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달에 울다' ,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두 편의 소설이 담긴 『달에 울다』

 

이 두 편의 소설은 꽤나 고독하지않은데 고독하다. 외롭지않은데 외롭다. 아프지않은데 아프다. 개인적으로 표제작인 '달에 울다' 보다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가 더 인상적이었다.

 

'달에 울다' _ 주인공은 사과밭을 가지고 있고 한 번도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인물. (오와...) 딱 한 번 한 여자를 사랑하는데. 그 사랑은 그냥 딱 거기까지. 이 소설에는 병풍과 법사가 등장한다. 법사는 주인공이 만들어낸 환상 속 인물. 방 안에 있는 주인공의 병풍은 그의 심리에 따라 변화하기도 한다. 주인공의 다른 내면을 상징하는 것 같은 병풍과 법사. 읽으면서 주인공의 환상이 현실과의 경계가 조금 혼동되기도 했던 것 같다.  제목은 꽤나 시적이고 서정적인데.. 소설의 내용은 다소 무겁기도 하고.. 책의 표지처럼 내내 쓸쓸하고 차갑고 한껏 가라앉은 분위기였던 것 같다. 뭔가 묘해..... 근데 또 느낌이 나쁘지 않아... 신기하네...... ㅋ

 

유리창 너머의 달이 이지러지기 시작해 급속히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병풍 속의 달은 여전히 똑같은 형태와 위치를 유지한 채 나를 비추고, 내가 여기까지 끌고 온 단순하기 짝이 없는 세월을 비추고 있다. 얼어붙은 호수의 얼음 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았다. 마을 또한 아주 고요하다. 마을 사람도, 가축도, 산짐승도, 그리고 조상의 혼까지도 모두 잠들었다. (p.111~112)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_ 주인공은 가족에게.. 직장에게.. 버림받고 아픈 현실을 등지고 늙은 개와 살아가게된다. 아무도 살지않는 어릴적에 살던 M마을에 들어가서 지내기로 하지만 어느 날에 늙은 개는 죽게되고. 폐허가 된 M마을에 노인이 살고 있긴하지만 어쨌든 혼자 남게되는 남자.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 '나'가 만들어낸 환상- 그 속 세 명의 기마무사가 출현한다. (아니... 다들 왜 이렇게 허구의 환상을 가지고 살지...ㅠ) M마을에서의 나는. 외롭지만 외롭지않은 사람인것 처럼.. 나와 또 하나의 나의 독백이 참 쓸쓸했다. 뭔가 여운이 꽤 오래 남아서는 궁금해진다. 버림받았던 인생의 '전반기'를 잊고 싶었고, 조금은 다른 인생의 '후반기' 살고 싶은 이 주인공은.. 지금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뭐야.... 이 여운.... ㅠㅠ 슬픈데 슬퍼.... )

 

나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 순간이 행복한 듯도 했다. 누구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면 된다. 나는 나대로 내 멋대로 살아가겠다. 단순한 이치였다.

"처음부터 그렇게 살았다면 좋았을걸." 또 하나의 내가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내가 말했다. "이제부턴 그래야겠어." (p.261)

 

 

두 단편소설 속의 주인공은 '공간'에 대한 집착과 고민을 이야기 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있어야 하는 곳. 그게 살고 있는 자신이 서 있는 딱 그 곳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 삶을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주인공들의 환상이 현실과 뒤섞여서는 인물이나 현상들이 겹쳐보이기도 하고 경계가 없는 듯 해보이기도 해서 내가 이해하는 게 맞는건가 싶었는데... 우워.... 소설 뒤에 짙은 여운 무엇.....!!

 

 

 

■ 책 속으로

 

내 가슴속에는 약 천 일 동안 야에코와 보낸 추억이 남아 있다. 또 백 그루가 넘는 사과나무가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나는 내일부터도 그 둘에 매달려 살아간다. 그 길뿐이다. 살아가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확실하게 죽어간다. 야에코의 인생은 드디어 시작되었지만, 내 인생은 끝났다.   p.90 _ 달에 울다

 

 

추운지 어떤지도 이젠 모르겠다. 담요에는 틀림없이 전기가 흐르고 있을 테니 설마 얼어 죽진 않겠지. 얼어 죽는다 해도 별 상관은 없지만. 태양은 오늘 결국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어디론가 가라앉았다.    p.93 _ 달에 울다

 

생각해보면 겁에 질려 살아온 40여 년이었다. 잃는 게 두려워 분투했음에도 나는 차례차례 잃어만 갔다. 그러나 나는 많은 것을 잃었기에 나 자신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 내 주위에는 나밖에 없다. 나는 그런 나에게 눌리어 숨이 막혔다.    p.151 _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사람이라면 이젠 질색이다. 진심이다. 사람은 기분 나쁘다. 거짓 웃음을 짓는다.     p.171 _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노인은 이렇게 말했다.

"자넨 마음이 가난하고 비열해!"    p.245 _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사실 조금 어려운듯 쉽지 않은 마음으로 읽었다. 그들의 삶이 그랬기 때문에... 

 다소 낯설지만 매력있게 닿은 마루야마 겐지 소설 『달에 울다』 ..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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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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