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곡장(好哭場) : 아, 참 좋은 울음터로구나!(97P)

 

요동벌판을 마주 한 연암의 벅찬 가슴이, 그 어떤 무언가가

메아리 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구나 궁금한 것. '왜 하필

울음일까?' 연암은 이제 막 태어난 갓난 아이의 비유를 듭니다.

어떤 아이든 태어나자마자 울죠. 좁은 공간(세상)에서 확 트인

넓은 공간(세상)의 빛과 맞닥뜨린 그 순간의 충격과 환희, 감격.

그 결과가 울음이고 울음터인 것이죠.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네요.

 

아침마다 딸내미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오늘도 역시나 엄마한테

시비를 겁니다. 성질은 날카롭고, 행동은 느릿느릿. 지각을 각오하고

그냥 둬 봅니다. 언제까지 저러나... 아홉 살인데 아직도 시간 관념이

없나 보네요. 교실들어가는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서 주시는 따님.

 

늦으막히 저도 딸을 따라 나섭니다. 걸음이 느려서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빠르네요. 딸의 등교 시간보다 늦은 아이들이

몇몇 보입니다.

"쟤는 우리 애보다 더 하네.ㅋ" 느릿느릿 하늘보고 땅보고 터벅터벅..

더 늦은 어떤 아이는 엄마의 길을 막고 대성통곡을 한다.

 

"너의 충격의 울음터는 학교 운동장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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