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일기 (리커버 에디션)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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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죽음이 이렇게 2년이 넘도록 아픔으로 남을 수 있을까? 어린 시절 아버지가 죽고 오랜 시간을 어머니와 둘이 살았다는 작가의 이력을 보니 그럴 수 있을 것 같기도하고. 여러모로 남다른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었구나 싶다.

어머니의 죽음을 슬픔에서 연민으로 끌어올렸다니, 아마도 그녀의 죽음에 우리가 모르는 숨겨진 사연이 있었던 듯 싶기도. 혹자는 그녀의 죽음이 자살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나에게 이런 일이 닥친다면?
지금은 모르겠다, 어떤 기분일지. 작가의 어느 메모처럼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가 무심코 흘린 한 마디에 철철 눈물을 흘리게 될지도. 있을 때 잘 하자. 그게 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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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에고를 넘어서 도덕과 만날 때, 슬픔은 고유한 슬픔, 완전히 새로운 슬픔이 된다. 이 완전히 새로운 슬픔을 바르트는 니체와 함께 ‘연민’이라고 부른다. 『밝은 방』 마지막에서 바르트는 이렇게 쓴다: “사진이 불러내는 감정 안에서는 또 다른 선율이 들려왔다. 그것은 연민이었다. … 죽은 것, 죽어야 하는 것들을 껴안으며 나는 사진 속으로 뛰어든다, 1889년 1월 3일, 지쳐 쓰러진 말의 목덜미를 껴안으며 연민 때문에 미쳐버린 니체처럼.” 도덕의 주체는 더 이상 슬픔의 주체가 아니다. 그는 애도의 끝에서 슬픔으로부터 깨어나는 주체, 슬픔의 에고로부터 연민의 사랑으로 건너가는 주체다. 푼크툼의 순간, 순결한 슬픔의 순간, 바르트의 순간은, 이 연민의 도덕적 주체가 태어나는 순간이다. —역자의 말 중에서

애도일기 (리커버 에디션) | 롤랑 바르트, 김진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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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9
김승옥 지음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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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의 ‘무진기행’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고 밖에는.

그의 작품에는 시체, 강간, 자살, 살인미수, 혹은 직장에서 잘리는 이야기 뭐 이런 소재들이 동시에 나오거나 아니면 적어도 두 세 가지씩은 겹쳐서 나온다. 작품의 분위기가 상당히 무겁다.

또, 주요 인물들은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누군가에게 해를 가하고 이를 부끄러워 하지만, 절대 상황을 돌려놓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되는대로 상황을 흘려보낼 뿐이다. 부딛친 상처가 그냥 놔두면 어찌저찌 아물어버리는 것처럼. 영웅도 없고 행운도 없다. 그저 지지리 궁상맞은 현실뿐이다.

책의 처음에 적혀있는 작가의 말이 이 모든 작품속에서 만나는 인물들에 대한 면죄부가 아닐까 싶다.

소설이란 추체험의 기록,
있을 수 있는 인간관계에 대한 도식,
구제받지 못한 상태에 대한 연민,
모순에 대한 예민한 반응,
혼란한 삶의 모습 그 자체.
나는 판단하지도 분노하지도 않겠다.
그것은 하느님이 하실 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의미 없는 삶에
의미의 조명을 비춰 보는 일일 뿐.

1980년
작가의 말

가장 익숙하고 여러번 읽어서 좋아하게 된 ‘무진기행’ 이외에도 마음에 드는 작품들이 많았다.

전혀 다른 환경의 동갑내기 25세 청년 둘이서 죽은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하루저녁에 다 써버리려는 남자를 도와주는 ‘서울 1964년 겨울’,

남의 아내가 되어버린 첫사랑의 부고를 듣고 추억에 잠기는 교수님과 대화하는 남다른 가족사를 가진 젊은 학생의 이야기 ‘생명연습’,

빨치산의 죽음과 형들의 나쁜짓에 일조하면서 점점 성장해가는 어린소년 이야기 ‘건’,

강압적인 분위기로 집안의 모든 활동을 시간단위로 통제하는 이상한 가족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젊은이 이야기 ‘역사’,

신문에 만화를 그려 근근 살아가는 가난한 만화가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는 이야기 ‘차나 한 잔’,

산업혁명과 외국문화 등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현실 속에서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 ‘다산성’,

가난 때문에 키우던 염소 고기도 팔고 무허가로 술도 팔고, 결국 버스 안내양이 된 누나를 자랑스러워하는 남동생의 눈물겨운 이야기 ’염소는 힘이 세다‘,

남편과 같은 은행에서 일은 하고있지만 직장에서 잘릴 것이 두려워 결혼식은 물론 결혼한 사실도 비밀로 하는 아내 이야기 ‘야행’,

텔렌트와 결혼한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 아내의 혼전 경험 때문에 고민하다 결국 이혼한 후에 벌어지는 이야기 ‘서울의 달빛 0장’

‘다산성’을 빼고는 대부분 단편이라 가볍게 읽을만 하다. 단편이지만 스토리 안에 숨겨진 무엇인가가 마음속에 걸려서 콕콕 찔러대는 느낌이 있다. 그것의 정체가 무엇일까 찾아보는 재미도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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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돌아서서 전보의 눈을 피하여 편지를 썼다.

“갑자기 떠나게 되었습니다. 찾아가서 말로써 오늘 제가 먼저 가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만 대화란 항상 의외의 방향으로 나가 버리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글로써 알리는 바입니다. 간단히 쓰겠습니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제 자신이기 때문에 적어도 제가 어렴풋이나마 사랑하고 있는 옛날의 저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옛날의 저를 오늘의 저로 끌어다 놓기 위하여 갖은 노력을 다하였듯이 당신을 햇볕 속으로 끌어 놓기 위하여 있는 힘을 다할 작정입니다. 저를 믿어 주십시오. 그리고 서울에서 준비가 되는 대로 소식 드리면 당신은 무진을 떠나서 제게 와 주십시오. 우리는 아마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쓰고 나서 나는 그 편지를 읽어 봤다. 또 한 번 읽어 봤다. 그리고 찢어 버렸다.

덜컹거리며 달리는 버스 속에 앉아서 나는, 어디 쯤에선가, 길가에 세워진 하얀 팻말을 보았다. 거기에는 선명한 검은 글씨로 ‘당신은 무진읍을 떠나고 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씌어 있었다.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무진기행 | 김승옥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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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노트 - 인생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김익한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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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고 일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을 속속들이 알려주는 대단한 책. 공부하는 사람이나 책 읽는 사람에게도 정말 큰 도움이 될만하다.

*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3단계 연습
1단계: 반복적으로 되뇌기
2단계: 생각을 이어 가기
3단계: 글로 쓰기

저자가 알려주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3단계 방법’중에서도 작업의 마무리는 ‘글로 쓰기’로 귀결된다. 요약해서 핵심만 파악하여 정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저자는 기록을 잘 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 이외에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나 본인이 사용하는 도구들에 대한 소개와 안내도 함께 곁들인다. 그야말로 시시콜콜 기록에 대해서는 할 말이 정말 많은 분이로구나 싶다.

특히 독서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많이 언급되어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다.
읽은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고 무엇이 핵심인지 잘 모를 때에는 그저 천천히 읽어보고, 그래도 안되면 딱 거기까지 알고 넘어가는걸로 만족하라는 것. 지금 읽을 때와 나중에 읽을 때 얼마든지 다른 느낌과 감상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니 실망하지 말라는 말이 너무 위안이 됐다.
독서한 내용을 더 오래 머릿속에 붙잡아두기 위해서 꼭 독서기록을 하면서 내용을 나름대로 정리해보라는 내용도 역시 동감하는 내용.

본인이 했던 이런저런 기록노트의 예를 책 속에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역시나 남이 한 내용은 쉬워보이는데 직접 하려면 난감해지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ㅋㅋ
근래 읽은 실용서 중에서 가장 배울게 많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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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저자의 의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자신이 교감한 만큼 자신의 언어로 요약하고 기록하는 일에 집중하자. 당신이 표상할 키워드가 원래 저자가 쓴 키워드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나한테는 익숙하지 않거나 와닿지 않는 단어 대신 내가 온전히 이해하고 교감할 수 있는 단어를 선택하라.

‘그것은 저자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 네 생각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한다면, 맞는 말이다. 나는 그것만이 온전한 자기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번에 교감하지 못했다고 해서 끝난 것은 아니니 안심하길 바란다. 다음에 다시 접했을 때 더 많은 것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10대에, 20대에, 40대에 그리고 60대에 읽었던 『데미안』이 모두 달랐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성장해 나간다.

거인의 노트 | 김익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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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 : 파이널 에디션 - 복잡한 세상에서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리처드 H. 탈러.카스 R. 선스타인 지음, 이경식 옮김, 최정규 감수 / 리더스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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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를 우리말로 바꿔보자면 아마도 ‘부추김’ 정도 되지 않을까?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며 사람들이 움직이도록 옆에서 옆구리를 찌른다는 의미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남자 화장실 소변기 안에 그려진 자그마한 파리 그림. 그야말로 선택 설계자들의 치밀한 계획과 설계가 손쉽게 어마어마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마법같은 방법이 바로 넛지 아닐까 싶다.

이 책의 파이널 버전이 초판발행 13년이 지난 후에 다시 나왔는데, 이러한 넛지를 이용해서 돈과 관련된 이런저런 효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거국적인 차원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장기기증이나 기후변화에 대비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기도 한다.

설명을 듣다보면 ‘아, 그렇겠구나’ 싶은데, 실재 내 생활에서 넛지를 사용할 수 있을만한 예를 찾아보려고 하면 쉽지가 않다. 콜롬버스의 달걀 같은 느낌이랄까. 답을 알고보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이 쉬운 방법이지만, 막상 생각해내려면 상상력과 내공의 벽을 절감하며 나의 무지함을 절감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연구해 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주제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변화를 일으키고 싶으면 일단 쉽고 간단하게, 많은 사람이 실행하기 쉽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직접적인 훈계나 일방적인 교육이 아니라 비슷한 공간,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스스로 비교하며 자연스럽게 전례를 따르도록 유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선택 설계를 한 번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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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선택 설계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우리의 주문인 ‘쉽게 만들어라’다. 만일 당신이 어떤 행동을 장려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사람들이 그 행동을 하지 않는 이유를 밝혀낸 다음 그 행동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모두 제거하면 된다. 사람들이 운전면허증을 따게 하거나 예방주사를 맞도록 하고 싶다면 관련 과정을 쉽고 단순하게 만들고 편의성을 높이면 된다.

넛지: 파이널 에디션 | 리처드 H. 탈러, 카스 R. 선스타인, 이경식, 최정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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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하루
시루 지음 / 올라(HOLA)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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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하루 | Siru

사람들이 주인공인건 분명한데 캐릭터 모양은 전혀 사람같이 보이지 않는 짜리몽땅 두루뭉실한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만화. 집에서 게코 도마뱀을 키우고, 동네 개들의 이름을 다 알고싶어하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다. 특히 엄마와 아빠의 닭살돋는 애정행각, 필라테스 배우러 갔을 때 보여준 자매의 뻣뻣함 너무 웃겼다 ㅋㅋ

동글동글 알록달록한 그림과 특별할 것 없지만 잔잔하고 소소하게 웃긴 생활이야기가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준 웹툰.

작가 시루님의 대표저서 중에 ‘카카오프렌즈 동네산책 서울편’이랑 ‘카카오프렌즈 오피스’가 있던데, 혹시 그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을 그린 분인가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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