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탑
에도가와 란포 지음, 미야자키 하야오 그림, 민경욱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도가와 란포의 국내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란포의 소설을 무척 좋아한다. 주종목인 본격추리물은 당연하고 괴기나 환상소설쪽에서도 걸작인 작품들이 많다.『유령탑』은 미스터리가 적절히 가미된 "통속 모험소설"이다. 대중의 오락적 흥미거리에 포커스를 맞추는 통속(대중)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추리와 로맨스 그리고 모험담이 적절히 섞여있다.

주인공은 시계탑 (일명, 유령탑)의 새주인이 된 숙부를 둔 이십 대의 젊은 청년 미츠오. 미츠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한 매력을 지닌 절세의 미녀 아키코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녀을 지키고 구하고자 목숨을 건 모험을 한다. 유령탑이 주는 시각적 괴기스러움, 비밀 통로와 숨겨진 재보라는 보물찾기, 육 년전 벌어진 살인사건의 진상, 신비한 여주인공의 정체, 그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두 남자의 치열한 사랑 싸움등 재미난 읽을거리가 풍부하다. 거기에 원숭이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 수만마리의 거미를 키우는 남자, 신이라 불리는 의사등 등장인물의 면면도 예사롭지 않다. 

1937년 1월부터 1938년 4월까지 잡지에 연재한 소설이니만큼 매순간 독자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새로운 미스터리의 등장과 손에 땀을 쥐는 각종 모험담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가장 재밌게 읽은 부분은 절세 미녀 아키코의 신이라 불리는 의사가 등장하는 장면과 숨겨진 보물을 찾아나서는 시계탑에서의 흥미진진한 모험담이다. 지고지순한 젊은 청년의 순애보와 절세 미녀의 애틋한 로맨스등 지금 시각에서 보면 등장인물들의 사상이나 행동, 대사들이 다소 고루해 보이지만 단순 오락적 재미로는 꽤 읽을만 하다. 

책 처음에 16쪽에 걸쳐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린 유령탑을 소개하는 올컬러 일러스트가 들어있는데 이 그림들이 소설의 주요 부분들을 만화적 상상력으로 시각화해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어쩌면 본문보다 이 몇 쪽의 그림들이 이 책에서 더욱 가치가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어찌됐건 에도가와 란포의 국내 미공개 작품을 접한 것만으로 충분히 기쁘며 란포의 작품이 국내에 더 많이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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