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이든 필포츠 지음, 이경아 옮김 / 엘릭시르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국 한적한 마을 다트무어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젊고 아름다운 부인 제니의 남편이 처삼촌에게 살해당한 것. 하지만 피살자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고, 가해자이자 범인인 처삼촌은 도주의 행각만 드러날 뿐 잡히질 않는다. 그렇게 사건은 오리무중에 빠지고 수개월 뒤 붉은머리 레드메인 가문에 제2의 희생자가 발생한다. 하지만 여전히 범인인 처삼촌의 목격담만 존재할 뿐 수사는 제자리에 맴돈다. 그리고 이어지는 제3의 살인...붉은 머리 가문인 레드메인가를 피로 물들이는 연쇄살인범은 왜 잡히지 않는 것일까. 

1922년에 발표된 이든 필포츠의 작품으로 그야말로 희대의 살인마, 천재적인 범죄자가 등장하는 추리소설이다.​ 이번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이 국내 초역이 아니다. 이미 국내에서는 1940년 김내성이 <홍두 레드메인즈 일가>란 제목으로 번안 출간하였고, 동서문화사에서 <빨간머리 레드메인즈>로 나온 바 있다. 세 번째 국내 출간인만큼 재미와 완성도는 검증받은 작품이리라.

영국 다트무어의 황무지와 이탈리아 코모 호수 저변을 무대로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고 젊은 남녀들의 애틋한 사랑의 언어가 작품의 분위기를 감미롭게 한다. 붉은 머리로 대표되는 가문의 상징적인 색깔과 푸른 바닷가와 호수라는 배경이 주는 시각적 효과도 상당하다.  ​

두 명의 탐정이 등장하는데, 젊은 영국 탐정은 이 아름다운 미망인과 사랑에 빠져 사건의 본질을 꿰뚫는 추리적 혜안을 잃고 범인의 꼭두각시로 전락하는 대신 산전수전 다 겪은 노쇠한 미국 탐정이 냉철한 추리와 직관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함에도 사건의 본질로 신속히 들어가는 대신 사건 언저리에서 빙빙 맴도는 스토리텔링 방식은 독자의 궁금증을 최대한 증폭시키며 사건의 진상과 범인의 정체를 최후에 밝히려는 작가의 고도의 전략일 것이다. DNA 검사나 CCTV같은 오늘날 현대 과학수사를 대입하면 허점이 수두룩하지만 이 작품이 1922년에 쓰여진 고전중의 고전임을 감안해야 한다.

​마지막 장에서 자욱한 안개가 말끔하게 걷히듯 사건의 전모를 소상히 밝히는 노탐정의 설명도 좋았지만 역시 범인이 마지막으로 들려주는 수기를 보면 그 천재적인 계략과 발상에 소름이 끼친다. 괜히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 에도가와 란포가 이 작품을 "세계 제1의 미스터리"라고 추켜세운게 아니다. 이 책은 <히치콕 매거진>이 선정한 "세계 10대 추리소설"에 들어가는 훌륭한 작품이다. 아직 미독인 추리 독자는 어서 읽어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