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인문학의 위기' 운운하며 출판관계자들이 성명을

발표한 적이 있더랬습니다. 저도 출판관계자입니다만,

다분히 책이 안 팔리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인문학 열풍'이라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꽃꽂이가 인문학이 아닌지는 잘 이해가 안 가긴 합니다만, 작금의

인문학 열풍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알아듣긴 하겠습니다. 저는 좀

넓은 의미에서 인간에 관계된 것들을 인문학이라고 봅니다. '학'이

좀 걸리긴 하네요.^^ 그래도 연구분석하시는 분들은 '학'에 걸맞는

성과를 내실 수도 있으니 큰 마음에 부담은 없습니다.

 

저는 대중출판을 합니다. 전문적 영역이 아닌 교양적 영역에서

출판을 한다는 의미지요. 문제는 교양적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저의 분야는 교양적인 부분에서도 참으로 쉬운 쪽에 속합니다.

제 능력에 관한 문제도 있지만, 책은 쉬워야 한다는 나름의 변명을

합니다. 재밌고 즐겁게 호기심을 유발해서 관심도를 높이면 조금 더

깊게 들어가시는 분들이 있지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제가 쉽게 내는

이유입니다. 물론 동의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극단적으로

책은 어려워야 한다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이 책에서도 너무 쉽게만 가려는 풍토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의견이

있는 듯합니다. 또 저의 변명은 '길이 다르다'입니다. '네시간' 같은

쉽게 가는 출판사가 있는가 하면 약간 더 깊이있는 출판사들도 있고요,

더 깊은 출판사들도 있습니다. 사실 쉽다고 판매가 더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독자층이 다르다는 얘기지요.

 

앞서 지금의 인문학 열풍에 저는 '다행'이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한 치 앞도 알수 없는 지금입니다. 이 열풍이 장기적으로 더 오래 지속되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열풍'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 열풍이 사라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이 열풍이라는 현상 속에서도 출판계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캄캄한 불황이라는 암흑 속을 헤매고 있으니까요.

지금 저희는 별빛도 없는 험한 숲길을 처음 행군하는 이등병과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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