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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담아줘 ㅣ 새소설 2
박사랑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5월
평점 :
『스크류바』의 작가 박사랑 첫 장편소설
경쾌하지만 불안하고 설레지만 가슴 먹먹한 삼십대 여자 셋의 '덕질 라이프

우리는 부모님 주머니를 털어서 티켓을 사야 하는 십대도 아니고 알바비를
박박 긁어 티켓을 사야 하는 이십대도 아니었다. 또한 오빠가 세상의 전부인 십대도 아니고 오빠가 하는 모든 공연에 출석을 찍어야 직성이 풀리는
이십대도 아니었다. 우리는 티켓팅에 실패하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티켓을 살 수 있는 자금력을 갖췄고 국내 공연에 실패하면 해외 공연에 갈 수 있는
행동력까지 갖춘 삼십대 빠순이니까. 누가 인생은 삼십대부터라고 말하던데, 나는 빠순질 역시 삼십대부터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야 좀 할
만해졌다고나 할까. (p.14-15)
뭐지, 이 공감...!
<우주를 담아줘>는 삼십대 여자 셋의 덕질 라이프, 우정, 꿈과 현실이 담긴 이야기다.
등장하는 세
명의 삼십대 여인들- 제나, 얭, 디디는 아이돌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다.
고 3때 좋아하는 아이돌의 팬카페를 통해서 지금까지 쭈욱 이어온 인연...
이 여인들의 유쾌하고 신나고 발랄한 덕질 이야기 그리고 웃픈 현실과 세 여인의
우정이 담겨있다.
아이돌 좋아하는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물론 나도 아이돌을 좋아하지만..
이 여인들의 우정과 꿈과 현실 그리고 사회생활에 마음이 더
동요하기도 했다.
책 안에 이것들의 이야기가 적절하게
잘 어우러져 있었다. 적어도 내 시선에서는. :D
아이돌 덕질 _
물론 나도 아이돌을 좋아한다. 피켓팅의 에피소드에는 정말 심한 공감을..
이선좌, 포도알, 하느님석... ㅋㅋ 이 세계에서의 용어들이 쭈욱 나오는데...
아... 정말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이선좌 정말.. 이거이거 속터지지... ㅋ
어째서 난 포도알은 볼 수 없는것인가... ㅠ (가고싶다, BTS 콘서트!!!!!!
)
셋의 우정 _
팬카페를 통해서 만났는데 이어지는 인연이 부러웠다.
좋아하는 시선이 같고, 공감해 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진짜 부러운
일...!
이 셋중에 제나가 먼저 결혼 소식과 곧 파혼 소식을 같이 주지만..
큰 위로 없이도..
시시콜콜하게 속내를 다 털어놓지 않아도 함께 있어주는 디디와 얭 ..
"우리는 이해를 해서 함께
있었던 게 아니다. 함께 있어서 이해되는 게 맞았다." (p.239)
함께 있어서 이해되는 것. 이게 진짜 우정이겠지...?
꿈 그리고 현실 _
무엇이든 빠졌다가 후회 없이 뒤돌아서는. 그러곤 뭐든 해내는 제나.
흔들림이 없는 꿈이 있는 열정의 얭.
그런 제나와
얭에 비해 디디는 현실 겁쟁이..
어쩐지 디디가 나 같고 그랬다..
"친구들이 멋져지는 10년 동안 나는 조금씩 더
초라해졌다." (p.113)
그렇다고 마냥 그렇지는 않다. 회사도 다니고 있고, 열심히 덕질도 하는 디디.
그래도 괜찮다 말해주고 싶은 디디. 그래도 친구들이 있고, 좋아하는 그들이
있으니까. :D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덮고 나서 뭔가 이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은 뭘까... ㅠㅠ
작가님도 2n간 빠순이로 살아가고 있다고해서 그런가.. 구석구석 대공감되는 문장들이 많았다.
특히-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볼 수 없어서 보고 싶은
마음.. 그 문장에 담긴 마음이 내 마음.. ㅋㅋ
삭막하고 답답한 현실에 환상같은 뭔가의 존재가 있는 것도 위로가 되겠지.
(가끔 다가갈수 없는 환상에 더 답답하기도 하겠지만..ㅋ)
그들은 별이고 꿈이었다. 꿈 없이 이상에만 갇혀 살아가는 내게 그들은
우주를 건네주었다 (p.267)
이 문장이 자꾸 맴맴..
그런 의미에서 요즘 누구에게나 우주같은 존재일 아이돌.
BTS_
소우주(Mikrokosmos) 들어야겠다... 꺄아- :D
- 책 속 -
어떤 감정도 아주 커지면 반대의 감정과 맞닿게 된다는 걸 우리는 경험으로
알았다. 너무 좋으면 싫었고 너무 싫으면서도 갖고 싶었고 어차피 가질 수 없으니까 다시 미워지다 결국에는 또 보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p.33)
보고 싶다. '사랑한다'와 '좋아한다'보다 늘 우위에 있는 감정은 '보고 싶다'였다. 항상 보고
싶었다. 보러가는 길에도, 보고 있을 때에도, 더 이상 보지 못하는 순간에도. (p.44-45)
셋이 있으면 유난히 바보 같은 행동이 늘었다. 정말 머리가 없기라도 한
것처럼. 그래도 괜찮았다. 일이 어그러지면 잠시 짜증이 나더라도 결국엔 웃고 말았다. 같이 있으면 뭐가 잘 되지 않아도 웃을 힘이 생겼다. 쉬운
길을 돌고 돌아가더라도 친구들이 있으면 걸을 만했다. 머리가 없어도 나쁘지 않았다. (p.200)
한 살 더 먹었지만 나는 연애 대신 달달한 팬질을 다시 시작했다. 거리감에
무력감에 울게 될 걸 알면서도 또다시 사랑에 빠졌다. 사실 그들은 천사보다는 악마에 가까웠다. 내 일상을 흔들고 현실을 뒤엎으며 생활을 조이는.
나는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들을 보고 싶었고 더 가까이로 가고 싶었다. 그들은 별이고 꿈이었다. 꿈 없이 이상에만 갇혀 살아가는 내게 그들은
우주를 건네주었다. 나는 늘 꿈의 언저리를 맴돌고 맴도는 행성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그들은 내 우주에 불을 켜주었다. 나는 그 흔들리는,
흐릿한 불빛에 의지한 채 걷는다. 사랑하는 그들에게로. (p.267-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