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님의 "가라타니 고진과 새뮤얼 헌팅턴"

제 책상에도 <문자와 국가>가 놓여있습니다.^^ 고진 이론의 많은 부분을 공감하지만 '근대 문학의 종언'테제는 그리 공감이 가지 않더군요. 왠지 뭔가 핵심 주변을 겉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근대 문학'에 대한 가치 평가가 달랐던 데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진은 '근대 문학'이 근대 사회에서 뭔가 계몽적이고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특수한 위치에 있었다는 걸 전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종언 테제'에 제가 공감하지 못했던 건 한국 문학이 근대 한국의 역사에서 그런 특수한 위치를 갖고 있다는 걸 제가 실감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진이 일본에서 체험한 것을 한국에 있는 저는 체험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일본의 나쯔메 소세키, 중국의 루쉰과 같은 문학가가 우리에게는 없었다는 것이지요... 결국 종언을 논할 '특수한 근대 문학'은 원래 한국에는 없었다. 따라서 종언을 논할 필요 없이 여기 한국에선 '시작'을 논해야 한다는게 제 요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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