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세트]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총4권/완결)
이정운 / 가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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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참... 많이 부끄러운 장르소설, 특히 서양풍 로맨틱 판타지 소설, 오래 전에 읽었던 작품 속편에 이번에 나왔다고 해서 얼른 다운받아 읽었다. 상당한 고수위에 피폐물, 호불호가 갈리는 엄청난 19+ 작품이라서 읽기 전에 단단히 심호흡을 하고 들어가야 한다는.

흥미로운 점은, 이정운 작가가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모티브가 바로 ‘알렉상드르 코제브의 저서 [역사와 현실 변증법_헤겔 철학 입문]’의 한 구절에서부터였다는 것.

“남녀 관계에 있어서 욕구가 인간적일 수 있는 것은 어느 한 편이 다른 편의 육체가 아니라 욕구를 욕구할 때, 다시 말해 어느 한 편이 ‘욕구되고’ ‘사랑받고자’ 할 때, 혹은 자신의 인간적 가치를 인정받고자 원할 때, 바로 그러한 때만 인간적일 수 있다.”

결론은,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정신을 꼭 붙들고 존엄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하며, 그런 사람들만이 서로를 주인으로, 상대방을 서로의 주인으로 존중하고 인정하며 진성한 사랑을 완성해갈 수 있다는 이야기.

마치,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에서 주인공이 일기를 써가며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내용과 통하는 듯 해서 잠깐 전율했다.

아, 원래 이야기의 구상이 어떠했고, 전하고자 했던 메세지가 뭐었든간에 일단 책을 잡고 읽기시작하면 아무것도 생각 안나고 그저 침만 질질 흘리게 된다는게 함정. 도대체 뭔 책이길래 그러나~ 궁금해서 아무생각 없이 책 찾아보실 분 있으시면, 제발 책 읽으면서 제 욕은 하지 마시길. 저는 이런 책도 가끔 읽는 사람입니다, 솔직히. 에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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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begierde)은 생존과 직결된 욕구(Bedürfnis)와 달리 충족되지 않아도 사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욕망을 이루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합니다. 그것이 인간다운 삶이니까요. 타자에게 인정받기 위한 이 투쟁에서 승리하여 욕망을 충족한 자는 주인이 되고, 투쟁에서 패배했거나 투쟁하지 않은 자는 노예가 됩니다.
이 관점에서 사랑도 생사를 건 인정투쟁(Kampf auf Leben und Tod)입니다.

노예를 상대로는 절대 본인의 인정 욕구를 채울 수 없습니다. ‘나’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욕망(begierde)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예처럼 비천한 존재가 아니라 나와 대등하거나 나 이상의 뛰어난 타자의 인정이 필요합니다. 전교 1등에게 공부를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야 뿌듯하지, 전교 꼴등에게 공부를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상대를 노예가 아닌 나의 주인으로 만들 수밖에요.

서로를 인정하고 섬기는 노예가 됨으로써, 역설적으로 서로의 인정을 받는 주인이 되는 겁니다. 누가 주인이고 누구는 노예라는 수직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서로가 서로에게 주인이며 노예인, 성숙하고 대등한 단계로 발전하는 거지요.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4권 후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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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 피할 수 없는 내 운명을 사랑하는 법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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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 박찬국 저

얼마전에 읽은 [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에 이어서 그 책의 저자이신 서울대 철학과 박찬국 교수님의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를 연속해서 읽었다.

이 책은 ‘니체라면 우리가 사는 것을 버겁게 느끼면서 던질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질문들에 어떻게 대답했을지’를 생각하며 만든 책이다. 보통의 철학개론서와는 다른 형식이지만, 니체의 철학에 우리의 현재 생활 속에 어떻게 녹여질 수 있을지를 들어보면서 역으로 니체 철학의 본질로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시도라고 느껴졌다.

읽으면서 크게 공감한 부분. 니체는 특히 종교를 비롯하여 정치적 이데올로기 같이 대중적으로 그리고 거의 무비판적으로 범람하는 신념에 대해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독단적인 신념에 의지하는 사람은 오히려 내적으로 심약하여 어디엔가 의지하고 싶거나 주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상실된 사람이라고 보았다.

나 스스로도 다시한 번 생각해본다. 틀림없다 생각하는 나의 신념에 아무 생각없이 수긍하고 따라가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마음속에 담고 있는 ’흔들리는 지남철‘ 이야기가 겹쳐져서 떠올랐다.

열 가지 질문과 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삶이 힘들 때 니체에게 묻고 싶은 10가지 질문>

1.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들기만 할까?
>> 편안함만을 바라는 사람에게 행복은 오지 않는다.

2. 삶의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 의미를 찾지 않을 때 의미있는 삶이 된다.

3. 내 맘대로 되는 일은 왜 하나도 없을까?
>> 위험하게 사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4. 사람들 사이의 갈등은 어떻게 풀 수 있을까?
>> 고귀한 인간은 자신의 적을 필요로 한다.

5. 신을 믿지 않으면 불행해지는 걸까?
>> 당신을 위한 신은 어디에도 없다.

6. 신념은 꼭 필요한 걸까?
>>신념은 삶을 짓누르는 짐이다.

7. 왜 인생이 자꾸만 허무하게 느껴질까?
>> 예술은 삶의 위대한 자극제다.

8. 죽는다는 것은 두렵기만 한 일일까?
>>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다.

9.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 너만의 꽃을 피워라.

10. 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 자신의 성격에 스타일을 부여하라.

___________

니체는 특정 종교든 정치적 이데올로기든 어떤 확신에 독단적으로 사로잡히는 것이 일종의 자기소외이고, 심지어 스스로 노예가 되기를 바라는 태도의 표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어떤 독단적인 확신에 의존할 때 우리는 확고한 삶의 의미와 방향을 갖게 되고 이와 함께 살아갈 힘을 얻지만, 그 대가로 다양한 확신들을 자유롭게 비교할 수 있는 사고의 폭과 주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니체는 모든 종류의 독단적 확신은 사람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막는 감옥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그는 우리가 수많은 확신들에 대해서 자유로운 태도를 취하면서 그것들을 인간의 생명력을 고양시키는 수단으로 삼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확신의 노예가 될 것이 아니라 그러한 확신을 오히려 우리 자신의 고양과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 박찬국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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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 42
김혜남 지음 / 메이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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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김혜남 저

아, 정말 이런 분이 계셨다니. 멀쩡히 환자 치료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던 정신과 의사선생님이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몸저 누웠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벌떡 일어나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버티며 행복하게,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며 살고계신 분. 김혜남 박사님. 이 책이 처음 나온 지 벌써 10년이 지나서 개정판이 나온 것이라는데, 나는 정말 까맣고 모르고 있었다.

불치병이라는 파킨슨 병을 이겨내며 아직까지 손자손녀 보면서 살아계시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파킨슨 병 걸린 환자들의 말에 따르면, ‘온 몸을 꽁꽁 묶어놓은 채로 움직여보라’고 하는 것와 마찬가지라고. 그러나 작가는 투병생활동안 다섯 권의 책을 썼고, 진료와 강의를 계속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의지력, 투지가 아닐 수 없다.

선고를 받고나서 충격에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저 침대 위에 누워서 현실을 원망하기만 했다고. 그래도 발병 전에는 속으로는 ‘의사로서’ 침착하고 차분하게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믿었는데, 정말 일이 닥치고보니 자기도 별 수 없이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시간만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원망만 하고 있다고 병이 나아질 것도 아니고, 아까운 시간을 이렇게 허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깨달음이 작가를 스스로 일어나게 했단다. 고통이 오는 시간은 잠깐이고 그 시간이 지다면 다시 조금 편해지는 시간이 돌아오니, 그 시간동안 마음껏 하고싶은 일,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찾아서 해보기 시작했다.

말이 쉽지, 그런 결심을 하고 자리에서 떨치고 일어난다는 것이 정말 얼마나 큰 일인지는,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것 같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의 위치에서 현실을 냉정히 파악한 후,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행’하는 사람이 아닌가 다시한 번 느낀다.
주변에서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현실에 괴로워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은 측은해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무엇에서부터든 다시 일어나 ’행동하지 않는‘ 사람은 옆에서도 견디기 힘들 것 같다.

불행 속에서도 늘 감사할 일들을 만들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 바로 전에 읽은 쇼펜하우어 말 처럼, 누구에게라도 닥칠 비극이었으니 ’나만 억울하게 당한다‘는 바보같은 비극의 주인공 역할에 빠져 남은 시간을 낭비하는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

인간의 의지에 다시한번 경외감을 느낀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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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기다림은 언젠가부터 희망이었다. 덜 아프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반드시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 무엇을 하면 좋을까 상상하며 고통을 버텨 냈다. ‘어제는 꼬리뼈까지 아팠는데 오늘은 옆으로 눕는 것도 되네. 몸을 다 못 움직여도 손가락은 맘대로 움직일 수 있네. 정말 다행이다. 오늘은 약을 먹고 두 시간밖에 못 버텼는데 내일은 어떨까.’ 어제보다 오늘이 나으면 다행이지만 오늘이 어제보다 안 좋을 수도 있다. 그래도 쉽게 절망하지 않는다. 내일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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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당신을 구할 철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18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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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 박찬국 저

‘신은 죽었다’고 말한 니체에게 큰 영향을 준 염세주의자 쇼펜하우어. 당시 수많은 젊은이들을 자살로 몰아간 철학자이건만 정작 자신은 장수했다는 후문이— 자세히 책을 읽기 전부터 별로 쇼펜하우어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사람, 꽤 괜찮은 것 같다는 쪽으로 돌아섰다. 꾸역꾸역 살아봤자 별거 없다, 고통스럽고 허무할 뿐이니 이 꼴 저 꼴 보지말고 그냥 끝장 내~ 이런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인간이 가진 욕망들을 내려놓고, 혹여 비극적인 상황 앞에서도 의연하게, ‘내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일이었다, 다시 딛고 일어서는 의지를 불태울 기회로 승화시켜야 한다 말한다. 인생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까지 제시하고 있던 셈이다.

또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화엄경〉의 핵심사상, 즉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는 가르침을 말하는 철학자였던 것. 무엇보다 본인의 욕망을 다스리되, ‘욕망없는 마음이 되겠다’는 의지 조차도 욕망이 될 수 있다는 독특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다. 어쩌라는 건지 ㅋㅋ

동정심을 가지고 ‘울 수 있는’ 존재이며 우리 모두가 결국엔 하나라는 의식을 가진 쇼펜하우어는 굉장히 동양적인 느낌이 나는 사람 같다. 그러나, 지인들과의 일화에 따르면 그는 거북할 정도로 직설적이고 면전에서도 바른 말로 상대방의 입을 막아버릴 정도의 싸움꾼이었다는데, 그리 너그럽고 여유있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재미있다. 니체에 관한 이야기도 한 번 읽어볼까 싶다.
____________

오랜 겨울밤은 끝나려고 하지 않는다.
제발 겨울밤이 끝나고, 햇빛이 머물 수 있다면.
폭풍이 올빼미와 함께 경쟁하듯 울고
허물어진 벽가에서 무기들이 철렁거린다.

무덤이 열리며 자신들의 유령들을 보낸다.
이들은 내게로 와 원을 돌려고 하고,
내 영혼은 치유될 수 없음에 깜짝 놀란다.
그러나 나는 이것에 시선을 돌리지 않겠다.

낮, 낮을 나는 크게 알리고자 한다!
밤과 유령들은 한낮 앞에 달아날 것이다.
이미 새벽 별은 낮을 알린다.

곧 밝아질 것이다, 아주 깊은 근원으로부터.
세상은 광채와 색으로 덮일 것이다.
깊은 푸르름이 무한하게 먼 곳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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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눈
노순택 지음 / 한밤의빛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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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눈 | 노순택

작년 12월에 나온 노순택의 새 책. 이번에도 역시 노순택 작가는 나를 참 부끄럽게 한다. 나름 사진 좀 찍는다고 카메라 들고 깝쭉대던 시절에, 우연한 기회에 그를 직접 만난 적이 있다. 물론 노순택 작가는 기억조차 못하겠지만. 그리고 또 한 번, 그의 개인적인 부탁으로 잠깐 연락이 된 적이 있었고.

그 때, 그 짧은 만남에서도 ‘오, 이 사람, 대단하구나’ 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실은 그의 사진전이나 작품을 통해서는 그닥 큰 인상은 받지 못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느꼈던 나 자신이야말로 <‘사진’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철학 따위가 전무했던 상태였다는 것에 부끄러울 따름이지만.

노순택 작가가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사진은 가위질’이고 ‘의미는 바느질’이라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진이 보여주는 것 밖에 있는 세상, 사진이 가리고 있는 것에 대해 궁금해하고 프레임 안과 밖의 세상을 이어붙이는 과정이 있어야만 제대로 사진을 이해한다 할 수 있으리라.

이 과정에는 분명 세상을 보는 눈과 지식, 통찰의 힘이 따라야 함이 당연하다. 그 바탕에 없이 보여지는 프레임 속 이미지에만 갖혀있으니 의미가 저절로 와닿을 리 만무했을테고. ‘도대체 뭘 표현한거야?’ 하며 투덜댔던 내 모습은 그야말로 무지의 소치.

아무것도 모르고 천둥벌거숭이처럼 지잘난 맛에 살던 나와는 결이 다른,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하고 표현하려던 사람이 동시대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느껴지는 충격과 부끄러움. 노순택은 처음부터 나에게 그런 의미였다.

이번 작품 [말하는 눈]에는 노순택 작가의 사진론, 여태까지 관심을 가지고 작업했던 작품들에 대한 설명과 배경, 그에게 영향을 주었던 몇몇 인물들에 대한 소회들이 함께 들어있다. 그의 작품들을 띄엄띄엄 알고있던 나에게도 그의 작업 흐름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사진을 공부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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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혀 있는 사진을 읽는 여러 방법 중 하나는, 사진이 보여주는 겉 보되 그 사진이 감추고 있는 게 무엇인지 추리하는 것이다. 사진은 필연적으로 보여준다. 필연적으로 감춘다. 보여주는 동시에 감추는 사진의 이중성은, 사진을 보는 데 멈추지 말고 읽으라고 요구한다. 프레임 안에 갇히는 동시에 탈출도 모색하라고 속삭인다. _23쪽

입에 담지 못할 말을 입에 담고 다니는 너의 입과 때려선 안될 이들을 향해 내지르는 너의 주먹. 하지만 너는 네 팔뚝의 보송보송한 솜털을 감추진 못했다. 가끔은 항변하고 싶을 때가 있을까. 너의 겉을 본다는 것이 너의 안을 안다는 것과는 전혀 다름을.

나는, 네게 묻지 않고 내게 묻는다.
지금 네 모습이 너의 책임이기만 한 걸까.

사진은 ‘겉’을 다룰 뿐, 겉을 취할 뿐, ‘안’을 모른다. _34쪽

악마라 불러도 좋을 자들을 볼 때마다, 저것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사진으로 수집해온 건 그런 ‘사람의 짓거리’였다. 정말이지, 나쁜 짓들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때론 착함을 본다. 힘겨워진다. 저 사람은, 사람이 싫어서 저러는구나. 사람됨을 거절하는 구나. 곧 넘어지겠지, 결국 무너지겠지. 착함이란 바스러지기 쉬운 거니까. 그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아파 까무룩 잠이 든다. _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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