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내마음을 계속 불안해지다가 뭉클해지다가 답답하지다가 결국엔 미소짓게 하는 장편소설이었다. 이민진 작가가 소설 습작을 시작하여 첫 소설을 써내기까지 11년의 시간동안 겪었던 서러움과 고통의 시간들이 기술된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새삼 그녀의 작품들이 가지는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듯 했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에는 실로 다양한 한국계 미국인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케이시는 가난한 이민자의 자녀로 미국에서 출세가도의 코앞에서 자신이 원하는 무엇인가를 찾아 좌충우돌 방황하며 길을 개척하는 여성이다. 아버지와의 갈등 때문에 맨몸으로 집을 나와서 독립하게 되는 케이시는 사랑하는 미국인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들과 외도하는 그를 목격한다. 배신감과 사랑 사이에서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지만 결국 다정한 한국계 미국인 남자 은우를 만난다. 은우는 직장에서도 잘리고 급기야 도박중독에 빠지게 된다. 케이시는 은우를 안타까워하지만 차마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상황을 개선시키기엔 자기 앞가림 하기에도 벅찬 현실이라서 둘 사이는 자꾸 엇나가기만 한다.주변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해보려는 마음이 너무 커서 쉬운 길을 마다하고 곤궁하고 답없는 선택을 주로 하곤 하지만, 그녀의 진정성과 솔직한 마음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녀를 찾고 돌보게 하는 인물이다.그녀의 친구 엘라는 안과의사로 미국사회에 자리잡은 부유한 아버지 덕에 어릴 때부터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독실한 기독교적인 생활을 하는 살아있는 천사같은 여성이다. 그녀와의 결혼을 본인의 성공적인 인생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 다가오는 하버드 출신의 야심가 테드와 결혼해서 남편과 그의 가난한 부모들까지 정성껏 챙기는 순종적인 삶을 살아간다. 임신으로 고생하던 중 남편이 회사에서 사무보조원과의 성관계를 통해 헤르페스에 감염되었고, 본인까지 감염되어 태아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한다. 이후 딸아이의 양육관을 놓고 소송까지 벌이게 된다. 천성이 너무 착한 그녀는 그동안 베풀었던 마음에서 우러난 선행으로 위기마다 뿌린 씨앗이 자라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수확으로 거둬들여지는 삶을 산다. 또 하나의 주요한 인물은 케이시의 엄마 리아다. 1967년에 미국으로 건너와 힘들게 가정을 일구며 남편에게 순종하고 두 딸들을 정성으로 키우는 전형적인 한국여성이다. 남편과 함께하는 세탁소 일 이외에 성심으로 마음을 쓰는 일은 교회 성가대 활동이다. 찰스 홍이라는 젊은 음악가가 새로 부임하는데, 그녀의 재능과 미모 때문에 처음부터 관심을 받는다. 음악과 노래를 향한 마음이 점차 지휘자 선생에 대한 관심과 설레임으로 바뀌어갈 때쯤, 원치않는 사건을 겪으며 일생일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민진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내가 아는 한국계 미국인들이 얼마나 복잡다단한 인물인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성공하고 동화하고자 하는 집단적인 소망으로 인해 우리 한국계 미국인들이 자기가 생각하거나 느끼는 것을 입 밖에 내지 않거나 문제를 일으키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 나는 늘 신경 쓰인다. 안전하다고 여겨질 때까지 침묵을 지키거나 표현을 유보하는 이런 특징 때문에 우리의 성격이나 인생을 대신 해석하게 되기 때문이다.’이민진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서 내가 경험해볼 수 없어서 잘 모르던 세계에 대해 생각하고 간접경험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새로워서 흥미로웠고 현실적이어서 감동있었다.#백만장자를위한공짜음식 #이민진 #인플루엔셜 #코리안디아스포라출발점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파친코이민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