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책의 날 기념, 10문 10답 이벤트!

서재를 오래전에 열기는 했는데 내 서재에 무언가를 올리기 보다는 다른 분들의 서재에 기웃거리는 데서 더 큰 재미를 느꼈고 그 재미에 빠져 내 서재에 글을 올리는 것은 미루어 왔다. 너무 미루다 보니 글을 올리는 것이 더 어색해 진 듯도 하다.^^  따라서 10문 10답에 응하는 건 상품권이 탐나서라기 보다는 이 기회에 한편의 페이퍼라도 올림으로써 내가 여기저기 다른 분들의 서재에 기웃거리며 흔적을 남겼을 때, 내 아이콘을 클릭하여 내 서재에 방문했던 분들이 느꼈을 썰렁함을 조금이라도 보상하고자 하는 차원에서이다.^^ 
 

1. 개인적으로 만나, 인생에 대해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누고픈 저자가 있다면?   


요즈음은 딱히 내가 읽은 책의 저자 중 누굴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픈 욕구는 별로 없다. 그러고 보니 데리다가 이미 세상을 떠난 사상가를 만난다면 무엇을 물어보겠냐는 질문에 '그들의 성생활'이라는 답을 했다는 게 떠오른다.^^  단순한 농담이지만 현전의 형이상학을 비판하는 그의 철학이 전제된 철학적 농담이 아닐까 싶다.  

책은 저자 이상이고 저자는 책 이상이다. 책을 읽으면서 상상한 것을 저자에게 직접 확인 해야 확실해 지는 것은 아닐 것 같다.  불교에 보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닫고 실천하고자 하는 자의 종류에는 성문, 독각, 보살의 三乘 있다고 하는 데 결국 一乘으로 통합되어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유학파들은 암암리에 聲聞 우월주의를 이야기 하는데 대승 불교에서는 성문들이 오히려 비판을 받았다^^ 물론 저자를 만나서 새로운 생각의 모티브를 얻을 수 있을 가능성도 높긴 하다.^^  나는 유학가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자신을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는 체험을 위함이지 특정 계보를 절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면 아니감만 못하리라.
 
2. 단 하루, 책 속 등장 인물의 삶을 살 수 있다면 누구의 삶을 살고 싶으세요?


 
 

 

 

 

 

오귀스트 뒤팽 - 도난 당한 편지, 모르그 거리의 살인, 마리로제 수수께끼에서 보여준 추리는 어릴적 나를 사로잡았고 뒤팽과 같은 추리력을 동경했고 그를 닮고 싶었다. 그래서 포우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가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곤 했다. <모르그 거리 살인사건>에서 뒤팽이 친구의 속생각의 흐름을 따라잡고 맞장구를 치는 대목이 있는데 나도 그와 같이 사람들의 속 마음을 꿰뚫어 보고 싶었다.^^  그리고 덜 알려진 소설이지만 <마리 로제 수수께끼>에서 뒤팽이 순수히 신문기사만 가지고 범행의 정황을 추론하는 것은 정말 압권이다. 나도 신문 기사만 가지고 천안함 침몰의 비밀을 추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에드몽 단테스- 재미로만 따진다면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능가하는 소설을 찾기는 힘들 것 같다. 물론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단순한 재미 이상의 많은 것을 말한다. 이 소설의 모티브는 에드몽 단테스의 복수이지만 한편으론 귀족들과 권력 지향적인 인간들의 위선과 뻔뻔함에 대한 철저한 조롱이다.  가끔은 <몬테크리스토 백작>과 같은 권력과 돈을 가진 자가 선한 의지를 가지고 인간세를 바꾼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단테스와 아멜리에가 결합한 몬테크리스토 백작같은 인물이 뒤에서 세상을 조종한다면 인간세는 훨씬더 평화롭지 않을까?

그런데 단 하루라고 한다면 뒤팽이나 단테스의 삶 중 어느 날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 결정적 하루는 그 전의 과정이 없인 존재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중의 스티븐 디달러스나 블룸같은 삶을 우리는 실제로 매일매일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3. 읽기 전과 읽고 난 후가 완전히 달랐던, 이른바 ‘낚인’ 책이 있다면?  

 

 

 

 

 

 

 

'완전히 달랐다'는 표현이 좀 과장이긴 한데, <트랜스크리틱>을 읽고 단순히 문학평론가로 알았던 가라타니 고진이 퍽 깊은 사상가이자 실천가라는 걸 알게 됐다.  그후론 그의 모든 책을 사 모으고 있다.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을 읽고 경박한 유행 사상가로만 알았던 지젝이 우리 시대의 이데올로기 문제를 푸는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욱더 진지하게 주목해야 할 사상가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두 저자에 대해 관심이 생긴건 순전히 로쟈님 덕분이다.^^
 

읽고 실망했던 소설이 있다면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인데 나는 카뮈가 선택한 소재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 그는 하필 태양 때문에 아랍인을 살해하는 소재를 선택했을까? 사실 내겐 <이방인> 소설 자체보다는 그 소설에 대한 해설이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물론 나는 카뮈의 문학세계를 폄하하지 않는다. 김화영 교수가 공들여 번역한 그의 전집 대부분을 소장하고 있기도 하다...

4. 표지가 가장 예쁘다고, 책 내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책은?
 

  

 

 

 

 

 

 

북디자인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주목하진 않는다. 좋은 표지가 많았는 데 일일이 거론하자니 귀찮고(^^)  순간 떠오르는 건 롤리타 50주년 기념판이다. 눈에 띄는 곳에 책이 있기 때문인데 순전히 표지 때문에 이 책을 선택했다.

5. 다시 나와주길, 국내 출간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는 책이 있다면? 

하도 많아서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다. 예를 들어 작년에 나온다던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 새로운 번역본은 왜 나오지 않는 걸까?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적 공동체>는 절판된 후 왜 재출간되지 않을까? 고익진의 <한국 고대불교사상사>같은 책은 왜 절판이 될까? 김재남의 한 권짜리 <삼정 셰익스피어전집>같은 건 집에 모셔두고 싶은데  왜 다시 나오지 않을까?  그 외에도 부지기수다.

요즈음은 절판될까 두려워 당장 읽을 계획이 없어도 일단은 사둔다. 아마존에 가보면 어떤 책도 절판되지 않고 판매하고 있는 걸 보면 부럽다.

한마디 덧붙히자면 법정 스님의 책들은 계속 출판되면 좋겠다.  유언은 하셨지만 이미 출판된 책은 저자의 손을 떠난 이상 사회의 자산이 아닐까 싶다. 법정 스님의 책들은 맑은 샘물과 같다. 이 샘물이 세상을 정화하지는 못하겠지만 산행 후 들이키는 약수와 같이 가끔은 시원하게 해준다. 우리사회에는 법정스님의 책이 계속 필요하다.

 
6. 책을 읽다 오탈자가 나오면 어떻게 반응하시는지요. 
그냥 볼펜으로 수정해 둔다. 

7. 3번 이상 반복하여 완독한 책이 있으신가요? 

요즈음은 드문데 중고등학교를 걸쳐 <삼국지> , <수호지>, <열국지> 등 중국 소설들을 다독했다. 아마 3번 이상일 듯 싶다. 아버지는  내가 <삼국지>를 많이 읽어서 만만디가 됐다고 하신다.^^  고등학교 때 <데미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다독했던 기억도 있다.  <데미안>의 첫장 두개의 세계는 <보물섬>에서 암시된 두 개의 세계에 대한 느낌을 심도있게 표현한 것으로 느껴졌다. <베르테르의 슬픔>에서는 감정표현의 진지함이랄까, 뭐 그런 것을 깊이 느꼈던 것 같다.

대학교 이후엔 다독이 좀 드물어 지는데 도올 김용옥의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 <노자 철학 이것이다>를 여러번 읽었었다. 생동감있는 사유와 문체로 내 주변의 문화를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8. 어린 시절에 너무 사랑했던, 그래서 (미래의) 내 아이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책?   

 

 

 

 

 

 

 

'너무 사랑했던'이란 표현이 좀 그렇긴 한데, <보물섬>, <왕자와 거지>, <비밀의 화원>, <톰 소여의 모험> 등의 책을 권하고 싶다.  초등학교 2년 때 읽은 <보물섬>에 나오는 존 실버는 나에게 선악의 구분이 그렇게 명확한 것은 아니라는 걸 처음 깨닿게 해줬다.  일상적인 선상 대화와 짐이 통속에서 사과를 먹으며 들었던 대화는 얼마나 달랐던가.  <보물섬>의 문제의식이 <지킬과 하이드>로 발전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개인적으론 지킬과 하이드로 가르는 것 보다는 존 실버로 종합되어 있는 게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있지 않나 싶다. 스티븐스가 처음 제목으로 생각했던 건 <보물섬>이 아니라 <선상 조리사(The Sea Cook)>였다지 않은가.  

<왕자와 거지>는 신분이란 것의 본질에 대해 <비밀의 화원>은 소통에 대해 느끼게 해준다. 톰 소여와 같은 장난꾸러기가 지금 주변에 있다면 매우 귀찮아 하겠지만 어릴 땐 발랄한 톰소여가 부러웠고, 지금도 귀찮긴 해도 너그럽게 봐줄 것 같기는 하다.^^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한 건 즐겁게 뛰어놀며 느끼는 생동감이 아닐까 싶다. 

  
9. 지금까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두꺼운(길이가 긴) 책은?  

<삼국지>일 것 같다. 내가 중고등학교 때 다독했던 것은 방기환 번역본이었는데 최근 김구용 본 한질을 새로 구매했다. 아직 읽지 않았다.  서양소설로는 <카라마조프 형제들>인데, 요즈음 <안나 카레니나>를 시간 날때마다 조금씩 읽고 있고 두 책중 어느 것이 더 분량이 많은 지는 모르겠다.

우리나라엔 대하소설이 참 많은데 난 <태백산맥>의 1권을 읽은 게 전부다. 조정래의 소설들을 높이 평가하지만 개인적으론 대학교 1학년 때 <태백산맥>의 제 1권을 읽은 후 나머지 권들은 읽지 않았다. 뭐랄까, 개인적으론 좀 상투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언젠가 시간을 내서 조정래의 역사소설들을 완독하고 싶은 욕구는 있다. 박경리의 <토지>, 홍명희의 <임거정>도 언젠가는 완독해야 할 텐데...

 
10. 이 출판사의 책만큼은 신뢰할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는?
이 출판사의 책만큼은 신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는 것 같다. 민음사, 한길사, 문학과 지성사, 창비 모두 기본적인 신뢰를 갖고 있다. 철학이 돋보이는 출판사라면 서광사도 높이 평가하고 열화당이나 눈빛 등 개성있는 출판사들을 존경스럽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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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올려보니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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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10-05-01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상보다 길게 쓰셨는데요.^^

푸른바다 2010-05-02 12:16   좋아요 0 | URL
ㅎㅎ 방문해 주셨네요^^ 쓰다 보니 길어지더군요^^ 사실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많은 부분을 삭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