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시간의 '용감한 녀석들'

네시간의 용감한 녀석들

  지금 시각은 9월 9일 22:47분입니다. ‘기획자 노트 릴레이’를 쓰려고 자판을 두드리고 있죠. 아마도 이렇게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게 될 것입니다.

전통 기획자나 편집자가 아닌 마케터인 관계로 글을 쓰는 것과는 과히 친하지 않습니다. 포스팅 한 달에 한두 번. 그것도 신간 나올 때. 주로 페이스북보다는 트위터를 이용하고, 가장 길게 쓴 글은 보도자료 A4 여섯 장, 끝장은 반 잘리게. 문서정보를 보니 한 여덟 장은 써야할 것 같네요. 와우~ 좋아라. 도대체 왜 쓴다고 한 거야?! 시간이 흘러갑니다.

네시간에 자비를

  현재 시각 9월 10일 새벽 01:04분.

  네시간은 첫 책이 2010년 1월에 나왔습니다. 자비출판으로 나온 책입니다. 독립을 생각할 때부터 안정적인 출판을 위하여 자비출판을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비출판으로 나온 책도 좋은 책들이 많겠습니다만, 안 좋은 책만 보였습니다. 내용, 포장 모든 면에서 좀 ‘후지다’가 제가 내린 평가였습니다. 기존에 비해서 책의 질을 높여보자고 생각했지요. 처음에는 지자체나 관공서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몇 개월 노력하다 포기했습니다. 실적이 있어야겠더라구요.

  일반 기획도 하고 출판등록도 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후배 출판인의 소개가 인연이 되어 나온 책이『재개발을 말하다』입니다.

  저자의 20년 노하우가 녹아져 있는 책입니다. 의도도 좋았습니다. 복잡하고 난해한 재개발, 재건축 법을 현장감 있게 사례를 섞어가며 에세이처럼 아주 쉽게 풀이 된 책입니다. 그럼에도 법 관련 내용이 많고 무엇보다 두께와 가격의 압박이 강하기 때문에 판매 부수를 많이 볼 수 없었습니다. 하여튼 결과적으로는 좋았습니다. 네시간 입장에서는 감사한 책이죠. 덕분에 서점들과 거래도 쉬워졌고, 무엇보다 첫 책이라 감동이었습니다. 주문이 온다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키워드 기획?

  두 번째 책이 『소셜 웹이다』입니다. 네시간이 기획한 첫 책이라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책입니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나름 언론 서평도 꽤 크게 받았고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돼서 네시간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네시간 기획의 특징은 핵심 단어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즉 ‘키워드 기획’이죠. 이 책의 키워드는 ‘소셜’이었습니다. 아이폰이 나온다는 소문이 들리고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소셜’이라는 단어가 귀에 많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부터 관심이 생긴 것이겠지요. 제 휴대폰이 말썽을 일으키는 시기였으니까요. 시장에는 이미 ‘소셜’ 관련서들이 좀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소셜 비즈니스, 소셜 마케팅에 관한 책들이죠. 소셜에 관한 이론서는 없었습니다. 번역서는 있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소셜 관련 번역서가 있었더군요. 그것도 『소셜 웹이다』의 저자와 만나는 중에 알았습니다. 저는 뭐 어차피 각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잖아요. 책 만드는 사람이지. 어쨌든 저자와 의견 조율도 잘 되고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소셜 웹이다』는 좀 색다른 점이 있습니다. 전자책을 무료화한 것이죠.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저자의 강한 의지가 있었고 네시간은 3개월 후면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어쨌든 출간 3개월 후에 PDF파일 또는 전자책 형태로 저자와 네시간이 웹에 배포하게 됩니다. 사실 무료 배포는 출판사 입장에서 꺼려지는 일입니다. 내부의 반대도 있었죠. 1인 출판사의 ‘내부’는 대표의 심리적 개인적 갈등상태일 수도 있지만 주위의 조력자들도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하여튼 결과는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습니다. 별 영향이 없었던 거죠. 출간 후 3개월은 종이책에 영향을 줄 시점이 아니었던 겁니다. 장기적으로는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PDF를 읽고 소장하고 싶어서 책을 구매하시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구매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뭐, 네시간의 경우가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놀라운 사실을 말씀드리죠. 현재 시각은 9월 10일 밤 23:54분입니다. 와우~

  네시간의 세 번째 책 『NON 호모이코노미쿠스』입니다. 이 책은 키워드로 기획한 도서는 아닙니다. 굳이 말하자면 ‘마케팅 심리’인데 마케팅 심리를 키워드라고 얘기하긴 좀 그렇죠. 하여튼 기획할 당시에는 행동경제학을 다루는 단행본이 트렌드라고 할 정도로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출간할 때쯤 되니까 끝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은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트렌드에 끝물은 없다고 말이죠. 트렌드는 진화한다고 봅니다. 뭔가 비슷한 것이든 전혀 다른 것이든 서로 융합하는 것이죠. 하여튼 출간 당시에는 끝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썩어도 준치라고 끝물도 트렌드에 포함되니까 기본은 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착각과 안일함이 실패의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내용도 블로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출판사의 판단도 잘못되었고. 저의 안일함이 소통을 방해한 부분도 있습니다. 좀 불안한 감은 있었지만 이렇게 처절한 응징이 있을 줄은 진정 난 몰랐습니다. 무엇보다 저자에게 미안한 일입니다. 고생한 주변 분들에게도 말이죠. 나름 첫 실패작으로 분류하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네시간의 첫 해가 흘러갔습니다. 책 3종이 나왔고, 그 중 1종이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고 나름 희망이 보이는 괜찮은 해였습니다. 심각하지만 아주 간단한 그리고 커다란 교훈도 얻었습니다. “아, 3개월 만에 책이 못 나오는구나.”

  상쾌, 경쾌, 유쾌, 통통, 발랄, 스타일리시한 『차 마시는 여자』

  2011년에 출간 된 네시간 두 번째 ‘키워드 기획 도서’는 『차 마시는 여자』입니다. 네시간의 네 번째 책이죠. 키워드는 물론 ‘차’입니다.『NON 호모이코노미쿠스』의 실패 이후 아주 잠깐의 방황이 있었습니다. 경제경영서를 좀 멀리하게 됐습니다. 기획 중인 경영전략서가 있었긴 했습니다만, 다른 거 뭐 없나를 생각하고 다녔습니다.

  지금도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는 커피 관련서들은 그 때도 한참 식지 않는 열기 속에 여러 가지 형태로 출간되고 있었습니다. 이미 나올 만큼 나왔다고 생각한데다 커피는 자판기 커피 말고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우연한 기회에 차 잡지를 접하고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다가 ‘차’를 내볼까 하는 생각에 미쳤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차는 커피처럼 발랄하고, 경쾌하고, 상큼한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다소 엄숙하고, 진중하고, 정적이 흐르고, 명상하기 좋고 등등, 뭐 그런 이미지였습니다. 게다가 맛, 향, 색보다는 자세, 태도, 방법 등에 집중한다고 들은 것 같았습니다. 연령대도 상대적으로 커피보다 높았죠. 끌어내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혈기왕성한 20대에게 전통의 차 예절은 앞뒤가 안 맞는 거죠. 조심스러웠습니다. 그 세계는 그 세계 나름의 방식이 있는 거니까요. 마침 서점가에도 차 관련서는 문화, 역사, 다도 등 딱딱한 책들이 전부라고 생각할 정도였고, 간혹 색다른 책이 있어도 레시피에 집중한 책들이었습니다. 뒤졌습니다. 그리고 찾았습니다. 국내 최초의 다예사, 차 감별사, 차믈리에. 게다가 아주 젊디젊은 꽃다운 20대 아가씨. 와우! 대~박. 이렇게 상쾌, 경쾌, 유쾌, 통통, 발랄, 스타일리시한 『차 마시는 여자』가 출간하게 됩니다.

 『차 마시는 여자』의 독자 타깃은 20대 초반 여성. 경쟁 상대는 차 관련서가 아닌 커피나 와인. 레시피는 들어가되 레시피 위주가 아닌 내용 위주로 집필하기로 했습니다. 차의 종류, 역사, 차를 우리는 방법, 다이어트에 좋은 차, 감기에 좋은 차, 텀블러에 넣고 다니며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차 등 브랜딩 차 포함 총 33종류의 차를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지금도 꾸준히 나가고 있지만 판매가 더 이루어졌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입니다.

도서관에 책만 보러 가니?『도서관 여행』

네시간의 다섯 번째 책이며 세 번째 ‘키워드 기획 도서’는 그 이름도 찬란한 『도서관 여행』입니다. 얼마나 나갈까 하는 약간의 불신도 있었지만, ‘도서관’이란 단어는 언젠가 꼭 반드시 내고 싶은 키워드였습니다. 사실 도서관 관련서도 여러 분야, 여러 소재로 많이 출간되는 편입니다만 더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더 많은 분야, 더 많은 소재로요. 더불어 도서관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큰 도서관이 많이 건립되는 것도 좋지만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작은 도서관이 마을 구석구석에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도서관의 종류도 다양하게 말이죠. 도서관이 다양한 분야에서 더 다양하게 생긴다면 어쩌면 출판의 위기도 약간이나마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도 해봅니다. 재밌게 써야 되는데 좀 심각해졌네요. 이쯤에서 현재 시각 9월 11일 2:08분을 지나고 있습니다. 내일이 원고 마감이군요.

  하여튼 네시간에서『도서관 여행』은『차 마시는 여자』에 이어 든든하고 꾸준하게 뒤를 책임져줄 책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당연히 훌륭하게 잘 해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13개월 만에 나왔습니다. 포기하려고 했었고 다분히 초기에 참여하셨던 분들에게 상처를 준 책이기도 합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초기부터 참여하셨던 지금의 저자로 바뀐 것이 기획된 지 9개월 만이었습니다. 의도한 바가 있어 서둘러야 했습니다. 도서관에 ‘여행’을 차용한 것입니다. 그냥 도서관을 여행하는 것도 재미없다고 봤습니다. 시중에는 멋있는 유럽 도서관, 또 어느 분위기 있는 헌 책방, 북카페 등, 뭐 이런 책들이 많이 있었으니까요. 어떻게 여행을 하지? 생각하다가 예전에 읽은 『내방 여행』이란 책을 기억해냈습니다. 저자가 연금 상태에 처했을 때 자기의 방을 여행한 책입니다. 책상, 의자, 침대, 벽화 등. 내용은 인문학적 철학적 사유였던 것 같습니다.

  도서관도 이렇게 여행하면 어떨까? 가상의 도서관이든 실제의 도서관이든 도서관 안을 여행하는 것. 식당, 화장실, 열람실, 자료실, 잔디밭, 의자 등 도서관 안에 있는 모든 곳을 여행해보자는 것이죠. 어떻게? 경쾌하고, 상쾌하고, 유쾌하고, 발랄하고, 스타일리시하게. 『도서관 여행』의 부제는 ‘도서관에 책만 보러 가니?’입니다. 기존의 도서관에 대한 이미지, 고정관념을 엎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도서관은 여행하는 곳, 놀러가는 곳이어야 했습니다. 책은 당연히 보고 읽는 것이고 더불어 음악을 듣는 곳, 휴식을 취하는 곳, 밥 먹는 곳,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 멋진 풍경도 있고, 럭셔리하게 자판기 커피 마시고. 뭐, 그런.

  『도서관 여행』은 만드는 과정도 재밌었고 기대한 바대로 1인출판지원사업의 지원금을 받는데도 성공했습니다. 초반보다는 출간 몇 개월 후에 더 빛을 발하는 책이었습니다.

당신, 아빠잖아 『책 아빠』

  저에게는 현재 일곱 살 딸내미가 있습니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제가 책을 읽어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죠. 아빠의 음성이 뱃속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 뭐 그런 것에 힘입어 안할 수 없었습니다. 해주다 보니 습관처럼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번 키워드는 ‘책’입니다. 그리고 ‘아빠’죠. 더 있다면 ‘놀이’가 들어갈 수 있겠네요. 개인적으로 모든 면에서 제일 맘에 드는 책이기도 한 『책 아빠』이야기입니다. 원래 제목은 ‘책 읽어주는 아빠’였는데, 축약해서 원고를 부를 때 ‘책 아빠’라고 하고 있었고, 카페도 있고, 책도 있더군요. 그래서 그냥 『책 아빠』라고 짓기로 했습니다. 부제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아빠 놀이’입니다. 『책 아빠』의 저자도 원래는 아이를 귀찮아하는 그냥 보통의 남정네였습니다. 어느 날 참다못한 아내가 한마디 합니다. “당신, 아빠잖아.” 작지만 단호한 한마디였습니다. 이 부분을 읽을 때 저도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도 아빠였거든요. 이 책이 제 맘에 드는 것은 ‘아이와의 대화’ 때문입니다. 책을 읽어주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게 되는 것이죠. 하루에 몇 권 읽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 권을 읽든, 두 권을 읽든 상관없습니다. 놀아 주는 것이죠. 대화하는 겁니다. 나중에는 놀아 ‘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놀게 됩니다. 아주 재밌게 말이죠. 이상향에서나 있을 수 있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는 순간입니다. 어릴 때의 이런 기억이 평생 아빠와 친구가 될 수 있는 발판이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참고로 『책 아빠』의 특징이 있습니다. 번역서와 국내서의 비율이 같지 않습니다. 번역서가 월등히 높죠.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손이 가는 책을 읽어주었기 때문이죠. 국내서를 읽어야만 한다는 강박은 별로 아빠나 아이에게 이로운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또한 소개 된 49종의 그림책들이 모두 좋은 책들이긴 하지만 추천도서는 아닙니다. 책 위주의 내용이 아니고 에피소드 위주이기 때문에 소개 된 책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것이죠. 아빠와 아이가 같이 놀기 위해서 책이 사용된 것뿐입니다. 저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출간 된 『책 아빠』의 성적은 그냥 그랬습니다. 기대보다 덜 나간 이유가 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완벽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여튼 이렇게 2011년이 갔습니다. 네시간 성장의 주춧돌을 마련하고 말이죠.

에세이의 부담감을 덜다『슈슈』,『디테일, 서울』

  ‘웃음이 주룩주룩 눈물이 꼬물꼬물’이라는 재밌는 부제를 달고 출간 된 『슈슈』는 문학은 안하겠다는 저의 결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네시간의 첫 에세이집입니다.

‘슈슈’는 웃음을 의미하는 ‘^^’과 눈물을 의미하는 ‘ㅠㅠ’의 합성입니다. 저자의 글에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별로 교훈적일 것 같지 않은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 에세이. 그런데 그 속에는 반전이 있고, 웃음이 있고, 눈물이 있고, 삶이 있습니다. 피식 또는 크크크 웃고 나면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죠. 글을 접했을 때 처음에는 ‘뭐야?’였다가 ‘어라’로 바뀌고 마지막 장을 덮고는 ‘흐음’이 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냥 웃을 수만도 없고, 마냥 울 수도 없는 상황들, 삶들이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펼쳐집니다.

  『책 아빠』이후로 기획했던 것들이 줄줄이 낙마했습니다. 저자들의 상황도 있을 것이고, 출판사 상황도 있었죠. 기획 가뭄으로 힘들어 하면서 어둡고 힘들다고 예상되는 2012년의 아침이 밝았습니다.『슈슈』는 말 그대로 네시간의 단비 같은 존재입니다. 사실 제목을 ‘헐’로 가려고 했는데, 주위의 열화와 같은 반대에 힘입어 고민하던 중 ‘슈슈’로 제목을 삼았습니다. 합성이모티콘인 ‘슈슈’는 출판사가 만든 것이 아니고 저자가 평소에 자주 쓰는 저자 자체 개발 이모티콘인 것이죠. 고정 독자가 있는 분이었고, 반응도 네시간 평균 이상인지라 에세이에 대한 부담감을 좀 덜게 해준 고마운 책입니다.

  여덟 번째 키워드는 ‘서울’입니다. 서울도 꽤 많은 종수를 자랑합니다. 나올 만큼 나왔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꾸준히 나오는 어쩌면 영원한 소재가 아닐까 싶네요.

 『디테일, 서울』에서 ‘디테일’은 감성적인 단어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저자와 관계된 장소, 먹거리, 볼거리 등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서울’이라는 공간도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죠. 서울은 ‘도시’를 대표했을 뿐입니다. 또 어쩌면 도시든 시골이든 상관없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혼자 사는 여성인 저자가 지금 여기에서 어떠한 삶의 방식으로 어떻게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가를 나를 통해서 감성적으로 ‘그냥’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저 사람이 왜 자기의 삶을 보여줄까에 대한 답은 독자의 몫입니다. 독자가 받아들이는 의미는 ‘그럴 수도 있구나’로 충분합니다. 더 바라는 건 욕심 아닐까요?

  『디테일, 서울』은 즐거운 추억거리가 많습니다. 대부분은 술잔을 기울인 이야기지만, 언론에서도 관심을 기울여줬고, 서점에서도 호응해줬고 초기 판매가 좋았던 책입니다. 더 좋았던 기억은 역시 ‘낮술 이벤트’입니다. 내용 중에 낮술에 관한 글이 있습니다. 독자와 함께 해보는 것도 재밌겠다고 생각해서 진행했죠. 참여도는 낮았지만, 호응은 좋았습니다. 평일에 진행했기 때문에 많은 분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판매와 연결이 됐다고 생각할 정도로 호응이 좋았기 때문에 더할 나위없는 행사였다고 자평합니다. 고효율 저비용의 행사였던 것이죠.

새파란 교사, 교육을 논하다 『교사, 가르고 치다』

  2012년 9월 현재 나와 있는 신간은『교사, 가르고 치다』입니다. 아마도 이 글이 기획회의에 실려 나오는 시점에서도 『교사, 가르고 치다』는 네시간의 신간으로써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겁니다. 이 책의 키워드는 당연히 ‘교사’입니다.

  어느 날 우연히 신문을 읽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참고로 신문을 읽을 기회라 함은 평소에 신문을 안 보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안 봅니다. 하여튼 안 보고 있는 상황에서 하필이면 봤다라는 것은 ‘운명’이죠. 그때 또 하필 교사에 관한 연재 기사였든 것이죠. 내용은 지금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제목만 보고 키워드를 결정한 관계로 무슨 내용인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교사에 관한 기획이 시작됩니다.

  교사, 교육, 학교에 관한 도서들도 꽤 많은 편입니다. 출판인으로서 당연히 교육에 관심이 없을 수는 없거든요. 그 많은 관련서 중에 교사에게 성찰을 요구하거나, 강요하거나, 비판하는 책은 못 본 것 같습니다. 그것도 교사가 자신을 포함해 교사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책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거죠. 제 눈에 안 걸렸을 수도 있고, 있었다면 기획을 멈췄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참 준비하고 있는데 비슷한 책이라도 나오면 기분이 상당히 상하거든요.

  선생님이 써야 하는 것은 맞는 것 같은데, 누가 쓰는가가 중요했습니다. 저명한 교육계 인사가 쓸 것인가? 이 시대의 어른에게 부탁드릴 것인가? 누가 쓸 것인가? 네시간은 젊은 교사를 택했습니다. 아무래도 나이 드신 분들이나, 경험 많으신 선생님들은 뭐랄까,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현장감도 좀 떨어질 것 같고 쓰는 분들이나 읽는 분들이나 뻔한 얘기로 받아들일 것 같았거든요. 젊은 교사의 생각은 다를 것으로 봤습니다. 혈기도 방장하고 경험도 어느 정도 있고 비판의 수위도 높을 것 같고요. 반대로 욕을 먹을 수도 있죠. 새파란 것이  교육을 논했다고 같은 교사를 비판했다고 역풍에 휩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역풍의 경우 잔인하지만 출판사의 결심보다는 작가의 의지가 더 중요합니다. 사실 출판사는 논쟁이 심화되면 좋습니다. 이슈가 되니까요. 교사의 입장은 다르죠. 어려운 선택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상당히 조심스러웠죠. 좋은 기운도 있었습니다. 여러 매체들을 통해 교사 스스로를 강하게 비판하는 글들이 많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드물지 않게 종종이요. 그럼 책으로 나와도 되겠거니 했습니다.

  『교사, 가르고 치다』는 이렇게 젊은 교사의 강도 높은 비판의 칼을 겨누고 나왔습니다. 홍세화 선생의 추천글이 생각납니다. 우리 아이들이 더 좋은 교사를 만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많은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글입니다. 한 아이의 아빠로서 저도 그 바람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죠.

  네시간의 책들은 현재까지 이렇게 9종입니다. 말씀드린 대로 키워드가 적용된 책이 있고, 안 된 책도 있습니다. 공통점은 있습니다. 네시간과 저자들이 젊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 실행에 옮기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 비주류의 대중화를 꿈꾼다는 것입니다. 꿈이라고 해서 불분명한 이상향을 쫓는 것은 아닙니다. 권력에 대한 의지도 아닙니다. 그들은 그냥 그런 삶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죠. 옳은 일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네시간은 이후로도 계속 권태롭고 나태로운 출판을 이어갈 것 같습니다. 마음에 드는 키워드가 없다거나, 있어도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네시간은 그냥 놀 겁니다. 세월을 보내는 것이죠. 그냥. 생각날 때까지. 영원한 조력자이며 존경하는 마눌님은 저를 내쫓고 싶을 겁니다. 뭐, 어쩔 것이냐? 애 아빤데.

  아, 중요한 걸 까먹을 뻔했는데요. 지금 시각은 9월 12일 01:05분입니다.

- 기획회의 328호 <기획자 노트 릴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