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관 - 밀실 살인이 너무 많다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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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술트릭의 대가" 오리하라 이치의 데뷔작으로 단편집이다. 1988년『다섯 개의 관』이란 제목으로 나왔으나 이후 두 개의 단편을 추가해서『일곱 개의 관』으로 개정, 1992년에 출시되었다. 오리하라 이치는 <도착 시리즈>, <~자 시리즈>,『그랜드맨션』등으로 대표되는 서술트릭과 호러 서스펜스물인『침묵의 교실』,『이인들의 저택』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이다. 하지만 데뷔작은 다르다. 작가의 출발점은 본격 추리소설, 그것도 밀실 트릭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거기에 유머와 패러디를 곁들였다. 작가가 이러한 방향의 데뷔작을 쓰게된 경위는 작가 후기에 잘 나와 있다. 그야말로 친구따라 강남 간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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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트릭은 모든 추리작가의 로망이다. (덧붙여 모든 추리 독자의 로망이기도 하다 ㅋ) 하지만 이미 1900년대 중반부터 많은 평론가들이 "더 이상의 밀실 트릭은 없다"고 공언한 가운데 "밀실 트릭의 대가" 존 딕슨 카의 열렬한 추종자였던 작가는 신인의 젊은 패기로 불가능한 미션에 도전한다. 책 제목은 카의 명저『세 개의 관』에서 따왔고 부제 역시 렉스 스타우트의『요리사가 너무 많다』에서 차용한 느낌이다.

 

수록된 일곱 개의 단편에서 정말 다양한 형태의 밀실이 등장한다. 나사빠진 밀실도 있고 수년동안 굳게 닫혔던 밀실도 있고 철통같은 밀실도 있고 공중에 떠있는 밀실도 있고 어이없는 밀실도 있다. 어찌보면 그 밀실이 생성된 경위가 다소 허황되고 다분히 만화적인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두 조직간의 전쟁에서 한쪽이 로켓포를 장만하자 반대쪽이 강철로 만든 핵 쉘터로 대응하는데 그 철통같은 쉘터안에서 조직의 보스가 죽는다는 식의 만화같은 설정이 그것이다 <불량한 밀실>. 과학적 분석과 현실적 접근법에 기초한 기존의 밀실 트릭 작품에 비해 일부 단편들은 상당히 기발하면서 때론 파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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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매니아로서 밀실 소리만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늘상 밀실 사건을 멋지게 해결하는 꿈을 꾸는 구로호시 경감과 그러한 경감을 보좌하는 다케우치 형사가 티격태격, 아웅다웅하는 장면들이 소소한 유머를 선사하며 작품의 감칠 맛을 더해준다. 그렇다고 내용이 한없이 가볍거나 추리가 부실한 것은 아니다. 의문의 살인사건과 함께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다양한 형태의 밀실이 등장하고 두 경찰은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 식이지만 나름 예리한 분석과 정열적인 수사로 밀실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사건을 깔끔히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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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재밌게 읽은 단편은 <와키혼진 살인사건>이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혼진 살인사건>을 패러디한 작품으로 계속해서 범인이 바뀌는 치밀한 전개가 일품이다. 마치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할 듯 싶기도 하고『도착의 귀결』에서의 <목매다는 섬>이 연상되기도 한다. 쓰쓰이 야스타카의 <부호형사>를 패러디한 <그리운 밀실> 역시 작중작의 액자식 구성에 <유다의 창>을 연상시키는 기발한 밀실 트릭과 논리적인 전개로 기억에 남는다. 한 편의 무협소설을 보는 듯한 <존 딕슨 카를 읽은 사나이들>은 그 황당무계함이 밀실 트릭과 잘 연계되어 재밌게 읽었다. 또한 <불량한 밀실>과 <천외소실 사건>에서는 엎치락뒤치락하는 전개와 마지막 반전이 마치 향후 <도착 시리즈>의 원형을 미리 보는 것 같아 반가웠다. 앞쪽 다섯 개의 단편들이 재미와 완성도가 뛰어난 반면 다소간의 억지스러움과 가벼움이 느껴지는 뒤쪽 두 편은 습작 수준의 애교로 봐줄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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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경천동지할 정도의 정교하고도 완성도 높은 밀실 트릭이 제시된건 아니지만 더 이상 새로울게 없다는 밀실 트릭의 한계에 신인의 패기로 도전장을 내밀어 다양한 밀실 트릭을 개발하고 거기에 맞는 플롯을 짜느라 고심한 작가의 노력이 엿보인다. 이러한 밀실 트릭으로 데뷔한 작가가 같은 해에『도착의 사각』을 발표하고 바로 다음 해에 공전의 히트작인『도착의 론도』를 내놓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서술트릭과 호러 서스펜스물로 업종 전환을 한걸로 볼 때 그만큼 작가는 본격 추리작가로서의 재능과 한계를 일찍 깨달은게 아닐까. 이제는 서술트릭의 대가로 알려진 오리하라 이치 매직의 출발점을 지켜본 즐거운 독서, 유쾌한 밀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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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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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미스터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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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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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읽은 최고의 추리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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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
최혁곤 지음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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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탐정도 아닌 두 남자가 벌이는 좌충우돌 미스터리 사건 해결집이다. 두 남자는 전직 기자 출신인 박희윤과 전직 형사이자 카페 사장인 갈호태. 이 두 사람이 그놈의 오지랖을 주체하지(?) 못하고 의기투합,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자의반타의반으로 뛰어든다. 기자 출신의 박희윤은 냉철한 판단력과 뛰어난 추리의 소유자이고 전직 경찰인 갈호태는 특유의 넉살과 일단 지르고 보는 과감한 행동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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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구성이 재밌다. 수록된 일곱 개의 연작 단편들이 제각각 단편으로서의 독립성과 완결성을 가짐과 동시에 책 전체로 보면 일명 "바리캉맨"이라 불리는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하나의 커다란 흐름이 존재한다. 즉,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메인 줄거리속에 독립성을 띤 일곱 개의 단편들이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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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특이한 점은 이 책의 장르. 그야말로 본격, 사회파, 코지, 하드보일드, 스릴러, 액션이 버무러진 장르소설의 복합체같은 작품이다. 이렇게 뷔페같이 다양한 장르가 혼합되면 일견 이도저도 아닌 짬뽕같이 재미없고 유치한 소설이 되고마는데 작가는 이 장르적 균형감을 노련하게 잘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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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사건속에 이주노동자, 청년실업, 도심재개발같은 사회적 문제와 프로야구, 연예계 아이돌 스타등 대중의 관심사를 적절하게 녹여놓았고 그 와중에 암호 풀이, 연쇄살인범의 추적등 본격 미스터리의 재미도 쏠쏠하다. 개인적으로 서막을 알리는 <두 개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본격 추리의 맛이 살아있는 <목숨걸고 베이스볼>, <세월이 가면, 43초>, <밤의 노동자>등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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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소재가 어우러진 제법 읽을만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코믹 분위기를 일절 배제하고 시종일관 진지 모드로 흘렀으면 나같이 진중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더 좋은 점수를 얻지 않았을까. 작품 말미에 별동대인 미제사건수사반이 경찰내에 공식적으로 결성될 듯하니 이제는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새로운 활약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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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요리 ㅣ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스탠리 엘린 지음, 김민수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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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추리소설의 거장"이라  불리는 스탠리 엘린의 단편집이다. 1956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원제는 Mystery Stories. 대표작이자 표제작인『특별요리』를 포함 열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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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에는 소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탐욕, 사리사욕, 가치관에 따른 인간간의 갈등등에 의해 살인같은 극단적이 사건이 발생하고...짧은 얘기들은 예기치못한 반전과 소름돋는 결말로 마무리된다. 작가는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을 바탕으로 뛰어난 상상력과 유연한 스토리텔링으로 놀랍고도 오싹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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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매 단편마다 구체적이고 딱부러지는 명확한 결말을 제시하는 대신 상황적 판단과 일련의 암시를 통해 추측가능한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다. 근데 이 열린 결말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해 더욱 소름끼치고 잔상이 오래 남는다. 이것이 스탠리 엘린표 단편의 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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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손님이 특정한 날만 맛볼 수 있는 요리의 비밀에 얽힌『특별요리』를 필두로『블레싱턴 계획』을 떠올리는 수상한 직업의『손발의 몫』, 양자택일을 강요받는『결단의 순간』, 동일한 수법으로 아내들을 살해하는『애플비 씨의 질서정연한 세계』등이 인상적이고 재밌는 단편이다. 특히 작가의 데뷔작이자 대표작『특별요리』는 그동안 수차례 읽었음에도 그 전율과 잔상은 여전하다. 단연 군계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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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대부분 단편집이 그렇지만) 수록된 단편 모두가 내 입맛을 충족시켜주는 건 아니다. 일부 단편들은 흥미로운 사건과 전개에 비해 밋밋한 결말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특별요리』,『블레싱턴 계획』등을 통해 그동안 띄엄띄엄 접했던 작가의 작품들을 일목요연하게 감상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덧붙여,『특별요리』 탄생 배경과 비화에 얽힌 엘러리 퀸의 서두 소개글과 권말의 작가 정보는 스탠리 엘린과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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