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의 기억법 - 영원한 것은 없지만, 오래 간직하는 방법은 있다.
김규형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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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것은 없다.

하지만 그것을 오랫동안

간직하는 방법은 있다.

 

손에 사진기가 들려 있다면

당신은 이미 그 방법 하나를

알고 있는 셈이다.

(p.31~32)

 

 

사진과 글의 기록이. 지나치지 않음이. 흐려질수도 있는 일상이. 기록한 순간순간이. 이렇게 한 권의 책이.

잔잔하게 마음을 툭- 건드리는 이 한 권의 책이. 마음이 어지러운 날에 만나니 더 좋았던 닿음. 사진의 감성 또한 많이 좋았던 『사진가의 기억법』

prologue 우연은 가끔 기특한 짓을 한다

 

Part 1. 맑은 날도 흐린 날도 카메라를

Part 2. 그러니까 나는 조금 이상한 사람

Part 3. 당신의 이름이 붙어 있는 방

Part 4.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Part 5. 취향은 늘 변덕을 부린다

 

epilogue 그래서 순간을 기록합니다

 

 

이상하게 살아도 괜찮다는 저자는 잘 다니던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사진가가 되기로 하는데.. 그 용기가 너무 부럽다.

하나를 놓아버리고 다른 하나를 잡은 것도 그렇고.. 다른 시작의 마음가짐도 그렇고.. 매번 용기가 없는 나는 온통 부러웠네? ... 꾸준하게 기록하였다는 글과 사진의 조각조각의 감성이 좋았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존재는 환경이 아니라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무언가에 쫓기지 말고 즐거워서 달려야 한다고. (p.62)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페이지의 문장.. 환경이 나를 그렇지 못 하게 만든 것 같은데.. (핑계모드) 내 자신 스스로 움직여야하는 것도 잘 알겠는데.. 그러니까 즐거워서 달려야 하는 것도 잘 알겠는데.. 여전히 잘 안되는 것 같다.. (조금만 더 노력해보자..)

 

일에서 뿐만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서의 글. 어쩌면 또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지도 모르고, 한 번쯤 생각해봤을지도 모를 공감글. 어쩌면 그런 일상적인 기록이 많은 이들이 공감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글에서 느껴지는 기분이 바쁘지 않아서 좋았다. 어지러운 생각을 잠시 놓고 잔잔하게 천천히 걷는 느낌이 들어서 참 좋았던 『사진가의 기억법』

 

 

 

■ 책 속으로..

다른 날들도 그렇지만 처음은 처음이어서 더 특별하지 않은가.

언젠가 더는 처음이 없는 삶만큼 불행한 것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이다.

내겐 아직 수없이 많은

처음이 남아 있다.   (p.15)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따로 떨어진 외톨이 같아서,

몇개의 카테고리에 자신을 넣어보려고 시도했지만 잘 어울리지 못했다.

나를 위한 새로운 폴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나는, 기타(etc.) 폴더 같은 사람.   (p.39)

 

조금씩 내 일상에서 사라져버린 사람들이 있다. 멀어진 이유가 딱히 떠오르지는 않는다.

다시 가까워지는 게 가능할지도 알 수 없다. 그냥 밀려왔다 쓸려갔다 반복하던 물이 어느샌가 밀려오지 않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안 느낌이랄까.  (p.106)

 

 

사람이 제일 힘들다.

근데 나도 사람이다.

내 친구도 나 때문에 힘들겠지.  (p.141)

 

 

사진으로 참 기록했던 날이 많았는데.. 뭐, 멋드러진 기록이 아니라.. 그냥 사진찍기를 좋아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지금 다시 보면 그날의 기록이지뭐.... (>.<)

 

일상의 기록을 소소하게 시작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꾸준할지는 모르겠지만.. ㅎ

사진은 꾸준할 자신이 없지만... 단 한 줄의 문장이라도 그날을 기록해야지.

 

나의 지금을 기억하고 간직할 수만 있다면... 글이든 사진이든 뭐든... 시작..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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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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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늑대들 2, 회색 도시를 지나 웅진 모두의 그림책 38
전이수.김나윤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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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다.. 지금의 어른들이 모습이.. 그 시선이.....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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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한 달 살기 - 한 권의 책을 한 달 동안 읽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지희 지음 / 엑스북스(xbooks)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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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책이라면. 한두 번 펼쳐지고 잊히는 것이 아니라 한 달 내내 밑줄 그어지고 더럽혀지고 눈물과 웃음을 받아 내는 책이라면. 꽤 기쁘지 않을까. 책은 사물일 뿐이지만 좋아하는 존재를 존중하고 아껴주고 싶은 마음은 어떤 생명을 대할 때와 다를 바가 없다.

 

 

책은 보통 한 번 읽고 나면 그 뒤로 다시 보게되는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뜻하지 않게 큰 울림을 받아서 다시 읽어야겠다, 다시 읽게 될 거라는 책이 한 권씩은 있을까..?

책을 읽고 읽은 그 책에 대한 얼마만큼의 애정이 생길까..?

만약 한 달 동안 딱 한 권의 책만 읽으라면 나는 어떤 책을 선택하게 될까..?

그렇다면 한 권을 깊게 읽을 수 있을까...?

 

 

제목만으로 여러 궁금증이 들게 한 『책에서 한 달 살기』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아하는 책은 가끔씩 다시금 펼쳐 보기도 한다. 완전하게는 아니지만 최초에 읽을 당시 표시해둔 플래그잇 위주로 다시 읽어보는 편인데.. 읽을 때마다 다른 문장의 깊이와 느낌... 저자처럼 읽어도 책이 주는 깊이와 울림은 매번 조금씩 다를테지.. 궁금하다.. 한 달동안 한 권의 책에서만 살게되면 어떤 느낌일지..... :D

 

 

직장을 그만두고 프랑스에 가서 여행하듯이 남편과 밴으로 이동하며 생활하는 저자는 짐을 최대한 줄이기로 한다. 그 중에 외국에서는 새로운 책을 사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최소한의 책으로 한 달 동안 한 권의 책을 읽어보기로 한다. 한 달 동안 한 권의 책이라....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소란」,「글쓰기의 최전선」,「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아무튼, 비건」,「대리사회」,「사라지는 번역자들」,「안녕, 동백숲 작은 집」,「심신 단련」,「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지」

 

저자가 각 한 달이라는 기간동안 머무른 책들이다. 각각의 책들에게서 깨달은 마음들을 보고 있으면 덩달아 나도 든든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건 책들에게 남긴 책의 역할.. (역할이라 해야 맞을까... 음.... 표현의 부재..)

'친구로 남을 책' , '으로 남을 책' , '선생님으로 남을 책' , '문학으로 남을 책' ... 등등.. 그렇게 저자만의 방식과 느낌으로 읽은 책들에 대해 남겨주니 나중에 읽을 때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언급된 11권의 책 중에 읽은 책은 없.. 심지어 소장하고 있는 책은 딱 한 권... 언젠가 다 읽어볼 수 있기를... )

 

사실 책을 많이 구입하는 편인데... 어느 순간.. 구입한 책들이 점점 쌓여가게 되었다. 읽으려고 구입했지만 미루게 되는 일이 허다한.. 그러니까 읽는 책보다 사는 책이 더 많은 지경에 이르게 된 나의 책장.. (책 사는 재미가 얼마나 좋게요... 탕진잼...) 물론 감사하게 받는 책들도 너무 많지만.... (감사합니다 )

 

책을 그냥 완독하는 것에 의의를 두는 그냥 읽어내기 바쁜 나의 독서량... (뭐, 그렇게 많이 읽지도 않지만..) 읽은 책에서 본 인상깊었던 문장을 어디선가 보면 어느 책에서 보았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은 때가 많아졌고... 그래서 내가 책을 깊이있게 읽지를 못하고 있다는 건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었는데.. 『책에서 한 달 살기』 이 책을 읽고 보니 앞으로는 조금 더 천천히 온전하게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습관이 당장 변화되지는 않겠지만 정말 앞으로는 그래볼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겠다.. :D

 

 

 

 

■ 책 속으로..

 

책은 읽는 동안 즐거우면 된다. 기억나지 않는다고해서 그날의 독서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선생님이 아닌 다음에야 굳이 내용을 외우고 있을 필요는 없다. 마치 여행처럼 순간을 즐기기만 하면 될 뿐, 보고 들은 것을 모두 습득하고 기억해 둘 의무는 없다. (p.8)

 

책은 참 신기하다. 읽을 때마다 다른 생각을 하게 한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을 여러 번 읽는 게 고역인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알고 있어도 좋아하는 부분을 자꾸 반복해서 접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p.25)

 

형태는 의무를 띠고 있지만 내게 한 달 살기는 결국 즐거움이라는 걸 깨달았다.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는다.  (p.26)

 

책 한 권이 가져다주는 고요에 감탄하곤 한다. 음악이나 텔레비전 소리 곁에선 책에 잘 집중하지 못하는 편이지만, 가끔 어떤 책은 주변의 모든 소음도 잡아먹을 만큼 묵직한 소리를 낸다.  (p.45)

 

내 곁에 책이 아니라 사람 하나하나가 더해지는 기분이다. 그것도 아주 든든한. (p.125)

 

 

 

 

 

책하고만 살면 좋겠다.. 사람이 없어도.. 소리가 없어도.. 그래도.. 살아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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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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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의 집 - 개정판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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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꼿꼿이 치켜들고 있는 다족류 벌레와 모습과 흡사해 삼벌레고개라 불리는 삼악동.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니, 주인공 은철과 원의 시선으로 보는 어른들의 이야기. 『토우의 집』

우물집 둘째 아들 은철이네 집에는 '안 원'의 가족이 세들어 산다. 은철과 원은 마을의 비밀을 알아내는 스파이가 되기로 하는데... (뭐지, 이 귀여움은...ㅎ) 이 둘의 스파이 활약 리스트를 보면... 또 귀엽다.. 동네 사람들의 이름을 알아내기기도 하고 괴상한 씨가 부르는 노래에서 들리는 개발기술 대란.. (feat.귀밝이술) ㅋㅋ

"아가야, 이 양반이 괴상하게 불러서 그렇지, 개발기술이 아니라 귀밝이술이란다."

"기발기술이요?"

(…)

"귀밝이술은 귀를 밝게 하는 술이야. 귀가 잘 들리게하는 술. 정월대보름에 먹는 술이지."

원도 똑같이 귀를 가리키며 입술을 보아 물었다.

"귀 발 귀 술?"

"그렇지."

"아, 참 재미있는 말이네요. 귀발귀술. 귀발귀술."

(p.64~65)

은철과 원의 시선으로 같이 보다보면 병아리같고.. 그냥 좀 귀엽다.. 이런 귀여움을 뒤로하고...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잔잔하다. 그런 잔잔함 속에 위태로움이 곳곳에서 발견되기도 하는데.. 은철은 형의 금철이 때문에 크게 다치게 된 사건.. 버릇을 고치겠다며 다소 무리하게 벌주는 원이 모습이 상상되어 안쓰럽기도 했고..

"직장이 있으면 뭐 하니? 여기저기 뜯기는 데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 뜯겨본 적이 없는 사람은 이런 사정 모를 거야."

"뜯기는구나."

"뜯기지. 뜯겨도 이만저만 뜯겨야 말이지."

(p.82~83)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작고 소중한 스치기만하는 월급의 존재감을 이야기하는 어른들의 말은 현실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무서운데 멈출 수가 없어요. 저놈들이 멈추지 않으면 우리도 멈출 수가 없어요." (p.269)

갑자기 양복입은 사내들이 원의 아빠 덕규를 데리고 가서는 죽음으로 돌아온 덕규(인혁당 사건 모티브..) .. 그로인해 마음이 무너지는 원이네 가족.... 그 고통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겠지만은... 원의 엄마(새댁)의 무너짐에 나도 무너짐.... ㅠ

잔잔하던 일상의 흐름에 맞닥뜨리는 고통의 순간들. 평화로운 삶을 거부한 적도 없는데. 일상속에 생겨난 예고없는 고통들은 너무나 힘겹다.

■ 책 속으로

"(…) 가족끼리 돕고 살아야지 뜯긴다니.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겠지. 괜찮겠지."

원은 무슨 소린지도 모르고 새댁의 괜찮겠지 괜찮겠지 하는 추임새에 맞춰 무거운 발걸음을 한 발짝 한 발짝 떼놓았다.

(p.86)

"애들이 있으니 제가 살아 있기는 해야겠지요?"

"그런 말이 어딨어? 어떻게든 견디고 살아야지."

"뭐든 다 빼앗아 가는 세상이에요."

"그래도 자식 보고 견뎌야지. 살다 보면 살아져."

(p.301)

어린 스파이들은 회복할 수 없이 망가진 것들 때문에 울었다. 일 년도 안 된 지난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어서 울었다. 이 모든 일이 어른 그들에게 지나치게 억울하고 가혹해서 울었다.

(p.272~273)

삼벌레고개의 어린 스파이들의 성장통.. 고통에 관한 고백.. 잔혹하기도 했고.. 먹먹하기도 했던 『토우의 집』

권여선 작가의 책은 구입해놓고 표지독서중인 책들.. 얼른 꺼내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반성해)

(아- 개정판 표지. 책과 잘 어울리고. 색감도 예쁨. :D)

#토우의집 #권여선 #자음과모음 #장편소설 #한국소설 #개정판 #소설추천 #자모단 #도서지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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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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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달에 울다' ,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두 편의 소설이 담긴 『달에 울다』

 

이 두 편의 소설은 꽤나 고독하지않은데 고독하다. 외롭지않은데 외롭다. 아프지않은데 아프다. 개인적으로 표제작인 '달에 울다' 보다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가 더 인상적이었다.

 

'달에 울다' _ 주인공은 사과밭을 가지고 있고 한 번도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인물. (오와...) 딱 한 번 한 여자를 사랑하는데. 그 사랑은 그냥 딱 거기까지. 이 소설에는 병풍과 법사가 등장한다. 법사는 주인공이 만들어낸 환상 속 인물. 방 안에 있는 주인공의 병풍은 그의 심리에 따라 변화하기도 한다. 주인공의 다른 내면을 상징하는 것 같은 병풍과 법사. 읽으면서 주인공의 환상이 현실과의 경계가 조금 혼동되기도 했던 것 같다.  제목은 꽤나 시적이고 서정적인데.. 소설의 내용은 다소 무겁기도 하고.. 책의 표지처럼 내내 쓸쓸하고 차갑고 한껏 가라앉은 분위기였던 것 같다. 뭔가 묘해..... 근데 또 느낌이 나쁘지 않아... 신기하네...... ㅋ

 

유리창 너머의 달이 이지러지기 시작해 급속히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병풍 속의 달은 여전히 똑같은 형태와 위치를 유지한 채 나를 비추고, 내가 여기까지 끌고 온 단순하기 짝이 없는 세월을 비추고 있다. 얼어붙은 호수의 얼음 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았다. 마을 또한 아주 고요하다. 마을 사람도, 가축도, 산짐승도, 그리고 조상의 혼까지도 모두 잠들었다. (p.111~112)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_ 주인공은 가족에게.. 직장에게.. 버림받고 아픈 현실을 등지고 늙은 개와 살아가게된다. 아무도 살지않는 어릴적에 살던 M마을에 들어가서 지내기로 하지만 어느 날에 늙은 개는 죽게되고. 폐허가 된 M마을에 노인이 살고 있긴하지만 어쨌든 혼자 남게되는 남자.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 '나'가 만들어낸 환상- 그 속 세 명의 기마무사가 출현한다. (아니... 다들 왜 이렇게 허구의 환상을 가지고 살지...ㅠ) M마을에서의 나는. 외롭지만 외롭지않은 사람인것 처럼.. 나와 또 하나의 나의 독백이 참 쓸쓸했다. 뭔가 여운이 꽤 오래 남아서는 궁금해진다. 버림받았던 인생의 '전반기'를 잊고 싶었고, 조금은 다른 인생의 '후반기' 살고 싶은 이 주인공은.. 지금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뭐야.... 이 여운.... ㅠㅠ 슬픈데 슬퍼.... )

 

나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 순간이 행복한 듯도 했다. 누구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면 된다. 나는 나대로 내 멋대로 살아가겠다. 단순한 이치였다.

"처음부터 그렇게 살았다면 좋았을걸." 또 하나의 내가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내가 말했다. "이제부턴 그래야겠어." (p.261)

 

 

두 단편소설 속의 주인공은 '공간'에 대한 집착과 고민을 이야기 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있어야 하는 곳. 그게 살고 있는 자신이 서 있는 딱 그 곳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 삶을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주인공들의 환상이 현실과 뒤섞여서는 인물이나 현상들이 겹쳐보이기도 하고 경계가 없는 듯 해보이기도 해서 내가 이해하는 게 맞는건가 싶었는데... 우워.... 소설 뒤에 짙은 여운 무엇.....!!

 

 

 

■ 책 속으로

 

내 가슴속에는 약 천 일 동안 야에코와 보낸 추억이 남아 있다. 또 백 그루가 넘는 사과나무가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나는 내일부터도 그 둘에 매달려 살아간다. 그 길뿐이다. 살아가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확실하게 죽어간다. 야에코의 인생은 드디어 시작되었지만, 내 인생은 끝났다.   p.90 _ 달에 울다

 

 

추운지 어떤지도 이젠 모르겠다. 담요에는 틀림없이 전기가 흐르고 있을 테니 설마 얼어 죽진 않겠지. 얼어 죽는다 해도 별 상관은 없지만. 태양은 오늘 결국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어디론가 가라앉았다.    p.93 _ 달에 울다

 

생각해보면 겁에 질려 살아온 40여 년이었다. 잃는 게 두려워 분투했음에도 나는 차례차례 잃어만 갔다. 그러나 나는 많은 것을 잃었기에 나 자신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 내 주위에는 나밖에 없다. 나는 그런 나에게 눌리어 숨이 막혔다.    p.151 _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사람이라면 이젠 질색이다. 진심이다. 사람은 기분 나쁘다. 거짓 웃음을 짓는다.     p.171 _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노인은 이렇게 말했다.

"자넨 마음이 가난하고 비열해!"    p.245 _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사실 조금 어려운듯 쉽지 않은 마음으로 읽었다. 그들의 삶이 그랬기 때문에... 

 다소 낯설지만 매력있게 닿은 마루야마 겐지 소설 『달에 울다』 ..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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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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