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 다커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립된 저택에서 펼쳐지는 죽음의 릴레이 『데이지다커』 



영국의 외딴섬에 있는 100년 된 저택 '시글라스'에는 <데이지 다커의 작은 비밀>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데이지 다커의 할머니가 살고 있다. 혼자 살고 있지만 아들과 며느리와 세 명의 손녀들이 있다. 가족보다는 자신의 일이 우선인 아들 프랭크 다커, 배우가 꿈이었고 세상에 나가고 싶었지만 세 아이의 엄마가 된 며느리 낸시 다커, 수의사가 된 첫째 로즈, 이기적이고 배려 없는 열여덟에 딸을 낳았지만 일도 하지 않고 가족에게 의지하는 둘째 릴리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자주 멈추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막내 데이지. 릴리의 딸 트릭시도 심장질환을 앓고 있어 할머니와 자주 함께 지내고 있다. 


병치레가 잦은 데이지는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할머니가 주로 돌봐왔다.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할머니와 보내는 시간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언니들의 따돌림에 데이지는 혼자 지내기 일쑤다. 독서를 즐거며 할머니를 좋아해 시글리스에 머무는 것을 좋아하는 데이지. 할머니는 데이지에게 늘 데이지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는데.. 데이지의 실수 혹은 작은 복수를 남들에게 숨겨주기도 했다. 


할머니의 여든 번째 생일을 맞아 가족들이 시글리스에 모인다. 한 점술가가 할머니는 여든에 죽을 거라 예언했는데 할머니는 이를 믿고 가족들을 모두 모인다. 할머니의 재산을 받고 싶어 했던 가족들은 할머니의 유언 발표에 기대를 한다. 하지만 재산은 가족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증손녀 트릭시만이 할머니의 재산을 물려받게 되는데.... 이에 불만을 드러내는 가족들. 오랜 세월 동안 할머니에게 이름뿐인 가족들. 그리고 가족이라 무방해도 될 만큼 가까운 이웃인 코너 케네디. 그런데 그들이 하나씩 죽어간다.    


할머니가 웃으면서 말했다. "너의 비밀은 무덤까지 가져가 줄게. 난 너를 제일 좋아하니까. 넌 의사들의 말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면 돼. 아인슈타인이 그랬지. 약한 사람은 복수하고, 강한 사람은 용서하고, 똑똑한 사람은 무시한다고. 성공이 가장 짜릿한 복수란다." (p.239)

시글리스 저택에는 분명 다커 가족과 코너 케네디만이 있었는데... 한 시간 간격으로 한 사람씩 죽어가는 게 영 이상하다. (사실 시글라스는 만조가 되면 탈출이 불가능했기에 죽음을 피할 수 없기도 했다.) 도대체 범인은 누구이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도대체 왜? 가족끼리 재산을 차지할 욕심에 칼부림이 나기도 한다던데 이건 가족 중에 범인이 있을 것 같지만.. 도무지 감이 안 잡히는 전개.. 만약에 이들 중에 범인이 있다면 가족들에게 늘 소외되고 외면받았던 데이지가 한 일은 아닐까..? 아니면 다른 인물? 거듭 의심이 들었지만... 왁. 생각지도 못한 반전. 


이미 이기적이고 파렴치하고 경악할 수밖에 없는 다커 가족들의 모습이 너무나 질려있었는데... 머리가 띵해지는 그들의 만행이... 코너 또한 생각도 못 했다.. 하. 진짜 화나화나!!! 정말 충격. 안쓰럽. 또르르. ㅠㅠ 


코너가 다시 완강하게 말했다.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니까."

코너의 말은 거짓이었다.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고, 우리는 매일 선택하고 후회한다. 그날 밤 코너는 인간성을 상실했고 끝내 되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p.349)

가족들은 진실을 숨겼다. 할머니는 그걸 알게 되었고. 데이지를 위하고 싶었던 할머니가 선택한 방법이 릴레이 죽음이라니...... 심지어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인해 마주하는 죽음.. 그리고 정말 완전 반전. (이야- 진짜 생각도 못했다...ㅋ)


모두 네 언니들의 미래와 자기들의 체면, 훗날 물려받게 될 유산을 지키려고 굳게 입을 다물었던 거야. 그래서 나는 내 재산을 단 한 푼도 나눠주지 않기로 마음먹었단다. 내 가족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박정한 인간들인지 모르지 않았어. 그 녀석들은 내게서 너를 앗아갔고, 참혹한 죽음의 진실을 숨겼지. 고민 끝에 그 녀석들이 지은 죄를 결코 용서해서는 안된다고 결론지었어. 넌 언제나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였지. (p.360)


할머니가 데이지를 아끼는 마음이 크게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했다. 가족의 의미도 생각해 보게 되고 그보다 선과 악은 언제나 함께 있음을 새삼 느꼈던 것 같다. 재밌네, 이 책.  :D 앨리스 피니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 




#데이지다커 #앨리스피니 #AliceFeeney  #밝은세상 #장편소설 #소설추천 #추천소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일맨 - 뉴욕의 컨설턴트에서 시골 우체부로, 길 위에서 찾은 인생의 진짜 목적지
스티븐 스타링 그랜트 지음, 정혜윤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뉴욕의 컨설턴트에서 시골 우체부로, 길 위에서 찾은 인생의 진짜 목적지 『메일맨』



남부럽지 않은 잘나가던 컨설턴트 스티븐 스타링 그랜트. 갑작스레 찾아온 팬데믹으로 인해 직장을 잃었다. 세계적인 기업에서 유능한 마케팅 컨설턴트로 커리어를 쌓아온 그였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암 투병 중이던 그는 건강보험 자격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고향으로 내려가 미국 연방우정국의 우편배달부로 일하게 된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벗어나고 싶었을 고향으로 다시 내려간다는 것 그리고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되는 것이... (아.. 나 또한 그랬.. 다시 내려와 다른 삶을 적응하는 데에 엄청 오래 걸렸던 기억이 나서 너무 공감되는 부분... ) 심지어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물론 처음은 다 그렇지만 워낙 자신의 분야에서 잘나가던 사람인지라) 아마도 자신감이 하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는 자신에게 실망하는 일이 잦았다. 


나는 초보 배달부의 평균 수준을 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그 이하였다. 집중력이 부족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느리고 실수가 잦았다. 분명 곧 잘려서 가족을 실망시킬 것이었다. 이 일을 완전히 말아먹을 것이고, 그건 온전히 내 탓일 것이었다. 나는 자기 기만의 황야에서 길을 잃은 참이었다. _ <제11장 때론 이긴다는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


우편배달 일을 하면서 눈물도 많이 흘리고 힘들지만 견디고 버텨가는 과정에 마음이 몽글몽글했다. 나 또한 겪은 과정이었기 때문에 연민이 생기기도... ㅠㅠ 우편배달 일은 단순하고 쉬워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도대체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면 왜 그렇게 무시하고 쉽게 대하는 걸까. 


"책임지세요!"

그 말투, 그게 정말 거슬린다. 한심하다는 듯 거들먹거리며 아래로 내려다보는 듯한 그 말투가. 인간이 아니라 우편배달부로만 보는 것. 개가 물어도 되는 무엇, 농담거리. 그래서 그녀는 그렇게 내게 상처 주는 말들을 뱉어냈던 것이다. 나를 땅바닥까지 끌어내리는 말들, 아프게 만들고 작아지게 만드는 말들을. _ <제25장 영혼이 캄캄한 한밤을 지날 때>


날카로운 말들이 그대로 꽂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상황들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어떻게 했더라. (사실 지난 기억들이 떠올라 마음이 가라앉기도 했다.)  꼭 다정하지 못한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커피 한 잔을 내어주는 다정한 이웃들도 있었다. 그는 그렇게 또 힘을 낸다.  


팬데믹, 해고, 질병.. 중년의 남자가 아득하고 캄캄한 길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무너진 삶에서 어떻게 지탱하는지를 보여준 『메일맨』 ..  일부의 내용만이 담긴 가제본이었지만 그의 인생의 길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 새로운 것이 쉽지 않은 중년의 남자의 찡한 이야기.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직장인들, 중년의 누구나, 팬데믹을 겪은 누구나.. 그냥 인생의 막막함에 어쩔 줄 모르는 누군가에게는 따듯한 응원이 되어 주지 않을까.. 공감되기도 했고, 짠하지만 유쾌하기도 했고 내가 받은 위로와 응원을 저자에게도 전해주고 싶었던..  『메일맨』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D




#메일맨 #스티븐스타링그랜트 #웅진지식하우스 #에세이 #외국에세이 #추천에세이 #추천책



* 출판사로부터 도서(일부 수록 가제본)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리뷰어스클럽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정신병원에서 자란 소년의 시선으로 보는 삶과 죽음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정신병원이 집이었던 소년 요아힘의 이야기. 주인공은 책 속 어린이청소년 정신병원의 막내아들이지 작가 자신이기도 하다. 정신질환자를 보다 많이 보고 듣고 하는 삶을 살고 있다. 환자들의 이름에서 알파벳을 익히기도 하고, 불안을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환자들을 관찰하고, 밤마다 알 수 없는 그들의 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소년 요아힘. 보통 사람들과는 조금은 다른 환경과 이웃이 있다. 하지만 요아힘은 그들을 두려워하지도 불편해하지도 않는다.  (오..!?)  오히려 요아힘은 세상과 가족 때문에 지치고 힘들어한다. (뭐.. 그럴 수 있지...) 


나는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렸다가 다시 이를 악물고는 나 자신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증오에 찬 얼굴은 찬물을 수없이 끼얹고 나서야 가까스로 지워졌다. 나는 이런 내 모습을 봤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일기도 했지만 동시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나의 이 두 번째 얼굴은 어디서 온 것일까? 혹시 내 진짜 얼굴일까? 정말 처음으로 나 자신을 본 것일까? (p.125)

요아힘은 소년에서 청년으로 자라는 동안 잃어버린 사람들 혹은 다시 만나지 못할 사람들 그리고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이 언제든 있음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위로를 건네고 깊은 울림과 눈물이.... ㅠ  그래서인지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들의 문장들도 있었다. 


작은형의 사고사 이후 어머니와 아버지는 딴사람이 되었다. 다시 일을 시작했고, 슬픔 속에서도 서로를 위해주고, 함께 밥을 먹고, 셋이서 텔레비전을 보고 산책을 했음에도 모두 지난 시간의 시뮬레이션에 지나지 않았다. 내 눈엔 자신들이 누구였고, 예전의 삶이 어땠는지 기억하려 애쓰는 사람들 같았다. 간신히 유지되는 일상의 틀 속에서 서서히 실제적인 삶이 다시 피어나길 소망하면서. (p.389~390) 


소년의 유년기에는 가족 중심의 이야기가 많았는데 정신병원 의사이기도 하고 뭔가 일을 잘 벌이는 스타일의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잦은 뒷수습에 지쳐 보이는 어머니, 피를 나눈 형제 반려견, 그리고 형들... 여느 가족들과 비슷하게 안정적이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가족의 모습..  그러다 시간이 흘러 마주하는 사고, 죽음... 찬란한 어린 시절의 빛이 점점 잃어가는 시간의 흐름... 책을 읽었지만 필름을 본 것 같은 기분이다. 







아버지는 나를 바라보지 않고 말을 시작했다. "요세, 날 보러 와줘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내가 말이 많지 않아서 미안하지만 지금은 정말 모든 게 엉망이야. 더는 일을 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퍼. 난 항상 이 일을 정말 좋아했어. 여기 있는 아이들이 너무 좋아.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거칠고 활달한 아이들의 꾸밈없는 모습이. 이 아이들은 행복하면 그냥 행복해하고, 화가 나면 그냥 비명을 질러." 아버지는 잠시 나를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참, 이상하지. 나는 내가 왜 소위 정상적이라고 하는 사람들보다 소위 정상적이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 속에서 항상 더 편안함을 느끼는지 자주 생각했어. 사람들의 잰체하는 태도, 가식적인 행동, 위선적인 말이 싫었어. (…)" (p.456~157)


아버지에게 다가오는 죽음에 이상하게 더 따듯함이 느껴지는 가족애... 뿌앵... 슬픈데 느껴지는 따뜻함이라니... 가족이니까... ㅠㅠ 


나는 죽은 아버지 옆에 바짝 붙어 누웠다. 우리 밑에서는 여전히 매트리스가 작동하고 있었다. 몽롱했다. 아버지는 아직도 따뜻했다. 우리는 몸을 붙인 채 움직이는 매트리스를 타고 어딘가를 떠돌았다. 그러다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도 아버지는 여전히 따뜻했다. 아버지의 등이. 그때 깨달았다. 그게 아버지의 체온이 아니라 전기 매트리스의 온기였음을. 나는 일어나 전원을 껐다. (…) 아버지는 빠르게 식어갔고 갑자기 낯설어졌다. 그제야 죽음이 무정하고 냉혹한 것임을 실감했다. 밖이 밝아오고 있었다.  (p.472) 

책의 끄트머리로 갈수록 자꾸만 슬퍼지고 생각이 많아지네... 휴휴... 아무튼!  이 책을 덮고 나서는 뭔가.. 울림이 남아서 잠시 멍한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뭐랄까.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고.. (넓게는) 그래서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끝에 닿기도 했다.. 그 시절들이 지나서 지금이 되었고.. 앞으로 마주할 일들에 대해서는 조금은 너그럽고 유하게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고.. 하하.  


요아힘 마이어호프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배우이자 연출가이며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와. 재능 무엇.) 이 책은 소설 이전에 연극으로 먼저 발표되어 인기를 얻었다고 하는데 오!? 궁금하다, 연극으로 보는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는 어떨지..  :D  


유쾌하면서도 담담하면서도 따뜻한 소설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 가족, 성장 소설을 찾는다면 추천.  




#죽은이는모두날아오른다 #요아힘마이어호프 #사계절

#장편소설 #기억보관소 #소설 #추천도서 #추천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딘가 슬프고, 어딘가 유쾌하고, 또 어딘가 따뜻함이 담긴 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생의 사고 릿츠 숏츠 문학 1
이우 지음 / 릿츠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릿츠 쇼츠 문학 시리즈 001 『야생의 사고』



비행기 추락 사고로 외딴 섬에 표류하게 되는 한 남자. 그곳에는 악어 부족이 살고 있다. 그들의 도움으로 목숨은 건지게 된 남자. 물질적인 성공만이 성공으로 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왔기에 악어 부족을 경멸의 시선으로 본다. 하지만. 당장은 다시 되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게 되고 악어 부족에 어울려 살아보기로 한다. 점차 그들과의 생활이 익숙해져가고 그들에게 인정받고자 전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 뒤로 나는 조금씩 옷을 벗기 시작했다. 구찌 티셔츠를 오두막 한편에 개어 두었다. 얼마 후엔 발망 청바지도 벗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롤렉스는 풀지 못했다. 이것마저 벗는다면 내가 어디로부터 왔는지, 누구였는지조차 잊어버릴까 두려웠다. 이건 나의 정체성을 유일하게 지켜 주는 마지막 보루와도 같았다.  (p.31~34)


자신이 살던 세상의 나였으며 나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한 롤렉스 시계를 풀어버리지 못한다. 그랬던 이 남자는 악어 부족에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아이러니함. 원래 자신의 세상에서도, 표류된 악어섬에서도. 이 남자는 인정받고 싶어한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가만 생각해 보니 악어 부족에는 신분증이 없었다. 존재 자체가 곧 신분이었다. 이런 세계에 신분증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그건… 나라는 존재를 증명하는 물건이야."

"족쇄처럼 손목에 차는 게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거예요? 이렇게 무거운데요?"  (p.52~53)


남자는 롤렉스 시계를 통해 인물의 내적 변화, 사람의 욕망을 보여준다. 남자는 롤렉스 시계를 풀지 못한 그 기분을 알 것도 같았다. 우리는 저마다의 세상에서 인정받고 싶고, 어떻게든 어울리고 싶지 않나.. 그게 기준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 각자의 욕망이 있을건데.. 선택적인 욕망을 마주하는 순간의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것도 아닌 것만 같고, 이젠 어떻게 해야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잘 모르겠는데.. 나는 과연 무엇을 갈망하며 살고있는 걸까..? 


나는 어느새 늪의 사내들을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새하얀 발톱을 필두로 뭉쳐 다니는 전사들의 무리에 끼고 싶었다. 이 사회의 주류가 되고 싶었다. 그들과 함께 얼굴에 야수같은 치장을 하고, 창을 꼬나쥐고 원시림에 사냥을 가고 싶었다.  (p.46)


남자가 처한 상황을 똑같이 마주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남자처럼 생존을 위해 그 사회에 적응하고 인정받으려 노력했을까.. 일단 살려고 뭐든 했겠지싶은데...... 하하-  

짧은 소설이지만 꽤 묵직한 소설이었다. 생각할거리도 많았고.  (이러나저러나 물질적으로 여유는 있고 싶네. 우하하하.) 


「레지스탕스」를 읽고 인상깊게 남은 이우 작가님의 『야생의 사고』 짧지만 묵직한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이 또한 좋았다. 다음 작품도 기대! 




#야생의사고 #이우 #릿츠 #단편소설 #한국소설 #문학 #도서제공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