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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맨 눈의 마을 ㅣ 트리플 22
조예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2월
평점 :

트리플 시리즈 22번째 조예은 소설 『꿰맨 눈의 마을』
인류가 멸망해버린 2066년 6월 6일.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도시가 잠겼다.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무너졌다. 이런 상황에 '저주병'이 생겼는데.. 감염 경로는 물론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 아무것도.. 그 누구도.. 모른다. 저주병은 인류의 본래 모습이 없어지는데 팔이 또 생기거나, 머리는 하나인데 몸이 두개, 등에 눈이 생기는 등의 증상으로 하나같이 괴이하다. 저주병에 걸리지 않은 이들이 만든 벙커 '타운'이 있지만 이도 완벽하게 안전하지 않다. 타운에 사는 사람들은 타운을 보호하기 위해 더이상의 감염자가 없도록 얼굴이 아닌 곳에 이목구비가 났다면 신고하라는 규칙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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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꿰맨 눈의 마을>은 주인공 이교가 친구 램을 잃고 난 뒤의 이야기이다. 램이 목 뒤에 또 다른 입이 생겼다는 이유로 타운에서 멀리 버려졌다. 이교는 친구를 잃은 슬픔에 무력감을 느꼈다. 이교 또한 등 뒤에 눈이 하나 더 있는데 이 비밀은 램만이 알고 있다. 이교의 부모님은 그런 이교의 세 번째 눈을 꿰매고 옷차림을 단디하는 방식으로 이교를 지켜낸다. 이교 역시 램처럼 저주병에 걸렸만 괴물이 되지 않았다. 램을 그리워하는 이교.
내 등에 난 눈을 봐. 이 눈은 날 때부터 나와 함께했어. 모두들 이것이 감염의 흔적이라고. 신의 저주이며 인간이 인간이 아니게 되는 시발점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여전히 나야. 나는 널 뜯어 먹지도 않을 거고 사람들을 공격하지도 않아. 성적도 괜찮고 학교도 성실히 다니고 있어. 내가 저지르는 일이라곤 가끔 지각을 하는 게 전부야. 나는 단지 뒤를 볼 수 있는 눈을 하나 더 가지고 있을 뿐이야. (p.32)_ <꿰맨 눈의 마을>
두 번째 이야기 <히노의 파이>는 이교가 타운을 떠나기 전과 램이 추방되기 전의 이야기다. 이교의 삼촌 '백우'는 타운의 문지기 그리고 그의 추방자에게 제공되는 파이를 만드는 연인 '히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평화로운 어느 연인과 다를게 없는 연인관계였지만.. 어느 날, 자신이 만든 파이를 먹고 죽어가는 추방자들을 목격하게 되는 히노는 큰 충격에 빠진다. 히노는 자신의 레시피를 백우에게 남기고 타운을 떠나게 되고 백우는 히노를 원망하지만 그리워한다.
"언젠가 견딜 수 없어지는 때가 오면, 파이를 만들어봐." (p.123) _ <히노의 파이>
세 번째는 <램>의 이야기. 추방당할 때 받은 파이를 이내 먹기로 결심하지만 죽지 않았다. 램은 살기 위해 움직이고 추락한 비행기에서 비상 식량들로 이어나가는 삶.. 그러다 조종석에서 지지직 소리와 말소리가 들려왔다. 램은 이제 살기 위해 응답했다. 살려주세요..
우리가 두려워하던 것. 우리가 믿었던 것. 우리가 저지른 일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사건들. 기억의 징검다리를 건너 꿈의 세계로 입장하면 이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꿈속의 이교에게 그 모든 걸 전부 말해주었다. 그곳을 벗어나서야 마주하게 된 타운과 황야의 진실을 말이다. 이교, 황야를 지나면 다리가 나와. 그 다리를 지나면 새로운 세상이 있어. 그러니까. "같이 가자." (p.165) _ <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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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기후로 세계가 사라지고 인류도 괴물이 되어가고.. 첫 번째 이야기 <꿰맨 눈의 마을>을 읽으면서 무엇이 진짜 괴물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없어야 할 곳에 눈이 생기고, 입이 생겼다고 저주병에 걸린 감염자라 추방당하고.. 타운안의 사람들만 괜찮으면 되는건가.. 타운의 생존을 위해 사랑하는 이를 버리는.. 알면서도 징글징글한 인간의 이면.. 사람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데 내가 그 당사자가 될 수 있고 나의 가족이 될 수 있는데.. 뭔가 참.. 진짜인듯 진짜가 아닌 소설 속 배경이 낯설지만은 않았다.
종말을 맞이한 세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괴물이 되어버린 사람들.. 그 안에서도 우정과 사랑을 볼 수 있었던 『꿰맨 눈의 마을』 .. 백우와 히노의 사랑이.. 이교와 램의 우정이.. 그리고 세상은 무너졌지만 그 세상 속 우리의 다름이 다르지 않음을... 앞선 미래를 배경으로 현실을 잘 담은 소설이지 않았나 싶다.
읽고나니 마음이 따스해졌다. 추운 겨울 만난 조예은 작가의 소설이.. 이 책이 참 반가웠다.
조예은 작가를 좋아한다면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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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