언제나 그랬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을 테오는 항상 직면하지 않고 외면하기만 했다. (p.113)


다양한 사연을 가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숙연해지다가도 나도 모르게 응원하고 있었다. 부디 오늘을 잘 보내고 내일도 만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삶은 늘 그렇게 고달프고 구차해서 도저히 견디기 힘들 것 같다가도, 또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웃음이 찾아오는 순간도 있는 모양이었다. 누구에게나. 속절없이.  (p.179) 


유난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김복남 할아버지의 죽음을 직접 지켜본 테오, 생각도 못 한 순이할매의 죽음에 순이할매가 늘 소지했던 야구 방망이를 안고 오열하는 테오의 모습에 왜 그렇게 마음이 아프던지.. 평소 순이할매가 테오에게 툭툭대는 것 같았지만 그 안에 따뜻한 정을 고스란히 담았어서.. 그걸 알았기 때문에.. 순이할매와의 이별은 너무 슬펐다. (순이할매 가지 마아... ㅠㅠ)


"살다 보면 정말 좋은 날도 올까요?"

"당연하지. 죽을 만큼 힘들 때도 있지만, 그것도 다 지나가는 거야. (…)"  (p.250)


안락정원은 깊은 상처에 휘감겨 지금도 오늘도 내일이 싫은 이들이..  살고 싶지 않은 이들이 살아갈 수 있게, 살아갈 용기를 쥐여주는 곳이 아닐까.. 반복되는 하루지만 평범하고 보통의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따뜻하고 다정한 곳인 것 같다. 안락정원에 대한 생각이 처음과 달라지는 테오의 변화도 인상적이었다.  (아! 두호의 정체에는 깜짝 놀랐다. (이 나쁜노무시끼...))  


죽음이라는 알맹이를 쥐여주고는 주어진 삶을, 마주할 내일에 애틋함을 가지게 해주는 소설 『안락정원』  ... 반복되는 삶에 지쳐있다면, 내일을 마주할 용기가 없다면,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면.... 읽어보면 좋겠다..  순이할매의 다정함(250~251쪽)에 잠시만 머물러있기를.. 아마 울고 있겠지만 조금은 위로가 될지도.... 이 책, 추천합니다. 




#안락정원 #조경아 #나무옆의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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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을 위해 죽음을 묻다 - 《파이돈》에서 《팡세》까지, 삶과 죽음을 읽는 철학 수업
최대환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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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을 읽는 철학 『좋은 삶을 위해 죽음을 묻다』



좋은 삶을 위하여 죽음을 묻고자 합니다. 인간의 삶은 시간 속에 있으며 시작과 끝을 지니기에, 삶의 의미는 죽음의 문제를 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철학의 사유가 인간에 대해 묻고, 삶의 의미에 대해 묻고자 한다면, 죽음에 대해서도 물어야 합니다.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은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한 물음입니다. _ 프롤로그 중에서


역사적 고전에서 배우 수 있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좋은 삶을 위해 죽음을 묻다』 .. 

<신곡>, <파이든>, <고백록> 등등 그리고 플라톤, 아우구스티누스, 단테, 소크라테스 등등-  서양의 옛 철학자들에게서 '죽음'에 대해 묻고 그로부터 '좋은 삶'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좋은 삶을 위해 죽음을 묻다』 .. '삶과 죽음'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조금은 색다르게 접근한듯한 굉장히 흥미롭고 유익한 도서이지 싶다. 


죽음을 인정하면서도 좋은 삶과 행복을 허무함과 두려움 없이 추구하는 태도는 소크라테스가 보여줬듯이 이론적인 지식으로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덕을 함양하고 훌륭한 행위를 수행하고 인생에 걸쳐 삶의 방식이 덕의 실천에 부합되도록 애쓰고, 그 보람을 즐기는 가운데, 마침내 자기 자신을 설득하고 편안함에 이릅니다. 죽음이 없어야 좋은 삶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삶이 죽음을 자연스럽고 초연하게 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줍니다.  (p.58)


모든 철학자의 이야기가 좋았지만 저자가 언급한 세네카의 철학은 조금 더 기억에 남았다. 인생의 짧음을 기억하고 자신의 삶을 살고 오늘을 소중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세네카. 아마 요즘 나의 삶의 분위기에 딱 맞는 이야기여서 공감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D 


세네카에게 있어 철학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시간을 사는 것이고 과거를 기초로 하여 인생을 허무하게 흘려보내지 않으며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수명의 길고 짧음과 상관없이 삶은 충분하고 충만해집니다. (…) 자신의 시간을 살지 못하며 과거에서 성찰을 길어내지 못하고 현재를 분주함 속에 흘려보내면서 미래에 대해 헛된 기대를 하거나 불안에 사로잡힌 사람은 어느 순간 막다른 골목처럼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세네카는 이러한 사람은 삶을 '마치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쫓겨나는' 비참한 처지에 놓인다고 말합니다.  (p.128)


천천히 읽었다. 느리지만 천천히 생각해 보았다.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을 마주한다면 나는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제대로 정신 차리고 애도할 수 있을까. 『좋은 삶을 위해 죽음을 묻다』에서는 철학적으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아마도 죽음에 대한 성찰을 통해서 좋은 삶일 수 있게 조금의 힌트를 전해주는 것 같았다. 직접적으로 죽음을 대면한 적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그런 상황에서의 나는 어땠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이 책을 읽고 죽음을 제대로 바라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끝의 나를 떠올렸더니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잘 살아야겠다는 괜한 다짐이 들었다.  :D 


책 속의 철학자들은 조금씩 다른 시선에서 이야기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들을 통해 결국 지금을, 현재를 잘 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게 아닐까.. 죽음에 대해, 삶에 대해, 인생에 대해 뭔가 흐르는 시간에 대해 허무함이나 공허함이 든다면 읽어보면 좋겠다. 


철학적인 이야기지만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차분하게 읽어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 되어줄 것 같다. 좋은 삶을 살고 싶다면 용기를 받아 가는 책이 되어줄 것 같은 『좋은 삶을 위해 죽음을 묻다』 ..  추천 추천.   :) 




#좋은삶을위해죽음을묻다 #최대한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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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다커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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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저택에서 펼쳐지는 죽음의 릴레이 『데이지다커』 



영국의 외딴섬에 있는 100년 된 저택 '시글라스'에는 <데이지 다커의 작은 비밀>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데이지 다커의 할머니가 살고 있다. 혼자 살고 있지만 아들과 며느리와 세 명의 손녀들이 있다. 가족보다는 자신의 일이 우선인 아들 프랭크 다커, 배우가 꿈이었고 세상에 나가고 싶었지만 세 아이의 엄마가 된 며느리 낸시 다커, 수의사가 된 첫째 로즈, 이기적이고 배려 없는 열여덟에 딸을 낳았지만 일도 하지 않고 가족에게 의지하는 둘째 릴리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자주 멈추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막내 데이지. 릴리의 딸 트릭시도 심장질환을 앓고 있어 할머니와 자주 함께 지내고 있다. 


병치레가 잦은 데이지는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할머니가 주로 돌봐왔다.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할머니와 보내는 시간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언니들의 따돌림에 데이지는 혼자 지내기 일쑤다. 독서를 즐거며 할머니를 좋아해 시글리스에 머무는 것을 좋아하는 데이지. 할머니는 데이지에게 늘 데이지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는데.. 데이지의 실수 혹은 작은 복수를 남들에게 숨겨주기도 했다. 


할머니의 여든 번째 생일을 맞아 가족들이 시글리스에 모인다. 한 점술가가 할머니는 여든에 죽을 거라 예언했는데 할머니는 이를 믿고 가족들을 모두 모인다. 할머니의 재산을 받고 싶어 했던 가족들은 할머니의 유언 발표에 기대를 한다. 하지만 재산은 가족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증손녀 트릭시만이 할머니의 재산을 물려받게 되는데.... 이에 불만을 드러내는 가족들. 오랜 세월 동안 할머니에게 이름뿐인 가족들. 그리고 가족이라 무방해도 될 만큼 가까운 이웃인 코너 케네디. 그런데 그들이 하나씩 죽어간다.    


할머니가 웃으면서 말했다. "너의 비밀은 무덤까지 가져가 줄게. 난 너를 제일 좋아하니까. 넌 의사들의 말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면 돼. 아인슈타인이 그랬지. 약한 사람은 복수하고, 강한 사람은 용서하고, 똑똑한 사람은 무시한다고. 성공이 가장 짜릿한 복수란다." (p.239)

시글리스 저택에는 분명 다커 가족과 코너 케네디만이 있었는데... 한 시간 간격으로 한 사람씩 죽어가는 게 영 이상하다. (사실 시글라스는 만조가 되면 탈출이 불가능했기에 죽음을 피할 수 없기도 했다.) 도대체 범인은 누구이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도대체 왜? 가족끼리 재산을 차지할 욕심에 칼부림이 나기도 한다던데 이건 가족 중에 범인이 있을 것 같지만.. 도무지 감이 안 잡히는 전개.. 만약에 이들 중에 범인이 있다면 가족들에게 늘 소외되고 외면받았던 데이지가 한 일은 아닐까..? 아니면 다른 인물? 거듭 의심이 들었지만... 왁. 생각지도 못한 반전. 


이미 이기적이고 파렴치하고 경악할 수밖에 없는 다커 가족들의 모습이 너무나 질려있었는데... 머리가 띵해지는 그들의 만행이... 코너 또한 생각도 못 했다.. 하. 진짜 화나화나!!! 정말 충격. 안쓰럽. 또르르. ㅠㅠ 


코너가 다시 완강하게 말했다.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니까."

코너의 말은 거짓이었다.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고, 우리는 매일 선택하고 후회한다. 그날 밤 코너는 인간성을 상실했고 끝내 되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p.349)

가족들은 진실을 숨겼다. 할머니는 그걸 알게 되었고. 데이지를 위하고 싶었던 할머니가 선택한 방법이 릴레이 죽음이라니...... 심지어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인해 마주하는 죽음.. 그리고 정말 완전 반전. (이야- 진짜 생각도 못했다...ㅋ)


모두 네 언니들의 미래와 자기들의 체면, 훗날 물려받게 될 유산을 지키려고 굳게 입을 다물었던 거야. 그래서 나는 내 재산을 단 한 푼도 나눠주지 않기로 마음먹었단다. 내 가족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박정한 인간들인지 모르지 않았어. 그 녀석들은 내게서 너를 앗아갔고, 참혹한 죽음의 진실을 숨겼지. 고민 끝에 그 녀석들이 지은 죄를 결코 용서해서는 안된다고 결론지었어. 넌 언제나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였지. (p.360)


할머니가 데이지를 아끼는 마음이 크게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했다. 가족의 의미도 생각해 보게 되고 그보다 선과 악은 언제나 함께 있음을 새삼 느꼈던 것 같다. 재밌네, 이 책.  :D 앨리스 피니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 




#데이지다커 #앨리스피니 #AliceFeeney  #밝은세상 #장편소설 #소설추천 #추천소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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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맨 - 뉴욕의 컨설턴트에서 시골 우체부로, 길 위에서 찾은 인생의 진짜 목적지
스티븐 스타링 그랜트 지음, 정혜윤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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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컨설턴트에서 시골 우체부로, 길 위에서 찾은 인생의 진짜 목적지 『메일맨』



남부럽지 않은 잘나가던 컨설턴트 스티븐 스타링 그랜트. 갑작스레 찾아온 팬데믹으로 인해 직장을 잃었다. 세계적인 기업에서 유능한 마케팅 컨설턴트로 커리어를 쌓아온 그였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암 투병 중이던 그는 건강보험 자격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고향으로 내려가 미국 연방우정국의 우편배달부로 일하게 된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벗어나고 싶었을 고향으로 다시 내려간다는 것 그리고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되는 것이... (아.. 나 또한 그랬.. 다시 내려와 다른 삶을 적응하는 데에 엄청 오래 걸렸던 기억이 나서 너무 공감되는 부분... ) 심지어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물론 처음은 다 그렇지만 워낙 자신의 분야에서 잘나가던 사람인지라) 아마도 자신감이 하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는 자신에게 실망하는 일이 잦았다. 


나는 초보 배달부의 평균 수준을 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그 이하였다. 집중력이 부족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느리고 실수가 잦았다. 분명 곧 잘려서 가족을 실망시킬 것이었다. 이 일을 완전히 말아먹을 것이고, 그건 온전히 내 탓일 것이었다. 나는 자기 기만의 황야에서 길을 잃은 참이었다. _ <제11장 때론 이긴다는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


우편배달 일을 하면서 눈물도 많이 흘리고 힘들지만 견디고 버텨가는 과정에 마음이 몽글몽글했다. 나 또한 겪은 과정이었기 때문에 연민이 생기기도... ㅠㅠ 우편배달 일은 단순하고 쉬워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도대체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면 왜 그렇게 무시하고 쉽게 대하는 걸까. 


"책임지세요!"

그 말투, 그게 정말 거슬린다. 한심하다는 듯 거들먹거리며 아래로 내려다보는 듯한 그 말투가. 인간이 아니라 우편배달부로만 보는 것. 개가 물어도 되는 무엇, 농담거리. 그래서 그녀는 그렇게 내게 상처 주는 말들을 뱉어냈던 것이다. 나를 땅바닥까지 끌어내리는 말들, 아프게 만들고 작아지게 만드는 말들을. _ <제25장 영혼이 캄캄한 한밤을 지날 때>


날카로운 말들이 그대로 꽂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상황들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어떻게 했더라. (사실 지난 기억들이 떠올라 마음이 가라앉기도 했다.)  꼭 다정하지 못한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커피 한 잔을 내어주는 다정한 이웃들도 있었다. 그는 그렇게 또 힘을 낸다.  


팬데믹, 해고, 질병.. 중년의 남자가 아득하고 캄캄한 길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무너진 삶에서 어떻게 지탱하는지를 보여준 『메일맨』 ..  일부의 내용만이 담긴 가제본이었지만 그의 인생의 길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 새로운 것이 쉽지 않은 중년의 남자의 찡한 이야기.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직장인들, 중년의 누구나, 팬데믹을 겪은 누구나.. 그냥 인생의 막막함에 어쩔 줄 모르는 누군가에게는 따듯한 응원이 되어 주지 않을까.. 공감되기도 했고, 짠하지만 유쾌하기도 했고 내가 받은 위로와 응원을 저자에게도 전해주고 싶었던..  『메일맨』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D




#메일맨 #스티븐스타링그랜트 #웅진지식하우스 #에세이 #외국에세이 #추천에세이 #추천책



* 출판사로부터 도서(일부 수록 가제본)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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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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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어스클럽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정신병원에서 자란 소년의 시선으로 보는 삶과 죽음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정신병원이 집이었던 소년 요아힘의 이야기. 주인공은 책 속 어린이청소년 정신병원의 막내아들이지 작가 자신이기도 하다. 정신질환자를 보다 많이 보고 듣고 하는 삶을 살고 있다. 환자들의 이름에서 알파벳을 익히기도 하고, 불안을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환자들을 관찰하고, 밤마다 알 수 없는 그들의 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소년 요아힘. 보통 사람들과는 조금은 다른 환경과 이웃이 있다. 하지만 요아힘은 그들을 두려워하지도 불편해하지도 않는다.  (오..!?)  오히려 요아힘은 세상과 가족 때문에 지치고 힘들어한다. (뭐.. 그럴 수 있지...) 


나는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렸다가 다시 이를 악물고는 나 자신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증오에 찬 얼굴은 찬물을 수없이 끼얹고 나서야 가까스로 지워졌다. 나는 이런 내 모습을 봤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일기도 했지만 동시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나의 이 두 번째 얼굴은 어디서 온 것일까? 혹시 내 진짜 얼굴일까? 정말 처음으로 나 자신을 본 것일까? (p.125)

요아힘은 소년에서 청년으로 자라는 동안 잃어버린 사람들 혹은 다시 만나지 못할 사람들 그리고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이 언제든 있음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위로를 건네고 깊은 울림과 눈물이.... ㅠ  그래서인지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들의 문장들도 있었다. 


작은형의 사고사 이후 어머니와 아버지는 딴사람이 되었다. 다시 일을 시작했고, 슬픔 속에서도 서로를 위해주고, 함께 밥을 먹고, 셋이서 텔레비전을 보고 산책을 했음에도 모두 지난 시간의 시뮬레이션에 지나지 않았다. 내 눈엔 자신들이 누구였고, 예전의 삶이 어땠는지 기억하려 애쓰는 사람들 같았다. 간신히 유지되는 일상의 틀 속에서 서서히 실제적인 삶이 다시 피어나길 소망하면서. (p.389~390) 


소년의 유년기에는 가족 중심의 이야기가 많았는데 정신병원 의사이기도 하고 뭔가 일을 잘 벌이는 스타일의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잦은 뒷수습에 지쳐 보이는 어머니, 피를 나눈 형제 반려견, 그리고 형들... 여느 가족들과 비슷하게 안정적이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가족의 모습..  그러다 시간이 흘러 마주하는 사고, 죽음... 찬란한 어린 시절의 빛이 점점 잃어가는 시간의 흐름... 책을 읽었지만 필름을 본 것 같은 기분이다. 







아버지는 나를 바라보지 않고 말을 시작했다. "요세, 날 보러 와줘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내가 말이 많지 않아서 미안하지만 지금은 정말 모든 게 엉망이야. 더는 일을 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퍼. 난 항상 이 일을 정말 좋아했어. 여기 있는 아이들이 너무 좋아.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거칠고 활달한 아이들의 꾸밈없는 모습이. 이 아이들은 행복하면 그냥 행복해하고, 화가 나면 그냥 비명을 질러." 아버지는 잠시 나를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참, 이상하지. 나는 내가 왜 소위 정상적이라고 하는 사람들보다 소위 정상적이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 속에서 항상 더 편안함을 느끼는지 자주 생각했어. 사람들의 잰체하는 태도, 가식적인 행동, 위선적인 말이 싫었어. (…)" (p.456~157)


아버지에게 다가오는 죽음에 이상하게 더 따듯함이 느껴지는 가족애... 뿌앵... 슬픈데 느껴지는 따뜻함이라니... 가족이니까... ㅠㅠ 


나는 죽은 아버지 옆에 바짝 붙어 누웠다. 우리 밑에서는 여전히 매트리스가 작동하고 있었다. 몽롱했다. 아버지는 아직도 따뜻했다. 우리는 몸을 붙인 채 움직이는 매트리스를 타고 어딘가를 떠돌았다. 그러다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도 아버지는 여전히 따뜻했다. 아버지의 등이. 그때 깨달았다. 그게 아버지의 체온이 아니라 전기 매트리스의 온기였음을. 나는 일어나 전원을 껐다. (…) 아버지는 빠르게 식어갔고 갑자기 낯설어졌다. 그제야 죽음이 무정하고 냉혹한 것임을 실감했다. 밖이 밝아오고 있었다.  (p.472) 

책의 끄트머리로 갈수록 자꾸만 슬퍼지고 생각이 많아지네... 휴휴... 아무튼!  이 책을 덮고 나서는 뭔가.. 울림이 남아서 잠시 멍한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뭐랄까.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고.. (넓게는) 그래서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끝에 닿기도 했다.. 그 시절들이 지나서 지금이 되었고.. 앞으로 마주할 일들에 대해서는 조금은 너그럽고 유하게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고.. 하하.  


요아힘 마이어호프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배우이자 연출가이며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와. 재능 무엇.) 이 책은 소설 이전에 연극으로 먼저 발표되어 인기를 얻었다고 하는데 오!? 궁금하다, 연극으로 보는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는 어떨지..  :D  


유쾌하면서도 담담하면서도 따뜻한 소설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 가족, 성장 소설을 찾는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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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기억보관소 #소설 #추천도서 #추천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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