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의 집 - 개정판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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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꼿꼿이 치켜들고 있는 다족류 벌레와 모습과 흡사해 삼벌레고개라 불리는 삼악동.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니, 주인공 은철과 원의 시선으로 보는 어른들의 이야기. 『토우의 집』

우물집 둘째 아들 은철이네 집에는 '안 원'의 가족이 세들어 산다. 은철과 원은 마을의 비밀을 알아내는 스파이가 되기로 하는데... (뭐지, 이 귀여움은...ㅎ) 이 둘의 스파이 활약 리스트를 보면... 또 귀엽다.. 동네 사람들의 이름을 알아내기기도 하고 괴상한 씨가 부르는 노래에서 들리는 개발기술 대란.. (feat.귀밝이술) ㅋㅋ

"아가야, 이 양반이 괴상하게 불러서 그렇지, 개발기술이 아니라 귀밝이술이란다."

"기발기술이요?"

(…)

"귀밝이술은 귀를 밝게 하는 술이야. 귀가 잘 들리게하는 술. 정월대보름에 먹는 술이지."

원도 똑같이 귀를 가리키며 입술을 보아 물었다.

"귀 발 귀 술?"

"그렇지."

"아, 참 재미있는 말이네요. 귀발귀술. 귀발귀술."

(p.64~65)

은철과 원의 시선으로 같이 보다보면 병아리같고.. 그냥 좀 귀엽다.. 이런 귀여움을 뒤로하고...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잔잔하다. 그런 잔잔함 속에 위태로움이 곳곳에서 발견되기도 하는데.. 은철은 형의 금철이 때문에 크게 다치게 된 사건.. 버릇을 고치겠다며 다소 무리하게 벌주는 원이 모습이 상상되어 안쓰럽기도 했고..

"직장이 있으면 뭐 하니? 여기저기 뜯기는 데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 뜯겨본 적이 없는 사람은 이런 사정 모를 거야."

"뜯기는구나."

"뜯기지. 뜯겨도 이만저만 뜯겨야 말이지."

(p.82~83)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작고 소중한 스치기만하는 월급의 존재감을 이야기하는 어른들의 말은 현실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무서운데 멈출 수가 없어요. 저놈들이 멈추지 않으면 우리도 멈출 수가 없어요." (p.269)

갑자기 양복입은 사내들이 원의 아빠 덕규를 데리고 가서는 죽음으로 돌아온 덕규(인혁당 사건 모티브..) .. 그로인해 마음이 무너지는 원이네 가족.... 그 고통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겠지만은... 원의 엄마(새댁)의 무너짐에 나도 무너짐.... ㅠ

잔잔하던 일상의 흐름에 맞닥뜨리는 고통의 순간들. 평화로운 삶을 거부한 적도 없는데. 일상속에 생겨난 예고없는 고통들은 너무나 힘겹다.

■ 책 속으로

"(…) 가족끼리 돕고 살아야지 뜯긴다니.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겠지. 괜찮겠지."

원은 무슨 소린지도 모르고 새댁의 괜찮겠지 괜찮겠지 하는 추임새에 맞춰 무거운 발걸음을 한 발짝 한 발짝 떼놓았다.

(p.86)

"애들이 있으니 제가 살아 있기는 해야겠지요?"

"그런 말이 어딨어? 어떻게든 견디고 살아야지."

"뭐든 다 빼앗아 가는 세상이에요."

"그래도 자식 보고 견뎌야지. 살다 보면 살아져."

(p.301)

어린 스파이들은 회복할 수 없이 망가진 것들 때문에 울었다. 일 년도 안 된 지난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어서 울었다. 이 모든 일이 어른 그들에게 지나치게 억울하고 가혹해서 울었다.

(p.272~273)

삼벌레고개의 어린 스파이들의 성장통.. 고통에 관한 고백.. 잔혹하기도 했고.. 먹먹하기도 했던 『토우의 집』

권여선 작가의 책은 구입해놓고 표지독서중인 책들.. 얼른 꺼내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반성해)

(아- 개정판 표지. 책과 잘 어울리고. 색감도 예쁨. :D)

#토우의집 #권여선 #자음과모음 #장편소설 #한국소설 #개정판 #소설추천 #자모단 #도서지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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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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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울다' ,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두 편의 소설이 담긴 『달에 울다』

 

이 두 편의 소설은 꽤나 고독하지않은데 고독하다. 외롭지않은데 외롭다. 아프지않은데 아프다. 개인적으로 표제작인 '달에 울다' 보다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가 더 인상적이었다.

 

'달에 울다' _ 주인공은 사과밭을 가지고 있고 한 번도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인물. (오와...) 딱 한 번 한 여자를 사랑하는데. 그 사랑은 그냥 딱 거기까지. 이 소설에는 병풍과 법사가 등장한다. 법사는 주인공이 만들어낸 환상 속 인물. 방 안에 있는 주인공의 병풍은 그의 심리에 따라 변화하기도 한다. 주인공의 다른 내면을 상징하는 것 같은 병풍과 법사. 읽으면서 주인공의 환상이 현실과의 경계가 조금 혼동되기도 했던 것 같다.  제목은 꽤나 시적이고 서정적인데.. 소설의 내용은 다소 무겁기도 하고.. 책의 표지처럼 내내 쓸쓸하고 차갑고 한껏 가라앉은 분위기였던 것 같다. 뭔가 묘해..... 근데 또 느낌이 나쁘지 않아... 신기하네...... ㅋ

 

유리창 너머의 달이 이지러지기 시작해 급속히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병풍 속의 달은 여전히 똑같은 형태와 위치를 유지한 채 나를 비추고, 내가 여기까지 끌고 온 단순하기 짝이 없는 세월을 비추고 있다. 얼어붙은 호수의 얼음 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았다. 마을 또한 아주 고요하다. 마을 사람도, 가축도, 산짐승도, 그리고 조상의 혼까지도 모두 잠들었다. (p.111~112)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_ 주인공은 가족에게.. 직장에게.. 버림받고 아픈 현실을 등지고 늙은 개와 살아가게된다. 아무도 살지않는 어릴적에 살던 M마을에 들어가서 지내기로 하지만 어느 날에 늙은 개는 죽게되고. 폐허가 된 M마을에 노인이 살고 있긴하지만 어쨌든 혼자 남게되는 남자.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 '나'가 만들어낸 환상- 그 속 세 명의 기마무사가 출현한다. (아니... 다들 왜 이렇게 허구의 환상을 가지고 살지...ㅠ) M마을에서의 나는. 외롭지만 외롭지않은 사람인것 처럼.. 나와 또 하나의 나의 독백이 참 쓸쓸했다. 뭔가 여운이 꽤 오래 남아서는 궁금해진다. 버림받았던 인생의 '전반기'를 잊고 싶었고, 조금은 다른 인생의 '후반기' 살고 싶은 이 주인공은.. 지금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뭐야.... 이 여운.... ㅠㅠ 슬픈데 슬퍼.... )

 

나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 순간이 행복한 듯도 했다. 누구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면 된다. 나는 나대로 내 멋대로 살아가겠다. 단순한 이치였다.

"처음부터 그렇게 살았다면 좋았을걸." 또 하나의 내가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내가 말했다. "이제부턴 그래야겠어." (p.261)

 

 

두 단편소설 속의 주인공은 '공간'에 대한 집착과 고민을 이야기 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있어야 하는 곳. 그게 살고 있는 자신이 서 있는 딱 그 곳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 삶을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주인공들의 환상이 현실과 뒤섞여서는 인물이나 현상들이 겹쳐보이기도 하고 경계가 없는 듯 해보이기도 해서 내가 이해하는 게 맞는건가 싶었는데... 우워.... 소설 뒤에 짙은 여운 무엇.....!!

 

 

 

■ 책 속으로

 

내 가슴속에는 약 천 일 동안 야에코와 보낸 추억이 남아 있다. 또 백 그루가 넘는 사과나무가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나는 내일부터도 그 둘에 매달려 살아간다. 그 길뿐이다. 살아가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확실하게 죽어간다. 야에코의 인생은 드디어 시작되었지만, 내 인생은 끝났다.   p.90 _ 달에 울다

 

 

추운지 어떤지도 이젠 모르겠다. 담요에는 틀림없이 전기가 흐르고 있을 테니 설마 얼어 죽진 않겠지. 얼어 죽는다 해도 별 상관은 없지만. 태양은 오늘 결국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어디론가 가라앉았다.    p.93 _ 달에 울다

 

생각해보면 겁에 질려 살아온 40여 년이었다. 잃는 게 두려워 분투했음에도 나는 차례차례 잃어만 갔다. 그러나 나는 많은 것을 잃었기에 나 자신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 내 주위에는 나밖에 없다. 나는 그런 나에게 눌리어 숨이 막혔다.    p.151 _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사람이라면 이젠 질색이다. 진심이다. 사람은 기분 나쁘다. 거짓 웃음을 짓는다.     p.171 _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노인은 이렇게 말했다.

"자넨 마음이 가난하고 비열해!"    p.245 _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사실 조금 어려운듯 쉽지 않은 마음으로 읽었다. 그들의 삶이 그랬기 때문에... 

 다소 낯설지만 매력있게 닿은 마루야마 겐지 소설 『달에 울다』 .. :D

 

#달에울다 #마루야마겐지 #자음과모음 #한성례옮김 #단편소설 #일본소설 #고독 #소설 #자모단 #도서지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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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리셋 -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필수 무기, 셀프 트랜스포메이션
심효연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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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변화한 우리 사회. 산업 경제의 기업과 기업에서 근무하는 조직 구성원들을 위한 조언과 정보는 부족한데. HR 전문가 심효연 작가가 현업에서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조직 내에서의 변화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과 정보를 아낌없이 담은 『빅 리셋』

 

지금 우리 사회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뉠 만큼 너무도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상황은 단순히 새롭게 시작하는 리세 차원을 넘어 본질적인 사고 체계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리셋을 넘어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하는 수준에 걸맞는 '빅 리셋The Big Reset'을 서둘러야 한다. (p.8) -고 저자는 말한다.

그 성공적인 빅 리셋을 위해서는 '셀프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요하다는데. '자기변혁'이 가장 근접한 의미일거라 한다.

 

 

 

PART 1.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넥스트 노멀

PART 2. 셀프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필수 지침

PART 3. 조직원의 셀프 트랜스포메이션

PART 4. 조직의 셀프 트랜스포메이션

 

 

코로나 이후 달라진. 그리고 더 달라질 세상의 변화를 언급하며 조직과 조직 구성원의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저자는 셀프 트랜스포메이션을 어떻게 해야할지의 사례를 들어 이야기한다. 아마존,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 뿐만 아니라 한국의 네이버, 카카오, 우아한형제들 기업들이 가진 공통점과 특별한 점을 이야기 해주는데.. 귀 솔깃.

 

 

세상의 흐름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해도 크고 작은 또 다른 변화가 우리의 일상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세상은 이미 '빅 리셋'에 들어갔다. 변화가 물과 공기처럼 당연한 일상이 된다면 현재를 유지하려는 저항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p.20)

 

코로나로 인한 변화. 지금을 예상하지 못했고, 지금을 원하지 않았는데. 정말 빠르게 변하는 지금. 또 지금에 맞춰 변해가는 우리. 물론 이런 변화에 모두가 잘 적응하지 못 하고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셀프 트랜스포메이션.

 

조직과 조직 구성원 관점을 동시에 알려주니까 좋았던 것 같다. 알려주는데로 변화를 받아들이고 실행해본다면 조직내에서의 자기 성장이 기업의 성장으로 이룰 수 있지 않을까 ... 물론 마음먹기에 달렸지만... :)

 

 

 

■  책 속으로

 

불평불만을 말하는 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다.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의 대화 내용을 자세히 들어보면 남 탓, 환경 탓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늘 억울해한다. 개선 욕구나 대안 없는 무조건적인 불평과 불만은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킨다.  (p.147)

 

 

100세 시대에는 사적인 용도의 SNS 외에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SNS 활용이 필요하다. 기획한 콘텐츠를 다양한 SNS 플랫폼을 활용해 나를 알리는 자기 브랜딩 수단으로 사용하는 크리에이터형 자기계발은 지금 당장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다.  (p.191)

 

 

셀프 트랜스포메이션 조직에는 셀프 트랜스포메이션 인재가 필요하다. 조직과 조직 구성원 모두 결정적인 순간에 온정주의에 기대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냉철함이 장기적으로 서로의 성장에 플러스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p.302)

 

 

지금은 조직 구성원이 아니라서 나의 현실에는 와닿음이 적었지만.. 그 점을 감안하고만 본다면 알차고 현실적인 조언이 좋았던 것 같다. 예전의 회사 생활을 생각하면(물론 지금과는 다른 분위기 다른 상황임을 감안하고) .. 딱 필요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지금 현재 조직에 있는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 생각되는 『빅 리셋』

꼭 그렇지 않아도 지.금.이니까 딱 읽어보기 좋은 책이 아닌가 싶다. :)

 

지나친 머뭇거림과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으로 아무것도 시도하지 못한다면 인생이라는 코스의 출발선에조차 서 보지 못한 채 도태되는 거나 다름없다. 일단 시도해 보고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에는 많은 것이 남는다.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따질 시간에 일단 한번 부딪혀라. (p.99)

 

가장 인상깊었던 문장! 경우의 수를 따질 시간에 일단 부딪히라는 말. 어쩌면 지금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출발선에서 자꾸 머뭇대고 있어서.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또 다시 겪을지도 모를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쩝.. 한 발만 내딛으면 되는데... 무튼.. ㅎ

 

 

 

 

 

사고 체계의 전환이 필요한 지금! 어쩌면 당신에게 필요한 책일지도 모르니 가만히 추천... :D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좋았다, 이 책..

 

 

 

미래를 위한 준비는 항상 내일이 아닌 오늘부터다. (p.194)

 

 

 

 

#빅리셋 #심효연 #상상출판 #자기계발 #자기성장 #셀프트랜스포메이션 #리셋 #코로나시대 #사고체계전환 #추천책 #도서지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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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장면 소설, 향
김엄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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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소설, 향> 시리즈 네 번째- 『겨울 장면』

 

소설 속 주인공 R. R은 5미터나 되는 높이에서 추락을 했다. 기억을 하지 못 하는 것이 많아졌다. 어떻게 추락하게 되었는지, 아내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직장 상사 L의 성이 무엇인지..... 

R에게 기억을 하게 되는 순간이 있기도 하지만. 그조차 진짜인지 아닌지 의문이 생기는 나는......

 

전체적으로 단조롭지만 개성있는 문체임에도 불구하고 이해하는데 꽤 어려웠던 것 같다. 도돌이표 같았다. 페이지를 넘기고 있으나 제자리인 것 만 같았던 느낌. (내가 문제인가..ㅠㅠ)

 

김엄지 작가의 글은 두 번째인가보다. 미메시스 테이크아웃 시리즈 「목격」도 굉장히 엄청 독특하게 와닿았었는데.. (독특함에 밀려 서평의 흔적 남기지 않았음.)

 

사실 제목이 서정적이라 조금의 기대를 하고 읽었는데.. 역시 독특하게 느껴진.. (나랑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ㅠ) 뭔가 답답했다. 기억, 망각이 이어지는 소재 때문인지 스토리 자체가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어쩌면 요즘의 내 마음이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아마도 핑계) 이름 하나 없이 영문 하나로 불리는 이름조차.. 특히 R이 답답하게 느껴진 건 기분 탓인가... ㅠ

 

빼곡하지 않은 글자와 문장이라 잘 읽힌다. 어려운데 잘 읽힌다. 묘한 매력. 작가만의 색이 강했던 책. 그리고 R의 독백이 책의 여백에서 메아리치는 것 같은 『겨울 장면』

 

 

 

 

■ 책 속으로

 

R은, 모르는 R을 상상해야 했다.

R은 생각보다 더 R을 모르고.   (p.13)

 

 

기대감이었다면, 끝내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기대 아니었을까.  (p.23)

 

 

마음을. 그 누구의 것, 자기의 것도 그는 알지 못했다.

마음은 단순히 기억이 아니고.

기억은 단순간 것이 아니다.

기억은 모든 것이다.

모든,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R은 생각했다.   (p.75)

 

 

어떤 시간을 생각한다. 끝나버린, 사라져버린, 흘러가버린 건 없다. 지울 수 없고 지나가지 않는 장면. 그러나 계속 원망 조로 살지는 않는다. 언젠가 원망감은 나의 큰 하나였다. 아마 지금도 그럴지 모르지. 내가 뭘 알고 말한다면 좋겠지만. 뭘 알 수 있을까. 꿈에 나타나는 같은 인물, 복습되는 당황, 분노.   p.160 _ 수록된 '몇 하루' 에세이 중에서

 

 

 

 

 

책에 대한 이해의 부재 때문에 산으로 간 것 같은 끄적임...... ㅠ 몇 번이나 앞장으로 되돌아갔는지 모르겠다. ㅎ 어떠한 책이든 이해하려 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흐르는게 좋은데.... 누구에게나 닿음의 차이는 있으니까.....

 

그래도 개성이 강하고, 작가만의 색의 뚜렷함을 다시 한 번 느낀 『겨울 장면』

 

 

 

 

#겨울장면 #김엄지 #작가정신 #장편소설 #한국소설 #작정단 #소설향 #소설향시리즈 #도서지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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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유년의 기억,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소설로 그린 자화상 (개정판)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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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출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연작 자전소설로 첫 번째 이야기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어보았다.

전에 읽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 어쨌든... 산뜻하고 예쁜 책 표지에 소장각이라는 생각이! :)

 

1992년 처음 출간 이래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고 있는 박완서 작가의 대표작.

1930년대 박적골에서의 어린 시절, 1950년에는 6.25 전쟁으로 황폐해진 세상 속 스무 살때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성장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너는 공부를 많이 해서 신여성이 돼야 한다." (p.70)

 

고향 박적골에서 유년기를 보내다가 서울로 이사를 가면서 빈곤한 생활을 하게 되고 조선말이 아닌 일본말을 배우는 서울살이를 하면서 세상을 알아간다. 이 책의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6.25 전쟁으로 인해 무너져버린 세상..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나중에 피난처로 정한 곳은 처음 살던 곳. 현저동이었다. 그 곳에서 버티는 생활을 이어가고... 그 다음의 이야기는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로 이어지는....!  

 

■ 책 속 문장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이 났다. 우리 시골에선 싱아도 달개비만큼이나 흔한 풀이었다. 산기슭이나 길가 아무 데나 있었다. 그 줄기에는 마디가 있고, 찔레꽃 필 무렵 줄기가 가장 살이 오르고 연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꺾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 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입 안에 군침이 돌게 신맛이, 아카시아꽃으로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는 데는 그만일 것 같았다.

나는 마치 상처 난 몸에 붙일 약초를 찾는 짐승처럼 조급하고도 간절하게 산속을 찾아 헤맸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는 하늘이 노래질 때까지 헛구역질을 하느라 그곳과 우리 고향 뒷동산을 헷갈리고 있었다. (p.89)

 

엄마에게도 나에게도 새롭게 전개될 생활에 대한 예감에 충만한 특별히 아름다운 5월이었다. 그러나 하필 1950년의 5월이었다. 남달리 명철한 엄마도 환멸을 예비하지 않고 마냥 마음을 부풀린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라는 걸 미처 모르고 있었다. 그해 6월이 다가오고 있었다. (p.265)

 

 

마치 차고 푸른 비수가 등골을 살짝 긋는 것처럼 소름이 쫙 끼쳤다. 그건 천지에 사람 없음에 대한 공포감이었고 세상에 나서 처음 느껴 보는 전혀 새로운 느낌이었다. 독립문까지 뻔히 보이는 한길에도 골목길에도 집집마다에도 아무도 없었다. 연기가 오르는 집이 어쩌면 한 집도 없단 말인가. 형무소에 인공기라도 꽂혀 있다면 오히려 덜 무서울 것 같았다. 이 큰 도시에 우리만 남아 있다. 이 거대한 공허를 보는 것도 나 혼자뿐이고 앞으로 닥칠 미지의 사태를 보는 것도 우리뿐이라니,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차라리 우리도 감쪽같이 소멸할 방법이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p.311)

 

순전히 기억력에만 의지해서 써 보았다-는 작가의 말. 그렇기 때문에 그 때의 그 시절을 보는 듯 한 느낌이 드는 작품.. 진실된 이야기니까 더 몰입되어 읽은 것 같다. (전쟁은 ... 무서워어...)

 

어린 시절이 그립기도 했다.. 분명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 그 유년 시절의 기억..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자유로움.. 지금은 다시 꿈 꿀수도 없는 ...

 

시대적인 기억을 같이 알면 좋겠다. 청소년들도 꼭 읽어야 할 필독서 아닌가 싶다.

많은 이들이 읽었을지 모르겠지만 더 많이 오래 읽히기를..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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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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