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전이의 살인 스토리콜렉터 42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타임 루프"라는 SF적 설정을 본격 미스터리에 멋지게 대입시킨『일곱 번 죽은 남자』와 "모든 해체에는 이유가 있다"면서 다양한 토막 살인의 동기와 수법을 입체적으로 분석한『치아키의 해체 원인』에 이어 북로드에서 펴낸 "SF 신본격 미스터리의 귀재" 니시자와 야스히코 제3탄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자신의 인격이 타인의 육체로 전이되고 그 와중에 살인사건이 발생한다는 독특한 설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S시 한 쇼핑몰의 스낵바에 있던 점원과 손님 여섯 명은 지진으로 인해 쉘터로 긴급 대피하지만 그 쉘터는 다름아닌 인격 전이 현상이 발생하는 "챔버"라는 불가사의한 공간이다. 순식간에 순차적으로 자신의 인격이 타인의 육체에 깃든 여섯 명은 CIA에 의해 특수 시설에 격리되고...그렇게 계속해서 인격 전이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과연 누구의 인격이 연쇄살인을 일으킨 것인가.

타인의 육체에 인격이 전이된 상태로 특수 시설에 고립되는 여섯 명이 처음 스낵바에서 만나는 순간부터 살인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벌이는 티격태격, 아웅다웅하는 부산스런 모습은 마치 한스미디어에서 펴낸 작가의 "닷쿠 & 다카치" 시리즈를 보는 듯 하고, 위치를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미지의 시설이라는 관점에서는『신의 로직, 인간의 매직』 학교가 생각나기도 한다. 어쨌든 향후 범인을 찾기 위한 추리의 근간이 되는 모든 실마리와 복선이 이 부분에 숨어 있다.

단시간에 인격이 여러번 연속으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살인사건과 연계된 부분은 사실 따라가기가 조금 벅차다. 원체 짧은 시간에 인격이 타인의 몸으로 슬라이드 형식으로 계속해서 전이되기에 누구의 몸에 누구의 인격이 들어있는지 헷갈린다. 조금만 방심하다간 흐름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그래서인지 살인사건의 종합적인 정황 및 개요가 뚜렷이 머릿속에 각인되지 않고 그런 여파로 주인공이 사건을 되짚어 추리하는 부분도 조금은 흐릿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결말에서의 예기치못한 반전과 깔끔한 마무리는 무척 인상적이다. 사건의 발생과 추리과정에서 오는 다소 안개낀 듯한 모호하고 석연치않은 답답함을 일순간에 날려버리는 시원스럽고 명쾌한 결말이다. 단순히 범인을 찾는데 그치지 않고 주인공을 포함 살아남은 자들이 어려운 역경을 슬기롭게 극복해가는 엔딩 장면은 흐뭇하기까지하다. 데뷔작인『치아키의 해체 원인』을 통해 비상한 두뇌와 상당한 내공의 소유자로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 역시 SF요소를 본격 미스터리에 결합시키는 작가의 주특기가 잘 드러난 작품이라 평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웃지 않는 수학자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3
모리 히로시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한스미디어에서 펴낸 "이공계 추리소설의 전설" 모리 히로시의 S & M 시리즈 제3탄이다. 이번 작품에는 은둔형 천재 노수학자와 오리온 별자리를 본떠 만든 세 개의 원형 돔으로 이루어진 삼성관(三星館)이라는 변형 건축물이 등장한다. 

삼성관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에 초대받은 사이카와와 모에는 노수학자 덴노지 쇼조가 그의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12년전과 마찬가지로 뜰에 있는 거대한 청동 오리온 동상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의문의 연쇄살인. 과연 천재 수학자가 선보이는 궁극의 트릭과 삼성관을 피로 물들이는 연쇄살인의 범인은 누구인가.

공학, 수학, 천문학 거기에 철학까지 어우러진 묘한 이공계 미스터리이다. 삼라만상을 축소해놓은 듯한 삼성관의 철학적 컨셉과 기묘한 구조도 흥미로웠고 그곳의 주인이자 지하실에 수년간 칩거하는 노수학자의 존재 역시 시선을 잡아끈다. 중앙홀인 플라네타륨에서 펼쳐지는 휘황찬란한 우주 별자리쇼를 활자로만 느껴야한다는 점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살인사건과 모에의 구애에 무관심한듯 하며 늘상 커피와 담배를 입에 물고 사는 사이카와 조교수의 시크함은 여전하고 그러한 사이카와를 사모하는 여대생 모에의 연정은 애틋하기까지 하다. 사이카와가 눈만 뜨면 담배를 입에 무는지라 트릭과 범인의 정체보다 과연 담배를 작중 모두 몇 대를 피웠는지가 더 궁금하다. 오죽하면 한 번 세어볼까 생각도 했다 ㅋㅋ

청동 오리온 동상을 사라지게 한 트릭, 거기에 연계한 범인의 범행 수법도 나름 기발하고 만족스럽다. 하지만 동기 부분은 여전히 납득이 어렵다. 바로 전에 읽은『시적 사적 잭』때도 그랬지만 이 작가는 공학적 트릭에만 신경쓰는건지 동기 부분은 별 공을 들이지 않는 모양새다. 오죽하면 사이카와가 범인의 정체만 밝힐 뿐 동기 부분은 경찰에 떠넘길까.

또 하나 불만인 점은 작가가 독자가 쉽게 트릭과 동기 그리고 범인을 맞히지 못하게끔 초반부에 등장인물에 대한 그릇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작가만 믿고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머리 쥐나게 추리하며 따라가다보면 후반부에 "사실은 이렇다"라며 전혀 다른 얘기들이 나온다. 나름 범인은 누굴까, 동기는 뭘까하며 추리해온 독자 입장에서는 헛물만 켜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우주의 축소판을 보는듯한 삼성관의 신비한 매력, 그곳에서 펼쳐지는 우주 별자리쇼, 천재 수학자가 제공하는 가공할 트릭과 연쇄살인사건을 논리정연하게 해결하는 우리의 사이카와-모에 콤비. 조만간 출간할 S & M 시리즈 5,6권도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나지 않음, 형사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 느닷없이 출간된 홍콩발 미스터리『13.67』은 대작에 목말라온 나의 갈증을 단숨에 풀어줌과 동시에 식어가는 미스터리에 대한 열정을 되살려준 고마운 책이다. 그이후 읽은 여타 미스터리 책들이 시시해져 보일 정도로 작품이 주는 재미, 감동, 여운은 가히 독보적이었다.『기억나지 않음, 형사』는 그러한『13.67』의 작가 찬호께이가 그보다 3년전인 2011년에 출간한 작품으로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자 제2회 시마다 소지상 수상작이다. .  

『기억나지 않음, 형사』는 마치 영화 <메멘토>를 보는 듯, 정신적 질환에 시달리며 6년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형사가 6년전 종결된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원 제목은 영국의 가수이자 배우인 데이빗 보위의 곡에서 따온 <The Man Who Sold the World>.

6년간 기억을 잃어버린 형사는 조력자인 잡지사 여기자와 함께 6년전 종결된 부부 살인사건의 의문점을 해소하고자 재수사에 착수하고,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수록 놀라운 현실에 직면하는데...그리고 이어지는 반전의 롤러코스터...과연 부부 살인사건의 숨겨진 진상과 기억을 잃은 나(형사)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주인공 형사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현실의 수사 과정과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메인 스토리의 배경을 논리적으로 뒷바침하는 과거의 일들이 교차서술되는데 주인공이 착각하고 있는 혼돈의 세계와 현실 사이를 교묘한 줄타기를 하며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현실과 비현실 세계를 절묘하게 접목시키는 "일루전 효과"를 즐겨 사용하는 시마다 소지 작가의 입맛과 기호를 충족시키는 전개가 아닐까 싶다. 반면에, 사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 재추리하는 과정이 흥미롭기는 하지만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기 위한 초, 중반부의 연속되는 탐문 과정은 일견 단조로운 부분도 있다. ​

책을 어느 정도 읽다보면 메인 트릭의 정체를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다. 그래서인지 반전의 충격이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이미 이러한 유형의 트릭과 반전은 여러 일본 미스터리 작품을 통해 익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실과 비현실의 모호한 경계, 자아를 잃어버린 주인공의 정체성등 독자를 헷갈리게끔 끌고다니며 여기저기 어질러진 의문의 조각들을 탄탄한 논리와 합리적인 설명으로 깔끔하게 수습하며 완벽하게 마무리짓는 이야기의 직조 능력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작품 말미에 연이은 반전이 펼쳐지는데 솔직히 작가가 반전에 너무 목숨을 건 느낌이다. "잘 키운 반전 하나 열 트릭보다 낫다"란 명언(?)이 있지만서도...ㅎㅎ 어쨌든 너무 많은 반전은 오히려 반전의 감흥만 떨어뜨린다. 그래서인지 반전을 성립시키고자 다소간의 무리수 또는 억지 논리가 보이기도 하고. 신인의 패기는 좋으나 의욕 과다로 보인다. ​

작품 후기를 보니 작가는 환상성, 새로운 방법론 그리고 현시대의 과학지식을 이용, 정형화되고 고착화된 (마치 야구 게임 규칙같은) 기존의 본격추리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21세기형 본격추리 소설을 쓰려고 노력했고 이것이 심사위원장인 시마다 소지가 높게 평가한 부분으로 보인다. 어찌됐건 흥미롭게 읽기는 했지만 수작이라 부르긴 어렵다.『13.67』이 백점 만점이라면 이 작품은 6~70점 정도를 주고 싶다. 그러면 어쩌랴. 시마다 소지 작가의 평대로 무한대의 재능을 지닌 작가를 만난 것 자체가 축복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1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시리즈 1
에도가와 란포 지음, 권일영 옮김 / 검은숲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1』의 웅장한 자태​

검은숲이 야심차게 내놓은 에도가와 란포의 모든 것, 바로『에도가와 란포 결정판』제 1권이다.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도가와 란포는 근대 일본 추리소설의 초석을 다진 인물로 일본 탐정작가클럽 창설, 신인의 등용문인 에도가와 란포상 신설등 오늘날까지 그의 업적 및 영향력은 지대하다. 그의 작품은 그동안 동서의『음울한 짐승』,『외딴섬 악마』그리고 두드림에서 펴낸『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등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었는데 대부분이 중단편이었고 이번에 장편을 포함 그의 작품을 집대성한 결정판이 검은숲에서 나왔다.

구성 : 커버 + 누드 사철 제작 본문 세 권 +  하드 케이스

정말 멋지지 않은가 ㅎㅎ

아무래도 책 생김새부터 언급안할 수 없다. 누드 사철 제작이라는 옛스런 방식에 고급스런 하드 케이스까지 결정판이라는 대형 프로젝트의 시발점에 걸맞게 책 만듦새에 무척이나 공을 들였다. 초판 한정본으로서 작품의 품격은 물론 구매 욕구 및 소장 가치를 높여준다. 누드 사철 제본의 책은 첨 보는데 막상 접해보니 책이 180도로 쫘~악 펴져 읽는데 넘 편하다. 생각외로 튼튼해서 갈라질 염려도 없고. 모든 책이 누드 사철 제본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ㅎㅎ 


누드 사철 제작 본문 세 권

책이 180도로 쫙 갈라져 읽기 넘 편하다​ ^^

작가는 추리를 기본으로 한 탐정소설외에도 시대의 호응에 맞춰 범죄, 통속, 괴기, 환상등의 다양한 변격 소설도 많이 선보였다. 특히 본격추리는 물론이고 괴기, 환상쪽에서 주옥같은 작품들이 많다. 1권에서는 국내 초역인 장편『거미남』과 단편 세 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수록된 단편들은 국내에 기출간된 작품들이다.

장편『거미남』(국내 초역)과 단편 세 편이 수록되어 있다.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오시에(붙인 천 조각 그림) 액자를 들고 여행하는 남자, 아니 그의 형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 여성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 갑자기 사라진 형. 형은 오시에의 여성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란포 환상문학의 대표적인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

『애벌레』전쟁으로 얼굴은 망가지고 팔과 다리는 물론 목소리까지 잃은 불구자 군인 남편과 그를 돌보는 젊은 아내의 처절한 애증 생활.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과 광기. 오싹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천장 위의 산책자』신축 하숙집 천장 위를 돌아다니며 타인의 사생활을 몰래 훔쳐보던 주인공은 어느날 무서운 생각에 사로잡히는데...관음증(엿보기)과 범죄를 섬뜩하게 연결시킨 추리소설이다.

『거미남』국내 초역의 장편으로, 살인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희대의 살인마 일명 "거미남"과 란포가 창조한 탐정 아케치 고고로와의 한 판 대결을 그린 활극 탐정소설이다.​ 1930년 출간작이라 지금 시선으로 보면 낡고 유치한 부분도 존재하지만 경찰을 조롱하듯 신출귀몰하는 살인마의 극악무도하고 치밀한 범죄 행위와 그것을 예리한 분석과 추리로 간파해 추적하는 명탐정의 활약상이 볼만하다.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를 통해서는 마치 꿈을 꾸는듯한 오묘하고 신비한 세계로 여행한 느낌이고,『애벌레』와『천장 위의 산책자』는 예전에 읽은 작품이지만 이번에 다시 읽어도 그 괴기스러움과 오싹함은 여전하다. 그만큼 란포의 작품 세계는 강렬하다고나 할까. 그리고『거미남』에서는 작가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 트릭 포함 당시 란포가 즐겨 구사했던 다양한 추리 기법외에도 잔악하고 그로테스크한 작가의 취향까지 엿볼 수 있다. 작품마다 작가 본인의 자작 해설이 달려있어 더욱 좋았고 일본 추리 소설가가 한국 독자를 위해 특별히 집필한 <에도가와 란포에 대하여 1부>와 역자 후기는 란포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검은숲 편집팀과 역자가 심혈을 기울여 1권 수록 목록을 선정했다고 하는데, 어찌됐건 결정판 1권은 맛배기 수준에 불과하다.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추리 및 괴기, 환상의 주옥같은 걸작들은 아직 개봉도 하지 않았다. 과연 결정판 2권에는 어떤 작품들이 수록될까. 향후 작품 선정 기준으로, 결정판이기에 반드시 수록해야하는 당위성과 국내에 기출간된 작품들과의 중복 사이에서 출판사는 나름의 고심을 해야하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에도가와 란포 추리 세계의 끝판왕을 지향하는 이 대형 프로젝트가 무사히 완주하길 기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셜록 홈즈의 증명
김재희 외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추리작가 5인의 셜록 홈즈 패스티시 단편집이다. 남성 작가 2명의 분량이 조금 길고 상대적으로 여성 작가 3명의 분량이 짧다. 장르로 봤을때『탐정의 결투』,『셜록 홈즈의 증명』,『합정동 셜록 홈즈』가  본격추리물인 반면『셜록의 로맨스』와『성북동, 심우장 가는 길』은 조금은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가장 이질적인 단편은 윤해환 작가의『성북동, 심우장 가는 길』이다. <님의 침묵>의 만해 한용운 선생과 셜록 홈즈를 연계시킨 이 작품은 최근 작가가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듯이 그 흐름이 순문학에 가깝다. 두 남녀의 애틋한 로맨스에 기다림, 갈망, 그리움등으로 채색한 심오하고 서정적인 드라마를 연출한다.『홈즈가 보낸 편지』에서도 그랬듯이 이 작품에서도 홈즈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색이라면 특색이다. 

​『합작』,『죽어야 사는 남자』,『십자관의 살인』,『이웃집 두 남자가 수상하다』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주는 손선영 작가는『셜록의 로맨스』에서도 작가의 주특기를 여실히 드러낸다. 고등학생 셜록의 첫사랑 얘기부터 왓슨의 임종 순간, 미국의 유명 추리소설가의 만남등 다채롭고 풍부한 얘기가 과거와 현재, 영국과 미국, 시골과 도시를 오가며 파란만장하게 펼쳐진다. 한 편의 웰메이드 추리 동화를 본 느낌이다.

『합정동 셜록 홈즈』『탐정의 결투』는 본격추리물인데 김재희 작가의『합정동 셜록 홈즈』가 물흐르듯 술술 읽히는 히가시노 게이고 스타일이라면 박현주 작가의『탐정의 결투』는 시마다 소지의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에 가깝다. 그만큼『합정동 셜록 홈즈』는 홈즈와 왓슨의 가벼운 위트와 찰떡 캐미를 바탕으로, 한 출판사 사옥에서 발생한 의문의 추락사건을 깔끔하게 해결한 반면『탐정의 결투』는 "국내 추리소설의 효시" 김내성 작가가 창조한 유불란 탐정과 홈즈가 시공간을 초월해 만나 추리 대결을 벌인다는 설정은 좋으나 제시되는 사건의 엽기성부터 해결 과정이 다소 추상적(만화적)이고 때론 황당, 난해하기까지 하다.

두 단편 모두 본격추리 매니아인 나로서는 더욱 집중, 몰입해서 재밌게 읽었으나 추리적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보긴 힘들다. 군데군데 허술한 부분과 요행수, 무리한 설정이나 억지스러운 전개, 황당한 추리같은게 존재한다.『합정동 셜록 홈즈』에서는 밸런스(균형감)에 문제가 보이고『탐정의 결투』에서는 고개가 여러번 갸웃거릴 정도로 개연성에 의문점을 노출한다.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는 것은 홍성호 작가의 본격추리물『셜록 홈즈의 증명』이다. 그간 <계간 미스터리>에 발표된『위험한 호기심』,『B사감 하늘을 날다』등의 작품을 통해 작가의 팬이 되었는데 이 단편에서 역시 그러한 작가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한국인 셜록 홈즈가 왓슨역의 현직 형사의 도움을 받아 두 건의 연쇄 방화 살인사건을 깔끔하게 해결한다. 하지만 수록된 본격추리물 세 편을 통해 무릇 본격추리물에서 기대되는 기발한 트릭이나 의외의 범인, 예상치못한 반전등의 임팩트가 부족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본격추리물은 언제든 환영이다 ㅎㅎ)

어쩌면 다섯 편의 단편보다 손선영 작가가 들려주는 <셜록 홈즈를 소개합니다> 해설편이 더욱 유익하고 재밌을 수도 있다. 셜록 홈즈의 탄생 배경과 작품 목록, 다양한 패러디와 패스티시 작품 소개등 독자가 몰랐던 셜록 홈즈에 관한 다양하고 재미난 얘기들이 알차게 들어있다.

『셜록 홈즈의 증명』은 셜록 홈즈를 재해석한 국내 추리작가 5인의 강한 개성과 다양한 기법이 들어간 뷔페같은 패스티시 단편집이다. 다양한 맛을 골라먹는 재미외에도 홈즈에 열광했던 어릴적 시절을 잠시나마 회상하는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다. 한국 추리소설의 수준이 조금씩 발전하는 것 같아 기쁘며, 검증되고 선별된 서양 유명 고전 추리물이나 일본 인기 추리물에 길들여진 국내 추리 독자의 눈높이를 채워줄 재미난 한국 추리소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