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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하루
김영글.안희제.정우열 지음 / 을유문화사 / 2026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반려를 통해 삶을 배우는 이야기 『반려인의 하루』
이 책은 고양이, 식물, 개와 함께 살아가는 세 명의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1부 김영글 오전의 고양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사랑하기
2부 안희제 오후의 식물: 함께 숨을 나누는 마음
3부 정우열 저녁의 강아지: 사랑한 뒤에 남는 것들
1부에서 김영글 작가는 길고양이 출신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고양이 요다, 모래, 녹두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고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인간과의 삶을 유지한다. 에피소드 중에서 호칭에 관한 이야기에 공감하곤 했는데.. 아니 왜냐하면 나 또한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가 엄마는 아닌데 엄마라고 해야 할까.. 누나라고 하기엔 또 이상하고.. 3년이 넘어가는 지금도 나는 우리 집 고양이에게 그냥 '나'이다. 내가 해줄게~ 나야~ 내가 왔어~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는..... 이게 맞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호칭에 관한 고민과 질문이 좀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털북숭이 동물과 그 동물을 살뜰히 돌보며 먹여 기르는 인간의 관계는 무엇인가? 그 행위는 사육과 양육 사이 어디쯤 위치하나? 너에게 나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p.27)
2부에서 안희제 작가는 반려 식물의 이야기를 담았다. 식물을 돌보는 과정에서 확장되는 관계들이 인상 깊었다. 식물 반려에 대해서 이렇게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어서 새로웠고 신선해서 좋았다. 작가님처럼은 깊이는 아니지만 나는 그냥 꽤 오래 키우고 있는 '장미허브'가 있는데... 작은 화분 하나로 들여왔었는데 이제는 네 개의 화분으로 늘어났다. 선물받은 아프리카 제비꽃이라는 '바이올렛' 화분도 몇 년째 키우고 있고~ (꽃이 정말 귀엽고 예쁨.. ㅋ)
남들은 집에서 자꾸 식물이 죽어 나가서 걱정이라는데, 우리 집에는 계획에 없던 식구가 계속해서 생겨났다. 이미 있는 애들이 잘 자라는 건 관리를 잘해서 그렇다 쳐도, 채반에서 싹이 나는 건 도대체……. (p.169~170)
왁!! 저희 집도 그래요... 바이올렛 화분 받이에 새싹 하나가 났는데 도통 뭐인지 모르겠는 요즘이랍니다... (내가 뭘 먹었더라....ㅋㅋ)
그리고 3부에서는 정우열 작가님의 반려견 풋코와 다른 유기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풋코는 스무 해를 살았고 작가와 풋코의 시간들을 기록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반려동물과의 삶에 던진 묵직한 질문들에는 먹먹해지기도 했다. 병원 진료, 마지막을 준비하는 과정 등.. 단순히 귀엽고 예뻐서 키우는 존재가 아닌 반려의 의미를 역시 잘 전달하지 않았나 싶다. 제법 묵직한 메시지에 많은 생각이 들었던 이야기.
죽음과 이별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 삶을 지속해 오다 보니 한 가지 회의가 마음속에서 자라났다. 죽음은 정말 이별일까? 사랑하는 존재가 죽는다는 건 진짜 그를 어디론가 떠나보내는 일일까? (…) 혹시 말인데 과거의 좋았던 일들이 구글 드라이브에 데이터로 존재하는 것처럼 사랑하는 존재도 죽음 뒤에 형태를 바꾸어 내 안에 존재한다고 주장할 순 없을까? 나의 복슬강아지가 이 세상을 떠나 다른 어느 곳으로 가는 게 아니라면, 형태를 바꾸어 내 안에 스며드는 거라고 생각해선 안 되는 것일까? (p.298~299)
함께 사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서로를 보살피고 있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대체로는 말이 통하지 않는 타자와 마주한 채 갈등 속에 살아가는 일에 가깝다. 그러다가도 그들과 언어가 필요 없는 교감을 나누는 순간, 인간 세상의 수많은 개념들이 일순간에 인위적이고 어색해지는 것을 느낀다. 우리가 인간의 조건이라고 여겨 온 것들이 실은 허약한 관념과 관성 위에 서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p.111)
고양이, 개와 함께 살고 있는 나는.. 여전히 고민이고 걱정이다. 이 친구들하고는 내 의지가 아닌 각자의 이유로 얼떨결에 같이 살고 있다. 시작은 그러했지만 이내 이 친구들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존재가 되었다. 언젠가 올 그 나중의 순간이 벌써 무섭기도 한데.. 아프지 말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
자신의 개를 무척 사랑했다, 그래서 결국 불행해졌다. 이건 어딘가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개와 살기를 참 잘했노라고 작별 후에도 웃으며 말할 수 있는 길이 틀림없이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p.310)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일 줄 알았는데.. 묵직하면서도 다시 한번 '반려'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다면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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