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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눈
노순택 지음 / 한밤의빛 / 2022년 12월
평점 :
말하는 눈 | 노순택
작년 12월에 나온 노순택의 새 책. 이번에도 역시 노순택 작가는 나를 참 부끄럽게 한다. 나름 사진 좀 찍는다고 카메라 들고 깝쭉대던 시절에, 우연한 기회에 그를 직접 만난 적이 있다. 물론 노순택 작가는 기억조차 못하겠지만. 그리고 또 한 번, 그의 개인적인 부탁으로 잠깐 연락이 된 적이 있었고.
그 때, 그 짧은 만남에서도 ‘오, 이 사람, 대단하구나’ 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실은 그의 사진전이나 작품을 통해서는 그닥 큰 인상은 받지 못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느꼈던 나 자신이야말로 <‘사진’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철학 따위가 전무했던 상태였다는 것에 부끄러울 따름이지만.
노순택 작가가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사진은 가위질’이고 ‘의미는 바느질’이라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진이 보여주는 것 밖에 있는 세상, 사진이 가리고 있는 것에 대해 궁금해하고 프레임 안과 밖의 세상을 이어붙이는 과정이 있어야만 제대로 사진을 이해한다 할 수 있으리라.
이 과정에는 분명 세상을 보는 눈과 지식, 통찰의 힘이 따라야 함이 당연하다. 그 바탕에 없이 보여지는 프레임 속 이미지에만 갖혀있으니 의미가 저절로 와닿을 리 만무했을테고. ‘도대체 뭘 표현한거야?’ 하며 투덜댔던 내 모습은 그야말로 무지의 소치.
아무것도 모르고 천둥벌거숭이처럼 지잘난 맛에 살던 나와는 결이 다른,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하고 표현하려던 사람이 동시대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느껴지는 충격과 부끄러움. 노순택은 처음부터 나에게 그런 의미였다.
이번 작품 [말하는 눈]에는 노순택 작가의 사진론, 여태까지 관심을 가지고 작업했던 작품들에 대한 설명과 배경, 그에게 영향을 주었던 몇몇 인물들에 대한 소회들이 함께 들어있다. 그의 작품들을 띄엄띄엄 알고있던 나에게도 그의 작업 흐름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사진을 공부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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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혀 있는 사진을 읽는 여러 방법 중 하나는, 사진이 보여주는 겉 보되 그 사진이 감추고 있는 게 무엇인지 추리하는 것이다. 사진은 필연적으로 보여준다. 필연적으로 감춘다. 보여주는 동시에 감추는 사진의 이중성은, 사진을 보는 데 멈추지 말고 읽으라고 요구한다. 프레임 안에 갇히는 동시에 탈출도 모색하라고 속삭인다. _23쪽
입에 담지 못할 말을 입에 담고 다니는 너의 입과 때려선 안될 이들을 향해 내지르는 너의 주먹. 하지만 너는 네 팔뚝의 보송보송한 솜털을 감추진 못했다. 가끔은 항변하고 싶을 때가 있을까. 너의 겉을 본다는 것이 너의 안을 안다는 것과는 전혀 다름을.
나는, 네게 묻지 않고 내게 묻는다.
지금 네 모습이 너의 책임이기만 한 걸까.
사진은 ‘겉’을 다룰 뿐, 겉을 취할 뿐, ‘안’을 모른다. _34쪽
악마라 불러도 좋을 자들을 볼 때마다, 저것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사진으로 수집해온 건 그런 ‘사람의 짓거리’였다. 정말이지, 나쁜 짓들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때론 착함을 본다. 힘겨워진다. 저 사람은, 사람이 싫어서 저러는구나. 사람됨을 거절하는 구나. 곧 넘어지겠지, 결국 무너지겠지. 착함이란 바스러지기 쉬운 거니까. 그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아파 까무룩 잠이 든다. _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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