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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의 증명
김재희 외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월
평점 :
한국 추리작가 5인의 셜록 홈즈 패스티시 단편집이다. 남성 작가 2명의 분량이 조금 길고 상대적으로 여성 작가 3명의 분량이 짧다. 장르로 봤을때『탐정의 결투』,『셜록 홈즈의 증명』,『합정동 셜록 홈즈』가 본격추리물인 반면『셜록의 로맨스』와『성북동, 심우장 가는 길』은 조금은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가장 이질적인 단편은 윤해환 작가의『성북동, 심우장 가는 길』이다. <님의 침묵>의 만해 한용운 선생과 셜록 홈즈를 연계시킨 이 작품은 최근 작가가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듯이 그 흐름이 순문학에 가깝다. 두 남녀의 애틋한 로맨스에 기다림, 갈망, 그리움등으로 채색한 심오하고 서정적인 드라마를 연출한다.『홈즈가 보낸 편지』에서도 그랬듯이 이 작품에서도 홈즈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색이라면 특색이다.
『합작』,『죽어야 사는 남자』,『십자관의 살인』,『이웃집 두 남자가 수상하다』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주는 손선영 작가는『셜록의 로맨스』에서도 작가의 주특기를 여실히 드러낸다. 고등학생 셜록의 첫사랑 얘기부터 왓슨의 임종 순간, 미국의 유명 추리소설가의 만남등 다채롭고 풍부한 얘기가 과거와 현재, 영국과 미국, 시골과 도시를 오가며 파란만장하게 펼쳐진다. 한 편의 웰메이드 추리 동화를 본 느낌이다.
『합정동 셜록 홈즈』와『탐정의 결투』는 본격추리물인데 김재희 작가의『합정동 셜록 홈즈』가 물흐르듯 술술 읽히는 히가시노 게이고 스타일이라면 박현주 작가의『탐정의 결투』는 시마다 소지의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에 가깝다. 그만큼『합정동 셜록 홈즈』는 홈즈와 왓슨의 가벼운 위트와 찰떡 캐미를 바탕으로, 한 출판사 사옥에서 발생한 의문의 추락사건을 깔끔하게 해결한 반면『탐정의 결투』는 "국내 추리소설의 효시" 김내성 작가가 창조한 유불란 탐정과 홈즈가 시공간을 초월해 만나 추리 대결을 벌인다는 설정은 좋으나 제시되는 사건의 엽기성부터 해결 과정이 다소 추상적(만화적)이고 때론 황당, 난해하기까지 하다.
두 단편 모두 본격추리 매니아인 나로서는 더욱 집중, 몰입해서 재밌게 읽었으나 추리적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보긴 힘들다. 군데군데 허술한 부분과 요행수, 무리한 설정이나 억지스러운 전개, 황당한 추리같은게 존재한다.『합정동 셜록 홈즈』에서는 밸런스(균형감)에 문제가 보이고『탐정의 결투』에서는 고개가 여러번 갸웃거릴 정도로 개연성에 의문점을 노출한다.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는 것은 홍성호 작가의 본격추리물『셜록 홈즈의 증명』이다. 그간 <계간 미스터리>에 발표된『위험한 호기심』,『B사감 하늘을 날다』등의 작품을 통해 작가의 팬이 되었는데 이 단편에서 역시 그러한 작가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한국인 셜록 홈즈가 왓슨역의 현직 형사의 도움을 받아 두 건의 연쇄 방화 살인사건을 깔끔하게 해결한다. 하지만 수록된 본격추리물 세 편을 통해 무릇 본격추리물에서 기대되는 기발한 트릭이나 의외의 범인, 예상치못한 반전등의 임팩트가 부족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본격추리물은 언제든 환영이다 ㅎㅎ)
어쩌면 다섯 편의 단편보다 손선영 작가가 들려주는 <셜록 홈즈를 소개합니다> 해설편이 더욱 유익하고 재밌을 수도 있다. 셜록 홈즈의 탄생 배경과 작품 목록, 다양한 패러디와 패스티시 작품 소개등 독자가 몰랐던 셜록 홈즈에 관한 다양하고 재미난 얘기들이 알차게 들어있다.
『셜록 홈즈의 증명』은 셜록 홈즈를 재해석한 국내 추리작가 5인의 강한 개성과 다양한 기법이 들어간 뷔페같은 패스티시 단편집이다. 다양한 맛을 골라먹는 재미외에도 홈즈에 열광했던 어릴적 시절을 잠시나마 회상하는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다. 한국 추리소설의 수준이 조금씩 발전하는 것 같아 기쁘며, 검증되고 선별된 서양 유명 고전 추리물이나 일본 인기 추리물에 길들여진 국내 추리 독자의 눈높이를 채워줄 재미난 한국 추리소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