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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둥 - 지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위한 10가지 생각의 기둥
얀 로스 지음, 박은결 옮김 / 다산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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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둥(Bildung)이란 문화적으로나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는 데 필요한 ‘교양’을 일컫는 말. 독일어로 ‘쌓아간다’, ‘형성한다’는 뜻이다. 스스로를 갈고 닦아 참된 인간이 되어가는 도야의 과정을 의미한다.
작가 얀 로스는 2014년 인도의 정치현실을 이해하는데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열쇠가 되어주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시작한다. 이러한 일들을 가능하게 하는 예술 작품이나 사상을 일컬어 '고전'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빌둥'은 이러한 경험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독자들이 '고전'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돕기위한 목적을 가지고 책을 썼다고 밝히면서, 아울러 자연스럽게 고전이 교양으로 전이되는 방법을 10가지 주제로 제안한다.
고대 그리스 - 본질의 발견
이야기 - 내 안의 위대한 유치함을 깨우는 법
과학과 철학 - 세상을 거꾸로 뒤집어 보는 법
미술 - 나만의 삶의 궤적을 그리는 법
음악 - 내 영혼의 자유를 찾는 법
역사 - 삶에 깊이를 부여하는 법
관심과 호기심 - 도전을 망설이게 하는 장애물을 극복하는 법
독서와 탐닉 - 나 자신을 지독히 홀로 두는 법
전통과 저항 -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법
감탄과 감동 - 아름답고 선한 것으로부터의 자극
최근 '고전'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와중에 작가의 집필의도를 읽으니 너무 마음에 와닿았다. 묘하게 설득되는 부분도 많았고. 막연하게 '고전은 좋은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에서 구체적인 증거들이 더해지면서 내 믿음에 확신같은 것이 생겼다고나 할까. 특히 독일의 유력 시사주간지 정치부 기자라는 작가의 이력에 걸맞게 다양한 분야에 걸친 해박한 지식과 식견들이 10가지 주제를 설명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읽으면서 마음에 닿았던 부분을 추리면 다음과 같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사물의 이치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경탄하는 자세에서 철학이 시작됨을 알았다. 놀랍고 대단한 사실의 이치와 해석을 발견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놀라워할 줄 알아야 한다. 틀에 박히고 무감각해져서는 안 된다. -59쪽
그런데 이처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기존의 세계관과도 강하게 충돌하는 이 지점에서 과학이 지닌 교양으로서의 가치가 드러난다. 몇몇 핵심적인 통찰은 이처럼 세상을 밝게 비추는 동시에 사람들에게 좌절감과 당혹감을 안긴다. 빛나는 명료함으로 차라리 보지 않았으면, 알지 못했으면 좋았을 현실을 들추는 것이다. 하지만 교양의 관점에서 보면 환영받지 못하는 생각도 받아들이기 위해 애쓰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과학적 통찰로부터 얻는 가장 큰 이익이 아닌가 싶다. 이는 인간이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하는 시험과 같다. 지성적으로 편안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고, 건드려서 아픈 곳을 계속 찾아 나서야 한다. -94쪽
역사 인식의 반대 개념은 진보가 아니라 망각인 것이다. -169쪽
인류는 역사를 통해 실패와 승리를 기억하며, 미래를 전망하고 연대할 원천을 제공받는다. 역사는 과거가 우리를 홀로 두지 않으며 우리 또한 미래를 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역사는 우리를 고립과 자기중심성에서 해방시켜 주는 도끼인 셈이다. -172쪽
우리의 시야를 넓히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이해력을 늘리려는 노력이 아니다. 우리와 교양 사이를 이어줄 연결고리를 찾는 시도다. -202쪽
독서는 혼자 하는 활동이지만, 동시에 의견을 나눌 사람들이 필요하고 공통된 관심사를 바탕으로 비평과 공감이 이뤄져야 하는 활동이다. 플라톤이 표현한바 우리는 "언어를 도와야 한다". 또한 적힌 언어를 이해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서로를 도와야 한다. -224쪽
통합이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는, 우리가 사랑으로 우리의 형제들을 강제하여 그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는 뜻일 테고, 또한 현실로부터 도망치려는 그들을 멈추게 하는 그들을 바꾼다는 뜻일 테다. -234쪽
시대에 걸맞은 '완전한 교양'은 아래로부터의 관점과 외부로부터의 관점, 관력과 위계질서, 정상이라고 일컬어지는 모든 기준에 저항하는 유산들이 포함된다. -236쪽
'저항', '다르게 생각하기', '반대하기'의 고전은 상상력이 위축되는 것을 막아준다. 우리가 의심 없이 도덕적이고 사회적이라고 믿어온 것들의 편협함을 깨고, 배제해 왔던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며, 지금까지 부정당해 온 법적 관리와 삶의 요구를 인지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2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