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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정원
조경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2월
평점 :

"안락정원은 자살에 실패했던 사람들이 어떻게든 죽고 싶어서 입주하는 곳이라는 소문이 있어요." (p.17)
영종도 하늘도시 외곽에 있는 주상복합 빌라 '안락정원'.. 이곳은 자살에 실패한 사람들이 입주하는 곳이라는 소문이 있는 곳이다. 조력자살을 해준다는 소문도 있고. 주인공 테오는 소문만 무성한 안락정원에 들어가 동생 테린의 행방을 찾기 위해 목숨 건 가짜 자살 소동을 일으킨다. 담당 형사였던 수복에게 안락정원의 명함을 받는데 성공하는 테오는 입주자들을 담당하는 정신의학과 의사 익선과 상담 후 건물주 회장과 대면하게 된다. 면접 보는 것 같은 입주절차를 거치고 입주하게 된 테오. 안락정원에서는 규칙이 있는데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주어진 일을 해야 한다.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하는 순이할매에게도 점점 익숙해지는 안락정원에서의 시간.
안락정원에서 동생의 흔적을 찾기 위해 편의점 직원 두호에게서 많은 정보를 듣는다. 건물주가 조폭을 거느리며 사채업을 하고 있고 상가가 소유가 많다는 것, 사람의 눈빛만 봐도 그 사람을 꿰뚫어 본다는 이야기.. 의사 익선, 형사 수복 또한 안락정원의 입주민이라는 점. 반찬가게를 하고 있는 선희 사장은 평소 말이 많지 않으며 입주민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고,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현빈 사장은 안락정원의 입주민이'었'다는 점.. 그리고 안락정원에 있는 입주민들은 모두 한때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이라는 점....
누군가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누군가는 죽음을 갈망하지만, 그 누구도 죽음의 본질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테오 자신도 그랬다. 어쩌면 태어나는 것처럼 죽음도 초월적인 존재가 관장하는 미지의 영역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목적 없이 태어나 죽음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왜 그토록 열심히 살아가는 것일까? (p.145)
유독 402호의 입주민은 볼 수가 없었는데 식사를 꼭 방으로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402호에 사람을 감금한 건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 테오. 동생이 있을 거라는 생각 또한 짐작해 보기도 하지만.. 402호의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는 테오. 안락정원 그리고 입주해있는 사람들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테오는 안락정원도 그 안의 사람들에게도 한껏 느슨해진다..
생각해 보면 테오는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했는지조차 모르면서 무조건 도망치기를 반복했던 사람이었다. 언제나 그랬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을 테오는 항상 직면하지 않고 외면하기만 했다. (p.113)
다양한 사연을 가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숙연해지다가도 나도 모르게 응원하고 있었다. 부디 오늘을 잘 보내고 내일도 만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삶은 늘 그렇게 고달프고 구차해서 도저히 견디기 힘들 것 같다가도, 또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웃음이 찾아오는 순간도 있는 모양이었다. 누구에게나. 속절없이. (p.179)
유난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김복남 할아버지의 죽음을 직접 지켜본 테오, 생각도 못 한 순이할매의 죽음에 순이할매가 늘 소지했던 야구 방망이를 안고 오열하는 테오의 모습에 왜 그렇게 마음이 아프던지.. 평소 순이할매가 테오에게 툭툭대는 것 같았지만 그 안에 따뜻한 정을 고스란히 담았어서.. 그걸 알았기 때문에.. 순이할매와의 이별은 너무 슬펐다. (순이할매 가지 마아... ㅠㅠ)
"살다 보면 정말 좋은 날도 올까요?"
"당연하지. 죽을 만큼 힘들 때도 있지만, 그것도 다 지나가는 거야. (…)" (p.250)
안락정원은 깊은 상처에 휘감겨 지금도 오늘도 내일이 싫은 이들이.. 살고 싶지 않은 이들이 살아갈 수 있게, 살아갈 용기를 쥐여주는 곳이 아닐까.. 반복되는 하루지만 평범하고 보통의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따뜻하고 다정한 곳인 것 같다. 안락정원에 대한 생각이 처음과 달라지는 테오의 변화도 인상적이었다. (아! 두호의 정체에는 깜짝 놀랐다. (이 나쁜노무시끼...))
죽음이라는 알맹이를 쥐여주고는 주어진 삶을, 마주할 내일에 애틋함을 가지게 해주는 소설 『안락정원』 ... 반복되는 삶에 지쳐있다면, 내일을 마주할 용기가 없다면,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면.... 읽어보면 좋겠다.. 순이할매의 다정함(250~251쪽)에 잠시만 머물러있기를.. 아마 울고 있겠지만 조금은 위로가 될지도.... 이 책, 추천합니다.
#안락정원 #조경아 #나무옆의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