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지 않음, 형사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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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느닷없이 출간된 홍콩발 미스터리『13.67』은 대작에 목말라온 나의 갈증을 단숨에 풀어줌과 동시에 식어가는 미스터리에 대한 열정을 되살려준 고마운 책이다. 그이후 읽은 여타 미스터리 책들이 시시해져 보일 정도로 작품이 주는 재미, 감동, 여운은 가히 독보적이었다.『기억나지 않음, 형사』는 그러한『13.67』의 작가 찬호께이가 그보다 3년전인 2011년에 출간한 작품으로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자 제2회 시마다 소지상 수상작이다. .  

『기억나지 않음, 형사』는 마치 영화 <메멘토>를 보는 듯, 정신적 질환에 시달리며 6년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형사가 6년전 종결된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원 제목은 영국의 가수이자 배우인 데이빗 보위의 곡에서 따온 <The Man Who Sold the World>.

6년간 기억을 잃어버린 형사는 조력자인 잡지사 여기자와 함께 6년전 종결된 부부 살인사건의 의문점을 해소하고자 재수사에 착수하고,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수록 놀라운 현실에 직면하는데...그리고 이어지는 반전의 롤러코스터...과연 부부 살인사건의 숨겨진 진상과 기억을 잃은 나(형사)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주인공 형사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현실의 수사 과정과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메인 스토리의 배경을 논리적으로 뒷바침하는 과거의 일들이 교차서술되는데 주인공이 착각하고 있는 혼돈의 세계와 현실 사이를 교묘한 줄타기를 하며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현실과 비현실 세계를 절묘하게 접목시키는 "일루전 효과"를 즐겨 사용하는 시마다 소지 작가의 입맛과 기호를 충족시키는 전개가 아닐까 싶다. 반면에, 사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 재추리하는 과정이 흥미롭기는 하지만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기 위한 초, 중반부의 연속되는 탐문 과정은 일견 단조로운 부분도 있다. ​

책을 어느 정도 읽다보면 메인 트릭의 정체를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다. 그래서인지 반전의 충격이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이미 이러한 유형의 트릭과 반전은 여러 일본 미스터리 작품을 통해 익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실과 비현실의 모호한 경계, 자아를 잃어버린 주인공의 정체성등 독자를 헷갈리게끔 끌고다니며 여기저기 어질러진 의문의 조각들을 탄탄한 논리와 합리적인 설명으로 깔끔하게 수습하며 완벽하게 마무리짓는 이야기의 직조 능력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작품 말미에 연이은 반전이 펼쳐지는데 솔직히 작가가 반전에 너무 목숨을 건 느낌이다. "잘 키운 반전 하나 열 트릭보다 낫다"란 명언(?)이 있지만서도...ㅎㅎ 어쨌든 너무 많은 반전은 오히려 반전의 감흥만 떨어뜨린다. 그래서인지 반전을 성립시키고자 다소간의 무리수 또는 억지 논리가 보이기도 하고. 신인의 패기는 좋으나 의욕 과다로 보인다. ​

작품 후기를 보니 작가는 환상성, 새로운 방법론 그리고 현시대의 과학지식을 이용, 정형화되고 고착화된 (마치 야구 게임 규칙같은) 기존의 본격추리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21세기형 본격추리 소설을 쓰려고 노력했고 이것이 심사위원장인 시마다 소지가 높게 평가한 부분으로 보인다. 어찌됐건 흥미롭게 읽기는 했지만 수작이라 부르긴 어렵다.『13.67』이 백점 만점이라면 이 작품은 6~70점 정도를 주고 싶다. 그러면 어쩌랴. 시마다 소지 작가의 평대로 무한대의 재능을 지닌 작가를 만난 것 자체가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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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1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시리즈 1
에도가와 란포 지음, 권일영 옮김 / 검은숲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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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1』의 웅장한 자태​

검은숲이 야심차게 내놓은 에도가와 란포의 모든 것, 바로『에도가와 란포 결정판』제 1권이다.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도가와 란포는 근대 일본 추리소설의 초석을 다진 인물로 일본 탐정작가클럽 창설, 신인의 등용문인 에도가와 란포상 신설등 오늘날까지 그의 업적 및 영향력은 지대하다. 그의 작품은 그동안 동서의『음울한 짐승』,『외딴섬 악마』그리고 두드림에서 펴낸『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등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었는데 대부분이 중단편이었고 이번에 장편을 포함 그의 작품을 집대성한 결정판이 검은숲에서 나왔다.

구성 : 커버 + 누드 사철 제작 본문 세 권 +  하드 케이스

정말 멋지지 않은가 ㅎㅎ

아무래도 책 생김새부터 언급안할 수 없다. 누드 사철 제작이라는 옛스런 방식에 고급스런 하드 케이스까지 결정판이라는 대형 프로젝트의 시발점에 걸맞게 책 만듦새에 무척이나 공을 들였다. 초판 한정본으로서 작품의 품격은 물론 구매 욕구 및 소장 가치를 높여준다. 누드 사철 제본의 책은 첨 보는데 막상 접해보니 책이 180도로 쫘~악 펴져 읽는데 넘 편하다. 생각외로 튼튼해서 갈라질 염려도 없고. 모든 책이 누드 사철 제본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ㅎㅎ 


누드 사철 제작 본문 세 권

책이 180도로 쫙 갈라져 읽기 넘 편하다​ ^^

작가는 추리를 기본으로 한 탐정소설외에도 시대의 호응에 맞춰 범죄, 통속, 괴기, 환상등의 다양한 변격 소설도 많이 선보였다. 특히 본격추리는 물론이고 괴기, 환상쪽에서 주옥같은 작품들이 많다. 1권에서는 국내 초역인 장편『거미남』과 단편 세 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수록된 단편들은 국내에 기출간된 작품들이다.

장편『거미남』(국내 초역)과 단편 세 편이 수록되어 있다.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오시에(붙인 천 조각 그림) 액자를 들고 여행하는 남자, 아니 그의 형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 여성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 갑자기 사라진 형. 형은 오시에의 여성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란포 환상문학의 대표적인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

『애벌레』전쟁으로 얼굴은 망가지고 팔과 다리는 물론 목소리까지 잃은 불구자 군인 남편과 그를 돌보는 젊은 아내의 처절한 애증 생활.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과 광기. 오싹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천장 위의 산책자』신축 하숙집 천장 위를 돌아다니며 타인의 사생활을 몰래 훔쳐보던 주인공은 어느날 무서운 생각에 사로잡히는데...관음증(엿보기)과 범죄를 섬뜩하게 연결시킨 추리소설이다.

『거미남』국내 초역의 장편으로, 살인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희대의 살인마 일명 "거미남"과 란포가 창조한 탐정 아케치 고고로와의 한 판 대결을 그린 활극 탐정소설이다.​ 1930년 출간작이라 지금 시선으로 보면 낡고 유치한 부분도 존재하지만 경찰을 조롱하듯 신출귀몰하는 살인마의 극악무도하고 치밀한 범죄 행위와 그것을 예리한 분석과 추리로 간파해 추적하는 명탐정의 활약상이 볼만하다.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를 통해서는 마치 꿈을 꾸는듯한 오묘하고 신비한 세계로 여행한 느낌이고,『애벌레』와『천장 위의 산책자』는 예전에 읽은 작품이지만 이번에 다시 읽어도 그 괴기스러움과 오싹함은 여전하다. 그만큼 란포의 작품 세계는 강렬하다고나 할까. 그리고『거미남』에서는 작가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 트릭 포함 당시 란포가 즐겨 구사했던 다양한 추리 기법외에도 잔악하고 그로테스크한 작가의 취향까지 엿볼 수 있다. 작품마다 작가 본인의 자작 해설이 달려있어 더욱 좋았고 일본 추리 소설가가 한국 독자를 위해 특별히 집필한 <에도가와 란포에 대하여 1부>와 역자 후기는 란포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검은숲 편집팀과 역자가 심혈을 기울여 1권 수록 목록을 선정했다고 하는데, 어찌됐건 결정판 1권은 맛배기 수준에 불과하다.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추리 및 괴기, 환상의 주옥같은 걸작들은 아직 개봉도 하지 않았다. 과연 결정판 2권에는 어떤 작품들이 수록될까. 향후 작품 선정 기준으로, 결정판이기에 반드시 수록해야하는 당위성과 국내에 기출간된 작품들과의 중복 사이에서 출판사는 나름의 고심을 해야하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에도가와 란포 추리 세계의 끝판왕을 지향하는 이 대형 프로젝트가 무사히 완주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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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의 증명
김재희 외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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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리작가 5인의 셜록 홈즈 패스티시 단편집이다. 남성 작가 2명의 분량이 조금 길고 상대적으로 여성 작가 3명의 분량이 짧다. 장르로 봤을때『탐정의 결투』,『셜록 홈즈의 증명』,『합정동 셜록 홈즈』가  본격추리물인 반면『셜록의 로맨스』와『성북동, 심우장 가는 길』은 조금은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가장 이질적인 단편은 윤해환 작가의『성북동, 심우장 가는 길』이다. <님의 침묵>의 만해 한용운 선생과 셜록 홈즈를 연계시킨 이 작품은 최근 작가가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듯이 그 흐름이 순문학에 가깝다. 두 남녀의 애틋한 로맨스에 기다림, 갈망, 그리움등으로 채색한 심오하고 서정적인 드라마를 연출한다.『홈즈가 보낸 편지』에서도 그랬듯이 이 작품에서도 홈즈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색이라면 특색이다. 

​『합작』,『죽어야 사는 남자』,『십자관의 살인』,『이웃집 두 남자가 수상하다』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주는 손선영 작가는『셜록의 로맨스』에서도 작가의 주특기를 여실히 드러낸다. 고등학생 셜록의 첫사랑 얘기부터 왓슨의 임종 순간, 미국의 유명 추리소설가의 만남등 다채롭고 풍부한 얘기가 과거와 현재, 영국과 미국, 시골과 도시를 오가며 파란만장하게 펼쳐진다. 한 편의 웰메이드 추리 동화를 본 느낌이다.

『합정동 셜록 홈즈』『탐정의 결투』는 본격추리물인데 김재희 작가의『합정동 셜록 홈즈』가 물흐르듯 술술 읽히는 히가시노 게이고 스타일이라면 박현주 작가의『탐정의 결투』는 시마다 소지의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에 가깝다. 그만큼『합정동 셜록 홈즈』는 홈즈와 왓슨의 가벼운 위트와 찰떡 캐미를 바탕으로, 한 출판사 사옥에서 발생한 의문의 추락사건을 깔끔하게 해결한 반면『탐정의 결투』는 "국내 추리소설의 효시" 김내성 작가가 창조한 유불란 탐정과 홈즈가 시공간을 초월해 만나 추리 대결을 벌인다는 설정은 좋으나 제시되는 사건의 엽기성부터 해결 과정이 다소 추상적(만화적)이고 때론 황당, 난해하기까지 하다.

두 단편 모두 본격추리 매니아인 나로서는 더욱 집중, 몰입해서 재밌게 읽었으나 추리적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보긴 힘들다. 군데군데 허술한 부분과 요행수, 무리한 설정이나 억지스러운 전개, 황당한 추리같은게 존재한다.『합정동 셜록 홈즈』에서는 밸런스(균형감)에 문제가 보이고『탐정의 결투』에서는 고개가 여러번 갸웃거릴 정도로 개연성에 의문점을 노출한다.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는 것은 홍성호 작가의 본격추리물『셜록 홈즈의 증명』이다. 그간 <계간 미스터리>에 발표된『위험한 호기심』,『B사감 하늘을 날다』등의 작품을 통해 작가의 팬이 되었는데 이 단편에서 역시 그러한 작가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한국인 셜록 홈즈가 왓슨역의 현직 형사의 도움을 받아 두 건의 연쇄 방화 살인사건을 깔끔하게 해결한다. 하지만 수록된 본격추리물 세 편을 통해 무릇 본격추리물에서 기대되는 기발한 트릭이나 의외의 범인, 예상치못한 반전등의 임팩트가 부족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본격추리물은 언제든 환영이다 ㅎㅎ)

어쩌면 다섯 편의 단편보다 손선영 작가가 들려주는 <셜록 홈즈를 소개합니다> 해설편이 더욱 유익하고 재밌을 수도 있다. 셜록 홈즈의 탄생 배경과 작품 목록, 다양한 패러디와 패스티시 작품 소개등 독자가 몰랐던 셜록 홈즈에 관한 다양하고 재미난 얘기들이 알차게 들어있다.

『셜록 홈즈의 증명』은 셜록 홈즈를 재해석한 국내 추리작가 5인의 강한 개성과 다양한 기법이 들어간 뷔페같은 패스티시 단편집이다. 다양한 맛을 골라먹는 재미외에도 홈즈에 열광했던 어릴적 시절을 잠시나마 회상하는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다. 한국 추리소설의 수준이 조금씩 발전하는 것 같아 기쁘며, 검증되고 선별된 서양 유명 고전 추리물이나 일본 인기 추리물에 길들여진 국내 추리 독자의 눈높이를 채워줄 재미난 한국 추리소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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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보우 미스터리 - Goledn Age Mystery 02
이스라엘 장윌 지음, 한동훈 옮김 / 태동출판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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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대인 작가 이스라엘 장윌이 1892년에 발표한 밀실 미스터리의 고전으로 "역대 밀실 추리소설 BEST 10"을 꼽으면 늘상 순위권에 드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영국 런던 보우가의 12월초 안개낀 아침, 미망인 여주인이 운영하는 하숙집에서 젊은 노동 운동가가 자신의 하숙방에서 목이 베인 피살체로 발견된다. 여주인과 퇴역 형사가 문을 부수고 들어간 당시의 상황은 문과 창문 그리고 빗장이 모두 안쪽에서 잠기고 걸린 그야말로 완벽한 밀실 상태. 과연 범인은 범행후 어떻게 탈출했을까.

자살과 피살의 양쪽 가능성에 대한 검시관의 세밀하고도 논리적인 분석과 공표를 시발점으로 이 불가해한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폭발하고...밀실 살인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려는 독자들의 다양한 추리와 의견이 신문 투고란에 답지한다. 

그 와중에 유력한 용의자가 경찰에 체포되고...진범의 유무를 둘러싼 퇴역 형사와 현직 형사의 자존심을 건 추리 대결과 검찰측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펼쳐진다. 그리고 밝혀지는 밀실의 실체와 뜻밖의 판결...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작가가 준비해놓은 놀라운 반전이 독자를 기다린다.

영국 런던의 노동 운동등 당시 시대상에 대한 익살과 풍자가 극의 분위기를 밝게 띄우고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난 신변잡기식 에피소드가 때론 몰입과 집중을 방해하지만 그러한 낡고 고리타분한 부분들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만큼 밀실 미스터리로서의 추리적 재미와 짜임새가 좋다.

작가는 이 작품을 단 2주만에 집필했다고 한다. 1841년『모르그가의 살인』으로 시작한 밀실 미스터리의 계보는 1892년『빅 보우 미스터리』를 거쳐 1907년『노란방의 비밀』로 이어진다. ​밀실 트릭의 범주가 비밀 통로, 열쇠 복제, 교묘한 비밀 장치의 사용등 물리적 트릭에 머물 때『빅 보우 미스터리』는 특유의 독창성과 대담한 발상,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논리적으로 완벽한 밀실은 없다. 물리적 트릭이 숨어있지 않는 한 그 대부분은 심리적 밀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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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사적 잭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4
모리 히로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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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공계 미스터리의 전설『모든 것이 F가 된다』의 모리 히로시의 S & M 시리즈 제4탄. 이번 작품에서는 사이카와 & 모에 콤비가 대학교 공학 시설물에서 발생하는 연쇄 밀실 살인사건에 도전한다.『시적 사적 잭』은 유명 록가수가 발표한 노래 제목인데 가사가 연쇄살인을 암시한다는 점, 첫 두 명의 여대생 희생자가 그의 열혈 팬이었다는 점에서 인기 록가수는 경찰의 추적을 받는다. 

이 작품에는 여러개의 밀실이 등장한다. 늘상 그렇지만 밀실이 가져다주는 야릇한 미스터리적 쾌감이 좋다. 하지만 형성된 밀실이 주는 호기심에 비해 밝혀지는 밀실의 진상이 건축학적 재료와 공법에 의한 공학적 밀실인지라 책으로는 잘 이해가 안돼 조금은 답답하다. 드라마나 애니가 있으면 당장이라도 찾아서 그 밀실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아마추어 탐정역의 모에는 숙부인 경찰 본부장의 막강한 배경을 등에 업고 사건 현장을 제집 드나들듯 돌아다니며 각종 단서와 수사 상황을 채집한다. 늘상 사건에 무관심한듯 하며 한발 비켜나있는 안락의자 탐정격의 사이카와 조교수는 그러한 모에로부터 사건 현황을 청취하고는 예리한 분석과 비상한 추리로 사건의 진상에 다가간다. 그야말로 찰떡 궁합 콤비이다. 이번 작품에는 사이카와에 대한 모에의 적극적인 구애가 펼쳐지는데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두 사람의 러브라인이 어떻게 발전할지 (범인이 누구인지 만큼) 궁금하다.

책 중간쯤부터 어렴풋이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지만 범행 동기는 전혀 감이 오질 않고...밝혀지는 동기는 선뜻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이 역시 공학적인 마인드로 이해해야 하나. 사건 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되는 부분 (그 집에 누가 있었나?)도 꽁꽁 숨겨놓다 마지막에 가서야 풀어놓는등 독자와의 공정한 추리 대결에서 조금은 불친절한 면도 보인다.

어쨌든 밀실이 만들어진 경위와 실체, 의외의 범인과 동기, 두 주인공의 철학적, 공학적인 밀당등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고 재밌게 읽었다. Think like a Lawyer란 말이 있다. 철저히 변호사적 사고로 생각하고 행동하란 뜻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Think like an Engineer라 하고 싶다. 그만큼 이공계적 마인드로 작품을 이해하라는 말이다. 등장인물부터 사건의 발생과 무대 배경, 그것을 해결해가는 두 콤비의 추리적 사고와 관련 공학 지식등 철저히 이공계적 마인드가 지배하는 완벽한 이공계 미스터리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평범한 대학 캠퍼스보다 좀 더 독특한 배경과 신선한 소재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S & M 시리즈中 기출간된 삼성관의『웃지 않는 수학자』, 올해 출간 예정인 가보의 미스터리를 그린『봉인재도』와 밀실 탈출 마술사가 등장하는『환혹의 죽음과 용도』가 특히 내 시선을 잡아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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