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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대체로 누워 있고 우다다 달린다
전찬민 지음 / 달 / 2024년 10월
평점 :
도쿄 생활 20년 차, 화려한 도쿄에서의 일상 기록 『고양이는 대체로 누워 있고 우다다 달린다』
이 책은 자신을 도쿄의 '천천히' 고양이라 말하는 저자의 일상 에세이다. 저자는 일본에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 살아가고 있다. 차분하면서도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한다. 적응하기 어려웠던 일본에서의 생활, 외로움과 고독이 생겨나기도 했고 서툰 일본어로 일본에 적응하는 모습부터 조금씩 성장하고 나아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느리게 느리게.. 아니 더 정확하게는 천천히 천천히 저자만의 속도가 책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게 참 매력적이게 닿은 에세이지 않나 싶다. :D
마음이 멈춘 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자연스러운 것. 그러니 좋았던 시절을 부정하지 말 것. 마지막 인사는 꼭 하고 돌아설 것. (p.107)
궁금해지는 일본의 풍경.. 공감되는 문장을 만날 때면 반가웠다. 그렇게 생각이 이어지는 페이지를 만나면 한참을 생각에 잠긴 것 같다. 107페이지의 문장에서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대공감의 문장. 아니.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마음의 멈춤, 부정하지 말자는 좋았던 시절.. 그리고 돌아설 때의 마지막 인사. 지나온 시절이 생각나는 문장이었네...
전반적으로 차분한 느낌의 글이라 내 마음까지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반면에 적막함, 외로움과 그리움이 함께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온전하게 좋았던 개인적인 느낌.. :D
■ 책 속 문장 pick
시련은 무방비 상태에서 날아드는 돌멩이 같다. 가끔은 피할 새도 없이 그저 맞고 있어야 하고, 그러다보면 맞을만한 것 같기도 했다가, 어떤 건 돌멩이가 아니라 바위 아닌가 싶기도 했다. (중략) 울다가 눈물도 말라버리면 세상에 저항하듯 침대에 누워 꼼짝도 안 하는 무의미한 시위도 벌여봤다. 허나 현실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변하는 건 내 몸무게와 피부탄력뿐. 상황은 그대로였고 아이들의 배고프다는 말은 무서우리만치 정확한 시간대에 들려온다. (p.34)
6월과 11월은 도시의 채색이 전혀 다르다. 선명해지려는 6월과 차분해지려는 11월. (중략) 떠나온 곳에서 낯선 일상을 보내고 싶다면 이때다. 아무도 선호하지 않는 6월과 11월. (p.47)
나이를 먹으니 절로 이해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나이든 사람도 제 속이 시끄러우면 다 귀찮아져서 아이같이 자신만 생각하게 된다는 거다. 지난날의 말과 행동, 당시에는 진심이었던 각종 약속과 그로 인한 책임을 다 저버리고 그저 편하게만 지내고 싶은 비겁함은 어쩌면 아이보다 어른에게 더 큰 유혹으로 다가온다. 그 의무와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는 미성숙할지라도 어른이 더 절감하니까. (p.113)
상처가 지겨워서 지우려고 노력했건만 한 번씩 개어낼 대마다 아직도 올라올 게 더 있구나 싶다. 그래서 옆으로 치워놓고 살아보기도 하고, 드러내지 않으려고 잊은 척도 해봤다. 그럼에도 의도치 않은 순간에 아지랑이처럼 어른거리는 걸 보고는 이제야 상처는 지울 수 있는 게 아님을 안다. 내 안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면 마음이 피투성이인 채로 그렇게 굴러다니다 이유도 모르고 죽겠구나 생각되니 끔직하다. 아파도 나는 나를 정면으로 봐야 한다. (p.114)
사실 제목만 봐서는 고양이 집사로서의 에세이가 아닐까 했었는데 그렇지 않다. 저자 자신을 고양이에 비유한 것일 뿐.
일본 여행이 고파지기도 하고, 일본에서의 생활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럽기도 했다. 아마 전혀 다른 곳에서의 삶이라 그랬을테지만.. 저자의 삶의 속도, 도쿄 생활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느린 듯 했지만 차분해서 좋았던 에세이 『고양이는 대체로 누워 있고 우다다 달린다』
#고양이는대체로누워있고우다다달린다 #전찬민 #달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